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Scherzi
Frederic Franois Chopin, 1810∼1849
▒ 스케르초는 베토벤이 만들어낸 형식으로서, 그는 소나타나 교향곡에 이 형식을 사용하였는데, 해학미를 지닌 경쾌한 곡조이다. 베토벤 이후 여러 사람이 이것을 사용했으며, 쇼팽도 이것으로 네 개의 곡을 만들었다. 그러나 쇼팽은 폴란드인이기 때문에 웃음과 농담, 또는 풍자적인 요소는 전혀 없으며, 동경심과 감미로운 서정성으로 차있다. 이와 더불어 불타는 정열과 힘찬 역동감이 듣는이의 마음을 생동케 하는것이 그의 스케르초라 함이 타당 할 것이다.
Scherzo No.1 In B Minor, Op.20
첫 번째 스케르초 Op.20(1832년작)는 오르간적인 울림이 인상적인 첫 주제로 시작하며 지그재그 음형이 정신없이 교차되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그리고 B단조라는 조성과 상대적으로 황량한 느낌을 주는 분위기는 끝까지 지속되며 빈번히 등장하는 불협화적인 요소와 싱코페이션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이와 대조적으로 눈물 어린 두 번째 주제는 웅변적으로서 세도막 형식에 탄력과 설득력을 부여한다. 이 B장조의 중심부는 폴란드의 찬송가인 ‘잠드소서, 어린 예수여’를 인용한 것으로서 일종의 자장가와 같은 성격을 띄고 있다. 조용히 움직이는 듯 평화로운 이 부분은 다시금 점점 어두워지며 폭풍이 불어닥치기 직전의 암울한 상태로 돌입한다. 이전보다 더 격렬하고 분노에 찬 듯한 패시지가 진행되며 마지막 코다에서는 모든 것을 부수어버릴 듯한 기세로 폭발해버린다.
이러한 음악적 표현은 분명 쇼팽과 동시대 작곡가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혁신적인 것이다. 이 작품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19세기의 대 피아니스트 안톤 루빈스타인은 이 첫 번째 스케르초에 대해 “악마들의 향연”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 작품은 1835년 친구인 알브레히트에게 헌정되었다.
Scherzo No.2 In B Flat Minor, Op.31
슈만은 쇼팽의 두 번째 스케르초 Op.31(1837년작)을 바이런의 고도로 충만한 정신을 머금고 있는 작품으로 이해했는데, 쇼팽은 연주할 때 시작부의 불길한 셋잇단음표가 납골당의 분위기와 같이 축 처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앞부분에서는 쇼팽의 변덕스러운 질문과 대답이 만발하는 가운데 놀랍게도 확장성 높은 멜로디가 등장하며 이질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A장조 트리오 부분은 대단히 경제적인 스타일로 시작하여 서서히 급박한 분위기와 화려한 비르투오시티로 발전해 나간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발전부는 하늘에서 천둥이 치는 듯한 강한 에너지를 수반하는 대목으로서 주요한 주제와 재료들을 반복하여 제시하여 앞부분과 동일한 느낌을 주되 훨씬 긴장감 높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코다는 점점 빠르고 격렬해지며 영광의 마지막 소용돌이를 향해 갖가지 음악적 요소들을 통합해낸다. 쇼팽이 사랑했던 마리아 보진스카에게 구혼을 했다가 그녀의 백부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한 슬픔과 분노가 서려 있는 이 작품은 작곡한 이듬 해 아델 드 푸르스텐슈타인 백작의 딸에게 헌정되었다.
Scherzo No.3 In C Sharp Minor, Op.39
불협화음은 다시 한 번 [스케르초 3번 Op.39]의 본질적인 원동력으로 사용된다. 오늘날까지도 이 도입부에 등장하는 옥타브 연타는 단호하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주요 주제는 쇼팽의 제자인 아돌프 구트만에 의해 제안된 것으로서, 그는 테이블에 구멍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무술에 능했다고 한다. 1839년 1월 마요르카 섬에서 작곡을 시작하여 그해 여름 이후에 완성된 이 작품은 결국 구트만에게 헌정되었다. 이와 대조를 이루는 코랄풍의 주제와 이에 폭포수의 물방울처럼 화사하게 하강하는 음형으로 화답하는 트리오 파트는 1842년 쇼팽이 방문했던 발데모사의 수도원에서 들은 전례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것일지 모른다. 마지막 부분에는 격정적인 변화와 확장이 이루어지며 쇼팽으로서는 이례적일 정도의 대담무쌍한 솜씨가 펼쳐진다.
Scherzo No.4 In E, Op.54
쇼팽의 행복한 감정이 가장 적극적으로 밖으로 드러난 작품이지만 동시에 가장 내용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불완전한 작품이기도 한 [스케르초 4번 Op.54]는 네 개의 스케르초 가운데 유일한 장조(E장조)로서 수줍은 듯한 변덕스러움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만큼 전체를 일관성 있게 해석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작품이다. 생상스는 톡톡 튀는 듯한 이 작품의 이러한 도회풍의, 다시 말하자면 전형적인 프랑스풍의 성격을 대단히 사랑했으며, 이러한 분위기를 발전시켜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 2번 G단조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피에르네 역시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 C단조]에서 이 [스케르초 4번]의 유쾌하면서도 세련되며 눈부신 테크닉을 고스란히 계승한 바 있다. 2박자와 3박자의 혼합은 [A플랫 장조 왈츠 Op.42]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보다 온화하고 활기찬 싱코페이션의 성격이 중간 부분인 ‘Piú lento’에서 등장하여 랩소디적인 간주곡 효과를 배가시키는 동시에 음영의 드리움을 재치있게 묘사한다. 코다는 이 작품의 스케르초적인 성격을 의식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지만, 마지막의 은빛을 발산하며 날아오르는 듯한 상승 스케일은 앞선 스케르초들에서의 엄격하면서도 냉혹한 외침과는 전혀 다른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