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베토벤

베토벤 : 후기 현악4중주 작품 [Takács Quartet]

想像 2020. 10. 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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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te String Quartets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Takács Quartet Beethoven: The Late Quartets

String Quartet No.12 in E flat, Op.127
String Quartet No.14 in C sharp minor, Op.131
String Quartet No.15 in A minor, Op.132
String Quartet No.16 in F, Op.135
String Quartet No.11 in F minor, Op.95 - "Serioso"
String Quartet No.13 in B flat, Op.130
Grosse Fuge in B-Flat Major, Op. 133


현악 4중주를 비롯한 실내악은 교향곡이나 피아노 소나타와 함께 베토벤 창작의 중추였다. 베토벤을 통해 현악 4중주는 18세기의 오락음악의 성격을 완전히 벗어나 순수한 음향에 의한 절대음악의 세계로 들어섰으며, 듣는 이로 하여금 과장이 없는 음악 그 자체의 세계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베토벤은 현악 4중주 만큼 전 생애를 통해 골고루 작곡한 것은 없다. 비록 피아노 소나타나 교향곡도 전 생애를 통해 작곡했으나 현악4중주 만큼은 하지 못하다. 그는 모짤트나 하이든의 영향을 받은 초기에 6곡의 현악 4중주를 작곡했으며, 예술성의 극치라고 일컷는 중기에 또한 3곡의 라주모브스키를 포함해 5곡, 그리고 인간성 혹은 철학적 극치라고 일컷는 후기에 5곡과 대 푸가, 그래서 전부 17곡의 현악4중주가 있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는 다른 장르보다 창작 시기 구분이 용이하다. 1798~1800년에 쓰여진 Op.18의 여섯 곡은 초기, 1806~1810년의 다섯 곡은 중기, 1822~1826년 죽음을 앞두고 작곡한 다섯 곡의 4중주와 대 푸가는 후기를 대표한다.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이 곡들은 베토벤 양식 특유의 성격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베토벤의 내면적 사유와 성찰을 음을 통해 깨달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이후 작곡한 베토벤의 작품은 교향곡적인 화려함이나 외면적인 호소력은 없지만 악장 수가 확대되었고 기존의 주제와 동기 발전 서법이 희박해졌으며, 성부들의 짜임새도 대위법적인 부분과 단순한 부분으로 대조적인 양상으로 변화한다. 이런 음악적인 난해함 때문에 베토벤의 4중주는 듣는 이들에게 긴장감과 의문을 갖게 하기도 한다

 

후기 현악4중주 작품

 

9번 교향곡만을 듣고 베토벤이 위대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것과 같은 혹은 그 이상의 경지를 느껴보지 못한 경우인데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9번교향곡 이후에 작곡되어진 6개의 현악사중주 때문이다. 선배작곡가를 거의 인정하지 않았던 바그너는 베토벤조차도 9번교향곡과 6개의 후기현악사중주만을 인정했다. 다시말하자면 그의 "후기"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감히 베토벤을 위대하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처음 듣는 사람은 이것이 베토벤의 작품인가를 의심하기도 하며, 더욱이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와 동시대에 살았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특히 17번인 "대푸가"는 당시는 물론이거니와 현대음악에 익숙해진 20세기 음악인들까지 그 난해함에 놀란다. 아기를 위한 태교음악을 찾는 사람이나 차분한 클래식음악을 즐겨보려는 사람에게는 절대 권하지 말아야 하는 곡이다. 하지만 이런 파괴적인 곡만 있는 것이 아니다.

 

13번의 "카바티나" 악장은 현악사중주중에 가장 매력적안 악장이며, 14번의 스케르쵸는 너무 재밌다 못해 폭소를 터뜨리는 부분도 있다. 15번의 일명 "감사의 노래"라고 불려지는 매우 느린 악장이 있는데, 합창교향곡의 마지막 악장과 함께 배토벤의 대표작으로 꼽는 사람도 많다. 믿겨지는가?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세계가 있었다는 것을. 

 

12번 (Op.127) : 아주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찬 낭만현악사중주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곡이다. 하지만 다른 곡들의 위대함에 좀 눌리는 듯 하다.

 

13번 (Op.130) : 6악장짜리 곡인데 "사랑스런 사중주"로 불릴 만큼 전체적으로 예쁜 곡이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5악장 카바티나는 정말 소름이 끼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다음악장이 충격적이고도 이상한 "대푸가"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출판업자와의 피할 수 없는 마찰로 인하여, 좀 더 가벼운 악장으로 다시 쓰여졌으며 대푸가는 17번으로 독립했다. 그래서 CD를 사면 보통 13번과 대푸가가 함께 들어있다.

 

Op.133  "대푸가" 이 괴상하고 시끄럽고 난해한 곡은 앞서 말했듯이 13번의 마지막 악장이었다. 한 개의 악장임에도 불구하고그 길이가 무려 15분이 넘는다. 시작부터 연주자들의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5분연속 포르티시모!! 이곳을 통과하면 이번에는 3분짜리 피아니시모를 연주하게 되어있다. 이러한 극도의 긴장속에서 음악사상 유래없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돌진하는데... 스트라빈스키가 이 곡을 "영원히 현대적인 곡" 이라고 했을 만큼 충격적인 기법들로 가득한 이 거대한 곡에 대해서는 후에 별도로 다루어야 할 것 같다.

 

14번 (Op.131) : 총 7개의 악장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곡이다. 그 중 5악장 스케르쵸는 정말로 기발하며, 투병중이던 슈베르트가 이 곡을 듣고 병세가 더 악화될 정도였다고.

 

15번 (Op.132) : "병이 나은자가 신에게 드리는 감사의 노래"라는 긴 제목의 3악장은 길이도 길다(무려 20분). 이 곡을 이어폰을 꽂고 듣고 있으면 눈이 멍해지면서 허공을 응시하게 되고 눈썹이 찡긋해지면서 돌아온 날을 생각하게 된다. 또 마지막 악장은 원래 9번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위해 작곡되었던 곡으로 그에 버금가는 감동이 있다.

 

심원한 경지를 보여주는 제12번부터 제16번에 이르는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곡 다섯 곡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제15번이다. 선율이 쉽게 귀에 와 닿고 서정적인 부분이 많으며 깊은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이 곡은 제12번, 제13번과 함께 러시아의 귀족 갈리친 공작을 위 하여 작곡한 것으로 1825년의 작품이다. 곡은 모두 5악장인데 3악장 몰토 아다지오에는 '병에 서 회복한 자가 하나님에게 감사하는 성스러운 노래'라고 적혀 있다. 이것은 2악장까지 완성한 후에 병으로 작업을 중단했던 베토벤이 그 병을 극복한 다음 3악장부터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착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에서 회복한 베토벤의 기쁨과 감사하는 마음이 절실하게 토로된 감동적인 음악이다. 인생을 깨달은 자기 내성적인 관조가 잘 표현된 이곡에 대하여 로망 롤랑 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베토벤의 작품 중에서 그의 인간성이 가장 깊이 스며 있는 작품 이다."

 

16번 (Op.135) : 베토벤의 너무나도 심오(?)하며 해석불가능한 질문과 답변이 있다.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 한다." 바로 이 곡의 4악장이 이 유명한 문구가 적힌 멜로디로 시작한다. 베토벤 자신의 작품세계에 던지는 심오한 질문이었을까? 아니면 소문처럼 가정부에게 밀린 월급을 줄까 말까에 대한 결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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