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 1 in A, Op. 13
Gabriel Fauré 1845 - 1924
바이올린 소나타 1번 A장조는 포레가 처음으로 출판한 실내악이었다. 포레는 이 작품으로 작곡가로서 인정받게 되었다. 포레는 1872년에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스승 생상스를 통해 위대한 오페라 가수 폴린 비아르도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집에는 러시아의 소설가 이반 투르게네프가 머물고 있었다. 포레는 그 후 4년 동안 예술계 인맥이 두터운 가문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고 비아르도의 막내딸인 마리안을 유혹하기도 했다. 그녀가 약혼 중이었던(나중에 파혼한다) 1877년 포레는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의 소나타’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 소나타가 바로 이 작품일 것이다. 곡에서 뿜어져 나오는 환희나 선율의 엑스터시를 들으면 희망에 가득 찬 열정을 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곡은 신선함과 활기 덕분에 포레의 가장 사랑 받는 연주곡이 되었다. 4악장이며, 가끔 슈만, 멘델스존과 생상스의 낭만주의가 느껴지지만 경쾌하고도 감미로운 터치와 유려하고 섬세한 화성의 흐름, 전편에 걸쳐 면면히 이어지는 칸타빌레 선율, 스케르초에서 감지되는 세련된 유머 등은 분명 ‘가장 프랑스적인 낭만주의자’였던 포레의 독자적 개성을 가리키고 있다.
제1악장 : Allegro molto
이 소나타는 첫 악장, 첫 소절부터 듣는 이를 마법처럼 사로잡는다. 우아하게 노래하면서도 설렘과 신열의 기운을 머금은 피아노의 매력적인 탄주에 이어 바이올린이 등장, 감미로우면서도 열정이 느껴지는 주제 선율을 꺼내놓는다. 그 전개 과정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절묘한 어우러짐, 그리고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다양한 색채를 펼쳐 보이는 화성 변화를 놓치지 말자. 잠시 후 조금은 다른 표정으로 긴장감을 자아내는 새로운 주제가 등장하여 대비를 이루고, 음악은 놀라울 정도로 매끄러운 흐름을 이어가면서도 긴장과 이완 사이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소나타 형식의 극적 기복을 효과적으로 빚어낸다.
제2악장 : Andante
마음의 동요 내지는 우울을 느끼게 하는 느린 악장으로, 기저에 포레가 선호했던 뱃노래 리듬과 반음계적 서법이 깔려 있다. 역시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d단조의 주제와 F장조의 주제가 대비를 이루는데, 재현부에서는 단조 주제가 D장조로 바뀌어 나타난다.
제3악장 : Allegro vivo
활달하고 경묘하며 재기 발랄한 스케르초 악장. 얼핏 멘델스존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도 하지만, 그보다는 프랑스인들 특유의 분주함, 수다스러움이 연상되며 한편으론 술에 취한 듯한 흥청거림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숨 가쁜 진행 속에서도 포레 특유의 섬세함과 미묘함이 돋보인다. 중간의 트리오에서는 템포가 조금은 느긋해지며 유유히 흐르는 듯한 분위기와 표정이 떠오르는데, 그 이면에서 얼마간 슈만적인 기법과 감성이 감지되기도 한다.
제4악장 : Allegro quasi presto
다시 한 번 소나타 형식이 등장하여, 부드럽고 평온한 제1주제와 동요를 일으키는 제2주제가 대비를 이루며 진행된다. 다양한 대위선율, 교묘한 동기조작법 등이 적절히 활용되어 다채로운 흐름을 연출하며, 종결부에는 전곡에서 유일하게 바이올린이 순수한 기교를 뽐내는 장면이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디까지나 서정적이며, 마지막에는 이제까지의 과정을 마무리하기에 적당한 단호한 울림으로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