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베토벤

베토벤 : 현악4중주 16번, Op. 135 [Takács Quartet]

想像 2020. 10. 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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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ing Quartet No. 16 in F Major, Op. 135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베토벤의 현악 4중주 중 마지막 작품일 뿐만 아니라 모든 장르를 통틀어 작곡가의 최후 작품이다(본 작 이후 작곡된 곡은 ‘대 푸가’를 대신한 현악 4중주 13번의 마지막 악장뿐이다). 1826년 봄, 이 작품을 이미 구상하고 있었던 베토벤은 1826년 7월에 착수해서 10월에 완성했다. 그가 사망하기 5개월 전이다. 1826년 베토벤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7월에는 빗나간 조카 칼이 권총으로 자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9월에는 동생 요한의 권유로 그나이젠도르프로 가서 작곡을 했다. 경치 좋은 곳에서 산책도 하며 지냈지만 갖가지 병은 베토벤의 건강을 좀먹고 있었다. 수종이 생기고 식욕이 감퇴된 베토벤은 우울하게 지낼 때가 많아졌다. 그러다 빈으로 돌아올 때 베토벤은 폐렴에 걸렸다. 이 병이 결국 사망으로 이어졌다. 1827년 3월 26일 세상을 떠난 베토벤의 사인은 간 경변이었다.

 

이 작품에서 베토벤은 그간 6악장(13번), 7악장, 5악장 형식에 이어 고전적인 4악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음악은 중후하지만, 예상 외로 전반적으로 매우 밝고, 이것이 마지막 작품인가 느껴질 때도 있다. 불굴의 투지보다는 맑고 투명한 깨달음의 경지가 있다. 밝은 해방감, 깊은 정신성, 종교적인 정화 등을 보여주는 남다른 곡이다.

 

어쩌면 그는 이 작품을 쓰면서 어느 정도 자신의 장래를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남겨진 생명이 별로 길지 않다는 것을 예감하면서 이 곡을 쓴 것이 아닐까? 중후한 3악장은 아무래도 그 깊이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동안 괴로운 일도 많았다. 그러나 그럭저럭 충실한 인생이었다’고 베토벤은 생각했을 것 같다. 4악장은 밝다. 마지막 힘을 다해 눈부신 세상을 그리는 듯하다. ‘구원’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만년의 베토벤이 느끼던 것들, 악성 베토벤이 마지막으로 도달한 경지가 여기 있다.

 

Beethoven: The Late String Quartets

 

1악장 알레그레토

 

밝고 간결하다. 초기작과 같은 명료함으로 다가온다. 베토벤의 긴장감보다는 음악을 즐기는 모차르트의 모습이 숨겨져 있기도 하다. 단편적인 선율에 의한 흐름이나 악상을 유기적으로 통일시키는 것은 역시 베토벤의 솜씨이다. 베토벤이 창조해온 현악 4중주의 정수가 함축돼 있다. 첼로가 엄격한 서주를 제시하면 바이올린이 짧게 대답한다. 제1주제는 3개의 악기로 각기 연주되며 새로운 선율은 제1바이올린에 나타난다. 제2주제는 제2, 제1바이올린으로 연주되고 제시부 뒤 발전부로 이어진다. 재현부와 코다를 거쳐 조용히 끝난다.

 

 

2악장 비바체

 

여기서는 분명한 베토벤의 성격이 드러난다. 뚜렷이 지시하지는 않지만 스케르초에 해당되는 악장이다. 3/4박자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현기증 나는 속도와 예민한 리듬으로 약동하는 듯한 해방감을 안겨준다. 중간부는 제1바이올린이 기본적인 모티프를 연주한다.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음형이 반복된다.

 

 

3악장 렌토 아사이 칸탄테 에 트란퀼로

 

경쟁하듯 질주하던 스케르초 다음에 느긋하고 조용하게 슬픔을 노래한다. 환상적인 변주곡 형식으로 정신적인 깊이와 우아한 종교적 정화를 보여준다. 그러나 마냥 눈물을 자아내는 슬픔이 아니라 어쩐지 동경과 평화로운 정서를 드리우고 있다.

 

 

4악장 알레그로 그라베

 

마지막 악장에는 ‘괴로워하다 힘들게 내린 결심(Der Schwergefasste Entschluss)’ ‘그래야만 할까(Muss es sein)?’ ‘그래야만 한다!(Es Muss Sein)’이란 말이 기록돼 이 작품에 신비한 기운을 드리우고 있다.

 

‘괴로워하다가 간신히 굳힌 결심’에 두 가지 동기가 나온다. 비올라와 첼로가 ‘그래야만 하나’하고 물으면 바이올린이 왠지 부드럽게 반응한다. 다시 비올라와 첼로가 질문한다. 몇 번의 질문에 바이올린은 점차 답변을 하기 시작한다. 알레그로로 들어오면 명확하게 ‘그래야만 한다’고 대답하는 피날레가 시작된다.알레그로는 경쾌하고 밝고 튀는 분위기로 바뀐다. ‘그래야만 하나?’ 물음이 무겁고 신중했지만, ‘그래야만 한다’는 응답은 경쾌하게 시작된다. 도중 레가토 되어 리듬을 잃지만 알레그로는 정확하게 2박자다. 곡이 진행되면서 경쾌함에 대한 놀람은 해소된다. 첼로에 나타나는 선율도 애수를 띠고 있다. 후반 근처에 다시 첫머리의 ‘그래야만 하나?’ 질문이 재현되지만 이때는 포르테로 바뀌며, 바이올린은 치열한 화음을 연주한다. 알레그로로 경쾌하게 진행되다가 끝을 맺는다. 순수하고 아름답다. 베토벤은 이런 마무리를 꿈꾸었던 것일까. 어쩐지 숙연해진다.

 

 

발췌/수정 : [네이버 지식백과] 베토벤, 현악 4중주 16번 [Beethoven, String Quartet No. 16, F maior op. 135] (클래식 명곡 명연주, 류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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