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col Paganini 1782∼1840
24 Caprices, Op. 1
휘파람소리 같은 하모닉스의 연속, 손에 쥐가 날 정도로 계속되는 트릴과 중음주법(두 세 음을 화음으로 한번에 연주하는 연주법), 활 털에 불이 날 정도로 튀겨대는 괴상한 운궁법 등 파가니니가 남긴 바이올린 악보를 보면 연주 불능에 가까운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파가니니 이전에 그 누구도 이런 바이올린음악을 작곡한 일이 없었다. 남들보다 팔과 손가락이 긴데다 손가락 뼈마디가 부드러웠다는 파가니니에게 이런 연주법은 아무 것도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이 땅의 평범한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겐 일종의 고문이나 다름없다.
파가니니는 워낙 독특하고 까다로운 연주법을 구사했기에 자신만을 위해 특별한 작품을 작곡하지 않고서는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내기 어려웠다. 그가 수많은 연주회에서 자신의 작품을 즐겨 연주했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 파가니니의 작품들 가운데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라 캄파넬라’(종)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바이올린 협주곡 2번] 3악장이 유명하다. 하지만 파가니니의 진면목을 알고자 한다면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24개의 카프리스]야말로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파가니니의 작품번호 1번에 해당하는 파가니니의 [24개의 카프리스]는 파가니니가 생전에 어떤 바이올리니스트였는지 짐작케 하는 무반주 바이올린 독주곡이다. 이 곡에는 파가니니가 구사했던 거의 모든 바이올린 주법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일종의 바이올린 경전이라 할 만한 이 작품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피해갈 수 없는 난해한 곡이기도 하다.
[24개의 카프리스]를 이루는 한 곡 한 곡의 길이는 길지 않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손가락의 근육이 견뎌내지 못할 정도의 고난도 기교가 펼쳐진다. 이토록 바이올리니스트를 긴장시키는 곡도 없을 것이다.
악보의 첫 페이지를 열면 카프리스 제1번의 악보를 가득 메운 32분음표의 물결에 압도될 것이다. 이 곡은 바이올린의 네 줄을 넘나들며 숨 가쁘게 움직여야하는 곡이다. 오른팔의 민첩한 활 놀림과 왼손의 정확한 코드 진행에 중점을 둔 이 곡은, 활의 탄력을 잘 조절해 얼마나 일정하면서도 또렷하게 튀어 오르게 하느냐 하는 점이 연주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럼 자주 연주되는 카프리스 5번은 또 어떤가? 빠른 아르페지오와 스케일의 전주와 후주가 붙어있는 이 곡에선 얼마나 빠르고 정확한 스피카토를 구사하느냐가 관건이다. 바이올리니스트들 사이에 ‘빨리 켜기’의 경쟁을 유발하는 고약한 곡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빠른 템포로 연주하면 ‘왕벌의 비행’처럼 웅웅대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제9번은 마치 종소리 같은 3도 화음으로 시작한다. 마치 두 사람이 2중주를 하듯 고음역과 저음역의 음색과 성격을 구별하는 묘사능력이 요구되는 곡이다. 슬러 스타카토와 트릴의 연속인 제10번의 무시무시한 기교 또한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두려움을 준다. 한 방향으로 활을 쓰면서 여러 음을 빠르게 끊어 연주해야하는 슬러 스타카토는 아무리 기교가 뛰어난 연주자라도 깨끗하게 연주해내기가 무척 어렵다.
‘악마의 미소’라는 별명이 붙은 제13번은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중 24번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곡으로, ‘13’이란 숫자가 주는 악마적인 느낌 외에 3도 화음을 유지하며 쭉 내려오는 음형이 마치 악마의 기괴한 웃음소리를 연상시켜 흥미롭다. 마치 트럼펫의 팡파르와도 같은 14번의 매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바이올린의 두 줄은 물론 세 줄도 한꺼번에 그어 연주해야하는 이 곡에서 트럼펫 주자들의 명쾌한 화음을 닮은 깨끗한 음색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가 파가니니로 분장해 출연한 영화 [애수의 트로이메라이](원제: Spring Symphony)에서 그가 연주한 카프리스 17번은 멋진 팡파르에 이어 빠른 반음계와 옥타브 화음의 연속으로 연주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작품이다. 옥타브 화음을 꽤 빠르게 연주해야하기 때문에 마치 기계체조 선수처럼 왼손가락을 유연하면서도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는 쉽지 않은 곡이다. 물론 영화 속의 크레머는 압도적인 기교로 이 곡을 완벽하면서도 악마적으로 소화해냈다.
파가니니 카프리스 전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24번은 길이도 가장 길고 주제와 변주 형식을 취하고 있어 바이올린의 각종 기교를 다채롭게 펼쳐 보일 수 있는 작품이다. 많은 작곡가들이 자신의 작품의 주제로 삼았던 익숙한 주제에 이어 11곡의 변주와 종결부가 펼쳐지는 동안, 바이올리니스트는 왼손으로 줄을 퉁기는 왼손 피치카토주법 을 비롯해 옥타브와 10도, 중음주법 등 각종 기교를 선보이며 주제 선율을 장식해간다.
1. No. 1 in E 2. No. 2 in b 3. No. 3 in e 4. No. 4 in c 5. No. 5 in a 6. No. 6 in g 7. No. 7 in a 8. No. 8 in E-flat 9. No. 9 in E 10. No. 10 in g 11. No. 11 in C 12. No. 12 in A-flat 13. No. 13 in B-flat 14. No. 14 in E-flat 15. No. 15 in e 16. No. 16 in g 17. No. 17 in E-flat 18. No. 18 in C 19. No. 19 in E-flat 20. No. 20 in D 21. No. 21 in A 22. No. 22 in F 23. No. 23 in E-flat 24. No. 24 in 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