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캉춤에 얽힌 이야기와 캉캉 음악
캉캉(Can-can)’은 ‘스캔들’이라는 뜻으로 캉캉 춤은 곧 외설적인 춤사위의 쇼킹한 춤을 뜻했다. 롱스커트 아래 페티코트(속치마의 일종)를 걸치고 검정스타킹을 신은 고혹적인 무희들의 역동적 춤인 캉캉은 스커트를 들어올려 늘씬한 다리를 돌리거나 힘차게 발차기하는 야한 춤사위로 사내들의 얼을 쏙 빼는 그야말로 에로틱 댄스의 극치였다.
우리가 흔히 듣는 캉캉 음악은 독일 출신의 오페라 작곡가로 파리에서 활동한 자크 오펜바흐(1819~1880)의 오페레타(희극적 오페라) ‘저승의 오르페우스’ 2막에 등장하는 '지옥의 갤럽'이라는 원무에서 따온 것이다.
오펜바흐는 당대 파리 오페라계를 주름잡던 인물로 코믹하고 아름다운 스토리를 가벼운 선율에 실은 단막 오페라로 대중적 명성을 얻었다. 그는 풍자극의 명수로 인습에 얽매인 기득권 세력을 조롱하고 제2제정기 정치 및 사회의 부패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의 인기 비결은 같은 신화적 주제를 다룬 글룩의 오페라 ‘오프페우스와 에우리디케’와 비교해도 분명히 드러난다. ‘정령들의 춤’으로 유명한 글룩의 작품이 다소 우아하고 진지하게 접근, 무겁고 슬픈 분위기로 초지일관한 데 비해 오펜바흐는 그런 엄숙주의를 통렬히 비판한다.
그 절정이 바로 캉캉의 원조가 된 2막의 ‘지옥의 캘럽’이였다. 지옥을 방문한 제우스신의 주재로 열린 파티 장면에 등장하는 이 군무는 외설적인 춤사위로 크게 화제를 뿌렸다.
캉캉의 진원지는 1830년대 노동자들의 거주지였던 몽파르나스의 사교춤 클럽으로 원래는 남녀 네 쌍이 마주서서 추는 일종의 스퀘어댄스로 팔과 다리의 동작을 강조한 춤이었다. 캉캉은 점차로 그 레퍼토리가 다양화됐는데 제2제정기에 들어와 안무가인 피에르 상드리니가 ‘프렌치 캉캉’이라는 무대 공연 형식으로 정리했고 그는 이 작품들을 ‘물랭 루즈’의 무대에 올렸다. 물랭 루즈는 라 굴뤼, 잔 아브릴(툴르즈 로트렉의 그림에 나온다) 같은 스타급 댄서를 보유, 캉캉 춤의 메카로 통했다.
당시 젊은이들은 캉캉에 푹 빠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였다. 캉캉은 부도덕한 춤으로 손가락질 받았고 경찰의 단속대상이었다. 1880년에 발간된 프랑스의 한 사전은 캉캉을 ‘경찰이 공공장소에서의 공연을 금지한 점잖치 못한 춤’이라고 정의했을 정도니 당시 얼마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는지 짐작할 만하다.
흥미로운 점은 정작 프랑스보다도 영국과 미국에서 캉캉 춤에 더 열광했다는 사실이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아예 남자 무용수를 빼고 여자만 등장하는 새로운 버전을 개발해냈다. 이 새로운 캉캉은 1920년대 프랑스로 역수출되어 체계적인 안무를 갖춘 프렌치 캉캉으로 재탄생, 프랑스의 관광 효자상품이 된다. 영화 ‘물랭루즈’ 에 등장하는 프렌치 캉캉은 19세기의 오리지널 캉캉이 아니라 20세기의 ‘개정판’인 것이다.
캉캉을 소재로 한 명화들
캉캉을 소재로 한 음악들
캉캉 (French cancan) 공연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