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iola, Op. 112
Jean Sibelius, 1865∼1957
▒ 타피올라(Tapiola Op.112)는 얀 시벨리우스(Jean Sibelius, 1865~1957)가 뉴욕 심포니 소사이어티의 지휘자 월터 담로쉬(Walter Damrosch, 1862~1950)의 요청으로 1926년에 완성한 곡이다. 초연은 1926년 12월 26일 뉴욕 교향악 협회 콘서트에서 월터 담로쉬의 지휘로 이뤄졌다. 편성은 플루트 2(1대는 피콜로 더블링), 오보에 2, 잉글리시 호른, 클라리넷 2, 베이스 클라리넷, 바순 2, 콘트라바순,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팀파니, 현악 합주로 되어 있다.
1926년 1월 뉴욕 심포니 소사이어티 지휘자 월터 담로쉬는 시벨리우스에게 새로운 교향시를 작곡해줄 것을 요청했다. 교향시의 주제는 시벨리우스가 원하는 것으로 하면 되는 것이었기에 그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시벨리우스는 다시 핀란드에 관한 주제로 돌아왔다. 〈타피올라〉는 고대 핀란드의 종교에 등장하는 인물을 주제로 하였다.
타피오는 숲의 신이자, 숲에 사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통치자이고 타피올라는 그가 사는 영토를 말한다. 타피오는 시벨리우스가 평생을 주제로 삼은 핀란드의 고대 서사시 《칼레발라》에서도 등장하는 인물인데 숲과 그곳에 사는 정령들을 의인화한 것으로 때로는 거대하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것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앞면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뒷면은 울퉁불퉁한 오래된 나무껍질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묘사되기도 한다. 다른 숲속의 정령들처럼 그는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고, 변덕스럽다. 그의 영역을 탐험하는 인간들은 그를 달래야 하고, 때론 그가 원하는 것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1926년 가을, 시벨리우스는 자신의 출판업자에게 타피올라의 주제를 설명하는 네 행짜리 '그 나무들은 널찍하게 서있었네, 북쪽 땅의 어스름한 숲이여, / 고대의, 신비로운, 어둡고 야만스러운 꿈이여. / 그 꿈속에는 숲의 전지전능한 신이 살고 있네. / 어둠 속의 숲의 정령들은 마법의 비밀을 짜고 있네.'라는 글을 보낸다. 그리고 이 글은 다시 나중에 이 곡의 출판본의 서문에 기록된다.
이것이 바로 시벨리우스가 출판업자에게 보낸 4행시이다. 아마도 우리는 〈타피올라〉를 듣는다면 그가 서문에 쓴 ‘북쪽 땅의 어스름, 신비스러움, 어두움’ 등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에서 시벨리우스의 오케스트레이션은 놀랍게 독창적이다. 말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초기 스트라빈스키의 기준에서는 그다지 대규모는 아니지만, 그는 중편성 오케스트라로부터 매우 강렬한 사운드를 끌어낸다. 그것은 시벨리우스만의 매우 특징적인 사운드이기도 하고, 그가 사랑한 핀란드 민속 주제를 강렬하게 표현할 수 있기도 하다.
특히 전체 곡을 통해서 우리는 거대하고, 열려 있고, 넓은 공간에서 울리는 음향을 들을 수 있는데 곡의 텍스처는 느리면서 매끄럽고, 거침없이 움직인다. 선율은 긴 호흡을 가지고 있지만, 절대 센티멘털하거나 감각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화성적으로는 긴 지속음이 등장하고, 금관악기의 활약은 매우 눈부시다. 거의 곡의 마지막 부분에는 반음계적인 음형이 등장하여 미세하게 떠는 현악기의 음향과 함께 두꺼운 음향 층을 형성한다. 얼음장 같은 목관악기는 숲 속을 헤집고 다니며 허리케인과 같은 힘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황량하고 무엇인가 금지된 듯한 이 사운드로부터 우리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끝없는 북구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