이맘때쯤 알록달록한 꽃들은 땅 위로 고개를 들고 들판을 수놓기 시작하며 추웠던 겨울을 보내고 일 년 중 가장 밝고 화사한 계절인 봄을 맞이할 때라는 시그널을 보낸다.
제주 곳곳 가장 먼저 피어난 샛노란 유채꽃이 그의 꽃말처럼 쾌활하게 제주의 봄을 알린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늦겨울부터 노란 물결을 일렁이는 유채꽃이 시린 손을 부여잡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 존재감을 뽐내는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에머랄드빛 바다 빛에 유채꽃 노란 물결이 맞닿아 진귀한 풍경을 자아내는 함덕 서우봉, 유채꽃과 벚꽃의 향연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녹산로, 계곡 사이사이 흩날리는 유채꽃과 벚꽃의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엉덩물 계곡, 웅장한 산방산과 겹겹이 시간이 만들어낸 용머리 해안 등 제주 유채꽃 명소는 이번 봄 다 돌아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 중 서귀포시 색달동 《엉덩물 계곡》은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유채꽃 명소다. 엉덩물 계곡이라는 이름의 배경부터 재미있다. 계곡의 지형이 험해 물을 마시고픈 짐승들도 다가가지 못하고 엉덩이만 들이밀어 볼일만 보고 돌아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굴곡진 계곡을 따라 물 흐르듯 피어 있는 유채꽃의 향연은 드라마틱하다. 꽃으로 뒤덮인 계곡을 건너는 아치 다리도 모네의 수련 작품 같다. 엉덩물 계곡은 중문관광단지 롯데호텔 산책로와 이어진 올레 8코스의 일부로, 계단을 따라 높은 곳에 올라서 내려다보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중문단지 가운데 위치해 있다보니 중문단지 호텔에서 숙박하는 분들에게 필수 코스가 아닌가 생각된다. 주차는 중문색달해수욕장주차장에 하면 된다. 전기차 충선소도 있어 엉덩물 계곡을 둘러 볼 동안 충전을 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