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udes-Tableaux, for piano, Op. 33 & Op. 39
Sergei Rachmaninoff, 1873~1943
Vladimir Ashkenazy, Piano
Etudes Tableaux Op 33
1. No. 1 in F minor
2. No. 2 in C Major
3. No. 3 in C minor
4. No. 4 in D minor
5. No. 5 in E Flat minor
6. No. 6 in E Flat Major
7. No. 7 in G minor
8. No. 8 in C Sharp minor
Etudes Tableaux Op 39
9. No. 1 in C minor
10. No. 2 in A minor
11. No. 3 in F Sharp minor
12. No. 4 in B minor
13. No. 5 in B Flat minor
14. No. 6 in A minor
15. No. 7 in C minor
16. No. 8 in D minor
17. No. 9 in D Major
라흐마니노프의 연습곡 작품 33은 1911년에 작곡되었고 39는 1916~1917년에 작곡된 것으로 라흐마니노프의 러시아 시대의 작품이 되었다. 제1곡은 1916년 10월 5일, 제2곡과 제3곡은 1916년 10월 14일, 제4곡-1916년 9월 24일, 제5곡-1917년 2월 17일, 제6곡-1916년 9월 27일 개정, 제7곡, 제8곡, 제9곡은 1917년 2월 2일 등의 날짜가 각각 기입되어 있다.
작품 33-1번 Allegro ma non troppo, f단조. 작품 33은 마치 딸꾹질을 하는 듯한 걸음걸이로 시작되는데, 저음부를 생각한다면 솔직히 말하여 매우 희한한 것이다. 어떠한 상상적 직관을 둘러싼 일종의 퍼레이드를 눈앞에 보는 듯한 그 인상에서도 역시 에릭 사티와 같다.
작품 33-2번 Allegro, C장조. 이 알레그로는 좀 더 친숙한 라흐마니노프 개인적인 언어로 씌여진 것이다. 아프페지오로 물결치는 듯한 왼손, 화성적으로 부챗살을 펼치는 듯한 오른손의 애절한 선율은 라흐마니노프가 주로 이용하는 상투적 수법이다.
작품 33-3번 Grave, c단조. 삭제되었던 두 곡 중의 하나이다. 평평하고 단조로운, 첫 출발점에서 못박혀버린 듯한(음절이나 음조 등등...) 모든 의지가 무효화되어버린 듯한 이 곡은 협주곡 4번의 라르고 부분에 다시 사용된다.
작품 33-4번 Moderato, D단조. 역시 삭제되었던 두 곡 중의 하나인데, 장난기가 어린 쾌활함과 우아함, 앞 곡의 안티테제로서 단숨에 작곡된 것처럼 보인다. 또한 끊어지지 않는 장단단격적 리듬, 5도 음정, 울림 있는 저음부, 그리고 종소리 등 작품집에 나타난 중요하고 근원적인 자신만의 고안물에 대해서도 언급해 둘 필요가 있겠다.
작품 33-5번 Non allegro, Eb단조. 이 수준에 이른 피아니스트들에게는 더 이상 '연습'을 해야 할 어떤 것은 없겠지만, '연습곡'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드문 곡 중의 하나이다. 작품 전체를 통틀어 이 곡은 가장 간략하고 가장 생기가 넘치며(presto 부분) 러시아에서 그가 '눈의 폭풍'이란 별명을 얻는데 공헌한 가장 열정적인 작품이다.
작품 33-6번 Allegro con fuoco, Eb장조. 이 곡은 다소 소란스럽게 들린다. 마치 '숲속의 연회'에 와 있는 듯하다. 종소리들의 울림, 장단단격의 스타카토, 환희로 넘칠 듯한 곡의 흐름, 순전히 외적인 광휘...
작품 33-7번 Moderato, g단조. 맥이 빠진 듯한 피아니스트는 다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는 이제 젊은 라흐마니노프의 스타일로 우리를 인도하며, 하나의 아리아가 딸린 아름다운 서창(recitative)로 시작한다. 평온한 분위기 속에 리스트와 쇼팽의 울림이 여기저기 가로지르고 있다.
작품 33-8번 Grave c#단조. 결론적이거나 적어도 종결적인 곡이다. 비극적인 음색과 음조는 우리들로 하여금 라흐마니노프가 전주곡 c#단조 작품 3의 '공적'을 다시금 편집해 넣지는 않았나 의심하게 만든다.
라흐마니노프의 연습곡 작품 39는 33번과 함께 [소리의 그림]이라는 제목으로 불리는데 화려한 기교를 담은 표제 음악적인 악곡이라는 점에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과 비교된다. 그러나 피아노의 서법에 있어서는 그것을 능가하며 내용의 명확성과 다양성에 있어서 연습곡의 수준을 뛰어 넘고 있다. 프랑스풍으로 'Etudes-tableaux'라고도 불리는데 거장적인 피아노의 기교와 소리에 의한 회화적 표현을 연결하고자 하여 이러한 곡명이 붙여진 것이다.
작품 39-1번 Allegro agitato, c단조. 벡클린 그림에서 따온 '폭풍우'. 대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저음부의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 위로 오른손이 가볍게 스치는 듯한 표현으로 저항할 수 없는 소용돌이를 묘사하고 있다. 음조는 마치 들끓는 듯하고 전체적으로는 음의 어울림이 강조된다. 청중은 호흡하고 상승하는 듯한 움직임과 동시에 땅에 박혀 있는 듯한 또 다른 움직임 사이에서 찢겨지고 있는 저 이중의 나선의 영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작품 39-2번 Lento assai, a단조. '바다와 갈매기'. 물과 관련된 새로운 연습곡으로 3연음부의 잔잔한 흔들림과 텅 빈 듯한 5도 음정, 약한 화음들은 한 편의 수채화를 연상시키고 있다. 저음부의 묘사가 '최후의 날'을 상기시킨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매우 산뜻하고 우아한 곡이다.
작품 39-3번 Allegro molto, f#단조. 음조는 스크리아빈을 연상케 하고 스타일도 음악이 정확한 템포로만 연주된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틀림없이 피아노 연주곡 중 가장 아름다운 곡의 하나일 것이다. 완충페달장치의 타건 속에 나타나는 저 격노한 듯한 선율들 가운데는 아직 죽음이 배회하는 듯하다(5번째 마디의 '최후의 날').
작품 39-4번 Allegro assai, b단조. 뭐라고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는 힘든, 우아함과 순박함의 묘한 섞임이 나타나는 곡이다. 결코 늘어지지는 않는 가벼운 반음계적 음부로 명암을 얻게 되는 화성과 저음부가 주는 그윽한 감미로움에 주목해보자.
작품 39-5번 Appassionato, eb단조. 전형적인 '스크리아빈식 연주회용 연습곡'으로서 빽빽하고 러시아적이며 열정적이고 타오르는 듯한 선율이 펼쳐지는 곡이다. 독창적인 점은 <회화적 연습곡>의 다른 곡들이 종종 그러하듯이 가장 소박한 소재들로부터 흘러나온다는 사실인 것이다.
작품 39-6번 Allegro, a단조. '빨간 모자'.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중에는 accelerando로 된 것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인데, 자세히 살펴본다면 전주곡 작품 32-4번과 전주곡 작품 3, 그리고 <회화적 연습곡> 39번의 여섯 번째 곡 앞부분을 수놓는 부분이 해당됨을 알 수 있다.
작품 39-7번 Lento, c단조. 또 다른 서사적 묘사의 하나로서, '장례행렬'(1~23 마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노랫가락'(24~32 마디), '마음을 흔들어놓는 굵은 빗방울'(36~69 마디), 끝으로 '성당의 종소리'(70~102 마디)로 펼쳐가는 이 곡은 놀랍도록 완벽하면서 또한 작품화된 음악적인 여러 수단들도 완벽하다. 라흐마니노프는 바로 이러한 자신의 세계 안에 존재한다.
작품 39-8번 Allegro moderato, d단조. 흔히 그런 것처럼 취약하기만 한 악상을 아주 공을 들여서 전개하고 있다. 거의 수수께끼와도 같은, 접하기가 힘든 음악이다.
작품 39-9번 Allegro moderato, D장조. 군대의 팡파르와 서정성이 넘치는 두 번째 주제, 그리고 종소리의 광대한 비상 등이 거의 교향곡의 피날레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