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 deutsches Requiem, Op. 45
Johannes Brahms, 1833∼1897
“가장 순수한 예술적 수단, 즉 영혼의 따스함과 깊이, 새롭고 위대한 관념, 그리고 가장 고귀한 본성과 순결로 일궈낸 최고의 작품이다. … 바흐의 [b단조 미사]와 베토벤의 [장엄미사]를 제외하면, 이 분야에서 이 곡에 비견될 만한 작품은 없다.”
당대 최고의 비평가인 한슬릭이 극찬했던 [독일 레퀴엠]은 브람스가 1856년부터 1868년까지, 장장 10년이 넘는 시간을 소요하며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노작이다. 그 발단은 1856년 여름에 일어난 은사 슈만의 죽음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신중한 브람스는 데트몰트 궁정음악가 시절인 1859년에 가서야 그 구상을 표면화했다. 그리고 중간에 소강기를 거친 다음, 1865년에 닥친 그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작업을 재개하여, 이듬해 6악장 구성의 형태로 일단락 지었다. 하지만 1868년 4월 브레멘에서 초연을 가진 후 불만을 느낀 브람스는, 고심 끝에 지금의 제5악장을 추가하여 지금과 같은 형태로 완성시켰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독일어 가사에 의한’ 레퀴엠이라는 점이다. 통상 ‘진혼곡’으로 번역되는 ‘레퀴엠’은 기독교에서 행해지는 ‘망자(亡者)를 기리는 미사’를 위한 음악이다. 전례(典禮)의 식순에 따른 일정한 라틴어 가사에 의존하는 통상적인 ‘레퀴엠’들과는 달리, 이 [독일 레퀴엠]의 가사는 루터가 독일어로 번역한 성경의 여러 부분에서 브람스 자신이 선별한 구절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기독교 전래의 의식에서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그것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가지지 않는 ‘연주회용 종교곡’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전곡은 모두 일곱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Elisabeth Schwarzkopf: soprano
Dietrich Fischer-Dieskau: baritone
Philharmonia Chorus (Chorus master: Reinhold Schmid)
Ralph Dowmes: organ
Philharmonia Orchestra
Otto Klemperer: conductor
1. Ziemlich langsam - Selig sind, die da Leid tragen
2. Langsam, marschmäßig - Denn alles Fleisch es ist wie Gras
3. Andante moderato - Herr, lehre doch mich
4. Mäßig bewegt - Wie lieblich sind deine Wohnungen
5. Langsam - Ihr habt nun Traurigkeit
6. Andante - Denn wir haben hie keine bleibende Statt
7. Feierlich - Selig sind die Toten, die in dem Herren sterben
제1곡. Selig sind, die da Leid tragen /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합창)
마태복음과 시편에서 가사를 취한 곡. 합창이 세상의 슬픔에 위로가 주어질 것임을 노래한다. 관현악에는 바이올린, 플루트, 클라리넷 같은 화려한 악기들이 배제되고, 저현부는 다시 몇 개의 성부로 나뉘어 사뭇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Selig sind, die da Leid tragen, denn sie sollen getröstet werden. Matth. 5,4.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마태 복음 5장 4절)
Die mit Tränen säen, werden mit Freuden ernten. Sie gehen hin und weinen und tragen edlen Samen, und kommen mit Freuden und bringen ihre Garben. Ps.126, 5.6.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정녕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시편 126장 5,6 절)
제2곡. Denn alles Fleisch, es ist wie Gras / 모든 육신은 풀과 같고 (합창)
가장 먼저 작곡된 곡으로, 일종의 장송행진곡이다. 베드로 전서에서 취한 가사는 엄숙하고 비통한 표정에 실려 모든 생명체의 필멸을 이야기하고, 야고보서에서 취한 가사는 한결 밝고 온화한 빛을 드리우며 인내와 기다림을 권유한다. 그리고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의 힘찬 외침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종결부는 이사야서에서 취한 가사로 시온의 영원한 희락을 노래하며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 마무리된다.
Denn alles Fleisch ist wie Gras und alle Herrlichkeit des Menschen wie des Grases Blumen. Das Gras ist verdorret und die Blume abgefallen. 1. Petri 1,24.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베드로 전서 1장 24절)
So seid nun geduldig, lieben Brüder, bis auf die Zukunft des Herrn. Siehe, ein Ackermann wartet auf die köstliche Frucht der Erde und ist geduldig darüber, bis er empfahe den Morgenregen und Abendregen. Jacobi 5,7.
그러므로 형제들아 주의 강림하시기까지 길이 참으라 보라 농부가 땅에서 나는 귀한 열매를 바라고 길이 참아 이른 비와 늦은 비를 기다리나니(야고보서 5장 7절)
Aber des Herrn Wort bleibet in Ewigkeit. 1. Petri 1,25.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 하였으니 너희에게 전한 복음이 곧 이 말씀이니라(베드로 전서 1장 25절)
Die Erlöseten des Herrn werden wieder kommen, und gen Zion kommen mit Jauchzen; ewige Freude wird über ihrem Haupte sein; Freude und Wonne werden sie ergreifen und Schmerz und Seufzen wird weg müssen. Jesaias 35,10.
여호와의 속량함을 얻은 자들이 돌아오되 노래하며 시온에 이르러 그 머리 위에 영영한 희락을 띠고 기쁨과 즐거움을 얻으리니 슬픔과 탄식이 달아나리로다(이사야서 35장 10절)
제3곡. Herr, lehre doch mich / 나의 종말과 연한이 어떠함을 알게 하사 (바리톤 독창과 합창)
가장 인간적이며 전곡의 핵심을 이루는 곡. 바리톤 독창이 고통스런 어조로 시편에서 취한 가사를 읊조리고 합창이 그 뒤를 따른다. 삶에 대한 회의와 이 세상의 허무, 인간의 고뇌가 절절하게 토로된다. 그에 대한 응답은 ‘올바른 영혼은 주의 손 안에 있어 고통 받지 않으리’라는 신념이다. 외경의 ‘솔로몬의 지혜’ 편에서 취한 이 후반부의 가사는 흔들림 없는 확신을 나타내는 낮은 D음의 오르간포인트 위에서 펼쳐지는 경이적인 푸가에 실려 끊임없이 반복된다.
Herr, lehre doch mich, daß ein Ende mit mir haben muß,und mein Leben ein Ziel hat, und ich davon muß. Siehe, meine Tage sind einer Hand breit vor dir, und mein Leben ist wie nichts vor dir. Ach wie gar nichts sind alle Menschen, die doch so sicher leben. Sie gehen daher wie ein Schemen, und machen ihnen viel vergebliche Unruhe; sie sammeln und wissen nicht wer es kriegen wird. Nun Herr, wess soll ich mich trösten? Ich hoffe auf dich. Ps.39, 4.5.6.7.
여호와여 나의 종말과 연한의 어떠함을 알게 하사 나로 나의 연약함을 알게 하소서
주께서 나의 날을 손 넓이 만큼 되게 하시매 나의 일생이 주의 앞에는 없는 것 같사오니 사람마다 그 든든히 선 때도 진실로 허사 뿐이니이다
진실로 각 사람은 그림자 같이 다니고 헛된 일에 분요하며 재물을 쌓으나 누가 취할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주여 내가 무엇을 바라리요 나의 소망은 주께 있나이다 (시편 39장 4 - 7절)
Der Gerechten Seelen sind in Gottes Hand und keine Qual rühret sie an. Weish. Sal. 3,1.
의로운 자들의 영혼은 하나님의 손에 들었나니 어떤 고통에도 닿지 아니하리라.(솔로몬의 지혜 3 장 1 절)
제4곡. Wie lieblich sind Deine Wohnungen / 주의 장막이 어찌 그리 사랑스러운지요 (합창)
가장 짧은 곡. 시편에서 취한 가사로 신의 사랑과 천국의 평안을 화사하고 청명하게 찬미한다.
Wie lieblich sind deine Wohnungen, Herr Zebaoth! Meine Seele verlanget und sehnet sich nach den Vorhöfen des Herrn; mein Leib und Seele freuen sich in dem lebendigen Gott. Wohl denen, die in deinem Hause wohnen,die loben dich immerdar. Ps.84, 1.2.4.
만군의 여호와여 주의 장막이 어찌 그리 사랑스러운지요
내 영혼이 여호와의 궁정을 사모하여 쇠약함이여 내 마음과 육체가 생존하시는 하나님께 부르짖나이다
주의 집에 거하는 자가 복이 있나이다 저희가 항상 주를 찬송하리이다(시편 84장 1,2,4절)
제5곡. Ihr habt nun Traurigkeit / 지금은 너희가 근심하나 (소프라노 독창과 합창)
마지막 단계에 추가된 곡. 요한복음, 이사야서, 외경 등에서 가사를 취한 이 곡에 브람스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초상을 투영했다. ‘어미가 자식을 위로함과 같이 내가 너희를 위로할 것이라.’ 소프라노 독창과 그 뒤를 따르는 합창이 신의 약속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Ihr habt nun Traurigkeit; aber ich will euch wieder sehen und euer Herz soll sich freuen und eure Freude soll niemand von euch nehmen. Ev. Joh. 16,22.
지금은 너희가 근심하나 내가 다시 너희를 보리니 너희 마음이 기쁠 것이요 너희 기쁨을 빼앗을 자가 없느니라(요한 복음 16장 22절)
Sehet mich an: Ich habe eine kleine Zeit Mühe und Arbeit gehabt und habe großen Trost funden. Sirach 51,35.
나를 보아라. 짧은 시간 동안 어려움과 수고함을 겪었으나 커다란 위로를 찾았도다.(집회의 서 51장 35절)
Ich will euch trösten, wie Einen seine Mutter tröstet. Jes. 66,13.
어미가 자식을 위로함 같이 내가 너희를 위로하리라(이사야서 66장 13절)
제6곡. Denn wir haben hie keine bleibende Statt / 우리가 영구히 머물 도성은 없고 (바리톤 독창과 합창)
라틴어 레퀴엠의 ‘진노의 날(Dies irae)’에 상당하는 곡. 우선 히브리서와 고린도 전서에서 취한 가사가 노래된다. ‘보라, 내가 너희에게 비밀을 말하노니, 우리가 다 잠잘 것이 아니요, 다 변화하리니, 마지막 나팔소리에 홀연히 그렇게 되리로다.’ 바리톤의 묵시적 선언과 함께 심판의 날에 대한 공포가 무섭게 일어난다. 그러나 여기서도 브람스는 요한계시록에서 취한 가사로 다시 한 번 ‘신의 섭리에 대한 믿음’을 노래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 궁극의 평안을 향해 나아간다. 힘차고도 우아한 고딕식 대푸가가 전곡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Denn wir haben hie keine bleibende Statt, sondern die zukünftige suchen wir. Ebr. 13,14.
우리가 여기는 영구한 도성이 없고 오직 장차 올 것을 찾나니(히브리서 13장 14절)
Siehe, ich sage euch ein Geheimnis: Wir werden nicht alle entschlafen, wir werden aber alle verwandelt werden; und dasselbige plötzlich, in einem Augenblick, zu der Zeit der letzten Posaune. Denn es wird die Posaune schallen, und die Toten werden auferstehen unverweslich, und wir werden verwandelt werden. Dann wird erfüllet werden das Wort, das geschrieben steht: Der Tod ist verschlungen in den Sieg. Tod, wo ist dein Stachel? Hölle, wo ist dein Sieg? l. Korinther 15, 51-55.
보라 내가 너희에게 비밀을 말하노니 우리가 다 잠잘 것이 아니요 마지막 나팔에 순식간에 홀연히 다 변화하리니
나팔 소리가 나매 죽은 자들이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고 우리도 변화하리라
이 썩을 것이 불가불 썩지 아니할 것을 입겠고 이 죽을 것이 죽지 아니함을 입으리로다
이 썩을 것이 썩지 아니함을 입고 이 죽을 것이 죽지 아니함을 입을 때에는 사망이 이김의 삼킨바 되리라고 기록된 말씀이 응하리라 사망아 너의 이기는 것이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고린도서 15장 51-55절)
Herr, du bist würdig zu nehmen Preis und Ehre und Kraft, denn du hast alle Dinge geschaffen, und durch deinen Willen haben sie das Wesen und sind geschaffen. Off. Joh. 4,11.
우리 주 하나님이여 영광과 존귀와 능력을 받으시는 것이 합당하오니 주께서 만물을 지으신지라 만물이 주의 뜻대로 있었고 또 지으심을 받았나이다 하더라(요한 계시록 4장 11절)
제7곡. Selig sind die Toten, die in dem Herrn sterben / 주 안에서 죽는 자들은 복이 있도다 (합창)
마침내 죽음의 공포는 사라지고, 망자는 승천하여 영원한 안식을 취하며, 그 뒤에 남겨진 자들도 위로를 얻는다. 요한계시록 제14장 13절이 장중하면서도 차분하게 울려 퍼지다가, 마지막에는 온화하고 조용하게 마무리된다.
Selig sind die Toten, die in dem Herrn sterben, von nun an. Ja der Geist spricht, daß sie ruhen von ihrer Arbeit; denn ihre Werke folgen ihnen nach. Off. Joh. 14,13.
자금 이후로 주 안에서 죽는 자들은 복이 있도다 하시매 성령이 가라사대 그러하다 저희 수고를 그치고 쉬리니 이는 저희의 행한 일이 따름이라 하시더라(요한 계시록 14장 13절)
[참고] 브람스, 독일 레퀴엠 [J. Brahms, Ein deutsches Requiem, Op.45] (클래식 명곡 명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