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리‘~리단길’의 전국적인 유행은 다소나마 열기가 서서히 식어가는 듯 보인다. 그래도 전국 곳곳에 감춰져 있던 여러 길을 발굴해낸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이름이 붙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길들이었지만, ‘~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대중을 그곳으로 인도하며 적잖은 즐거움을 줬다.
부산에도 해리단길, 범리단길 등 독특한 이름을 통해 더욱 유명해진 길이 꽤 있다. 이 중 '범리단길'은 부산 금정구 범어사로에 있다.
부산 금정구 남산동 요산문학관을 지나는 금샘로를 따라가다 보면 도로는 산능선을 따라 범어사 방향으로 올라간다. 보통 범어사 하행도로로 이용되는 길이다. 여기서부터 범어사까지는 고작 1.5km밖에 불과하지만 꽤 가파르다. 차를 타고 잠시 가다 보면, 세련된 흰색 건물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오랜만에 오는 이는 ‘언제 여기에 저런 가게가 생겼지’라며 의아해할 법하다. 이 일대가 범어사 아래 하마 마을로, 범리단길의 중심이 된다. 범어사에 삼베를 공급하기 위해 마를 심던 곳 중 아래쪽 지역이라고 해 하마 마을이 됐다고 한다. 90번 마을버스를 타면 하마 마을 입구에 내릴 수 있다.
여느 ‘~리단길’과는 달리 범리단길은 여유롭고 고즈넉하다. 도심 속 ‘~리단길’은 사람들이 모이면서 만들어졌다면, 범리단길은 자연이 만들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커피숍과 식당 등이 듬성듬성 있고, 특히 평일에는 오가는 이가 많지 않아, 오롯이 자연이 만들어낸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이 범리단길에 오리불고기로 유명한 범어사 맛집 《경주집》도 있다. 오리/닭 요리 전문점으로 일반 가정집처럼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의 음식점이다.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3대천왕’에서 소개된 집이기도 하다. 경주집에 들어서면 테이블이 없는데 아주머니께서 오리고기 상을 머리에 이고 들어오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맛 또한 괜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