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바그너

바그너 : 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 / 지그프리트(Siegfried) [Berliner Philharmoniker · Herbert von Karajan]

想像 2020. 9. 1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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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ing of the Nibelung : Siegfried
Richard Wagner, 1813 ~ 1883

바그너는 〈로엔그린〉과 함께 이후 새롭게 펼쳐질 오페라 분야에서의 새로운 길목에 서게 된다. 그의 새로운 작품은 다름아닌 〈니벨룽겐의 반지〉였다. ‘사흘과 하룻밤의 서야(序夜)를 위한 무대 축전극’이라는 제목을 지닌 이 작품은 서야 ‘라인의 황금(Rheingold)’, 1일 ‘발퀴레(Walküre)’, 2일 ‘지크프리트(Siegfried)’, 3일 ‘신들의 황혼(Götterdämmerung)’으로 구성된 4부작이다. 이 전대미문의 대규모 악극은 1848년에 작곡을 시작하여 1876년에 비로소 완성된 대역작이다. 과거와 미래의 인간의 운명에 관한 전설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후세의 작곡가들에게 미친 영향을 고려할 때, 혹은 이 작품 자체가 지닌 특이한 매력 때문에 아마도 모든 오페라 중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

 

 

Berliner Philharmoniker · Herbert von Karajan Wagner: Siegfried


- 지그프리트(Siegfried) -

 

서야(序夜)인 <라인의 황금>에서는 라인의 처녀를 사랑해볼까 시도했던 난쟁이 알벨리히가 처녀들에게 놀림을 받고, 이에 보복심으로 사랑을 저주하고 권력을 얻고자 황금을 빼앗아 달아나 반지를 만들어 세계정복을 꿈꾸는 장면, 신들의 우두머리인 보탄이 신들이 거처할 멋진 성 발할성을 지어준 댓가로 거인족 형제에게 미의 여신인 프라이아를 넘겨주기로 하였으나, 이에 상응하는 다른 것을 줄 생각으로 책략과 불의 신 로게의 조언으로 알베리히의 보물과 반지를 빼앗아오는 장면, 반지를 빼앗긴 알베리히가 그 반지에 저주를 내리고, 반지를 움켜진 거인족 형제들에게 이내 반지의 저주가 나타나 동생 파프너가 형 파졸트를 죽이고 반지와 보물을 가지고 사라진 후, 신들이 새로 지은 멋진 발할성에 입성하는 장면까지가 펼쳐졌다.

 

<발퀴레>에서는 자신의 한때의 욕망이 결국 신들의 멸망을 부를 것이라는 운명을 감지한 보탄이 이를 막기 위해 두 가지 대비책 즉, 신으로부터 자유로운 의지를 가진 인간 영웅 즉, 뵐중족을 만들어서 '반지'를 파프너에게서 빼앗아 다시 라인처녀들에게 돌려주는 일과 한편으로는 알베리히의 복수에 대비해 발할성을 방어하기 위해 아홉명의 발퀴레를 모으는 일에 여념이 없는 장면 그리고 이러한 보탄의 '신들 구하기 1차시도'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좌절을 겪게 되고 오히려 보탄의 사랑하는 딸 브륀힐데가 아버지로부터 신권을 박탈당하게 되는 비극이면서 동시에 <반지>의 줄거리를 더욱 미묘하고 장려하게 이루어지게 하는 과정이 펼쳐졌다.

 

<지크프리트>는 <발퀴레>나 <신들의 황혼>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진정한 매니아나 골수 바그네리안들 사이에서는 <지크프리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지크프리트>는 어린 영웅 지크프리트가 성장해서 브륀힐데를 만나기까지의 이야기가 드라마로 진행된다. 아버지 지그문트가 이루지 못한 꿈을 그의 아들, 즉 보탄의 3세가 이루기를 갈망하는 목적 속에서 이루어진다.

 

지그프리트의 성장 과정은 자세하게 그려져서 마치 성장 드라마처럼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파프너가 커다란 구렁이로 변신해 잠들어 있던 동굴에서 지글린데가 지그프리트를 낳고 죽고 그 이후 알베리히의 동생인 난쟁이 미메의 손에서 성장하는데,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무구한 아이로 그려진다. 특히 그는 두려움을 모르는 아이인데, 두려움 그 자체뿐만 아니라 권력과 황금, 즉 <라인의 황금>에서 모든 종족들이 탐내던 그것들에 대한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인 것이다. 그런 욕심없는 순수한 마음만이 세상을 구원하고 신들을 멸망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영웅이 될 자격이라고 바그너는 생각했다. 이 점은 바그너의 또 다른 악극 <파르지팔>과 유사하다.

 

지그프리트는 아버지 지그문트의 부러진 칼 노퉁을 붙여서 그것을 지니고서 니벨룽의 반지와 황금을 가지고 커다란 구렁이로 변해서 숲 속에 있는 파프너를 만나러 간다.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파프너지만 두려움을 모르는 지그프리트이기에 그는 아무런 저항 없이 파프너를 대적한다. 지그프리트는 노퉁으로 파프너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때 파프너의 뜨거운 피를 먹게 되어 지그프리트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게 되는데, 새들은 그에게 산속에서 잠자고 있는 브륀힐데를 깨우라고 일러준다. 그리하여 지그프리트는 두려움이 없으므로 브륀힐데를 둘러싸고 있는 불을 뚫고 나아가서 그녀를 만나게 된다. 이렇게 하여 고모와 조카가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때 브륀힐데를 만난 지그프리트는 난생처음으로 가슴이 뛰고 호흡이 가빠짐을 느끼는데, 그는 비로소 이것이 두려움이라고 느낀다. 두려움을 모르는 영웅을 두렵게 만든 것은 괴물도 불도 아니고 여자였으니, 다시 말하자면 권력이나 황금은 그를 뜨겁게 하지 못했고 그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오직 사랑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브륀힐데와의 뜨겁고 장대하고 극적인 첫 만남의 긴 장면이 장대한 악극 <지그프리트>의 대단원이 된다.

 

등장인물

 

지그프리트 - 지그문트와 지글린데 사이에서 태어난 청년 / 테너

미메 - 니벨룽 족의 난쟁이로 알벨리히의 동생. 대장장이 / 테너

방랑자 - 신들의 우두머리인 보탄. 여기서는 방랑자로 나온다. / 베이스바리톤

알베리히 - 니벨룽 족의 난쟁이 / 베이스바리톤

파프너 - 거인. 여기서는 커다란 구렁이로 변해 있다. / 베이스

에르다 - 운명과 지혜의 여신 / 콘트랄토

브륀힐데 - 발퀴레. 보탄과 에르다 사이의 딸 / 소프라노

숲 속의 새 / 소프라노

 

- 제1막 -

 

전주곡

 

제1장 : 숲에 가까운 동굴

 

막이 오르면 동굴에 차려진 대장간이다. 이곳에서 알베리히의 동생인 난쟁이 미메가 대장간을 차려서 칼을 만들고 있다. 지그프리트도 그의 손에서 성장하여 함께 살고 있다. 미메는 매일 열심히 칼을 만들어서 파프너를 죽이고 니벨룽의 반지와 황금을 차지할 생각으로 만들지만, 장난꾸러기 지그프리트가 와서 한번 내려치면 칼은 두 동강이 나고 만다. 미메의 독백 <중노동이여, 결실 없는 고생이여!>가 시작되면서 오늘도 열심히 칼을 만들고 있다.

 

지그프리트가 곰 한 마리를 데리고 와 미메를 골려주면서 등장하는데, 그는 자신을 키운 미메를 구박한다. 이에 서운한 미메가 지그프리트를 주워다 키운 것에 고마움을 가지라며 서로 이야기를 한다. 미메는 “그래도 네가 매번 숲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버지인 날 사랑하는 게 아니겠냐?”고 말하지만, 지그프리트는 “우리가 숲 속의 새들처럼 사이가 좋지는 않잖아?”고 응수한다. 지그프리트가 “당신이 내 아버지라면 어머니는 누구냐?”고 묻자, 미메는 “내가 바로 너의 아버지아자, 어머니”라고 말하지만, 지그프리트는 “새들이나 다른 동물들도 어미와 새끼는 닮았는데, 우리는 닮은 데가 없어”라고 응수한다.

 

그러자 미메는 지그프리트를 주워다 키운 이야기를 ‘양육의 노래’로 알려진 미메의 이야기<옛날 한 여자가 쓰러져>로 시작한다. 지글린데가 이곳와 아이를 낳고 죽은 이야기, 그리고 그 아이가 바로 지그프리트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에 지그프리트가 “믿을 수 없다. 증거를 대라”고 말하자, 미메는 지글린데가 가지고 있던 두 동강 난 칼 노퉁을 꺼내서 보여준다. 칼을 본 지그프리트는 미메에게 “이 칼을 붙여놓으라”고 으름장을 놓고 숲으로 가버린다.

 

제2장

 

미메 혼자 있는 대장간 앞에 방랑자가 나타난다. 그러나 미메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며 귀찮을 뿐이다. 그런데 방랑자는 자꾸 미메에게 접근한다. 방랑자는 미메에게 “나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면 다 맞추겠다”고 제의하면서 “만일 맞추지 못하면 목을 내놓겠다”고 한다. 귀찮은 미메는 하는 수없이 첫 번째 문제로 “땅 밑에는 어떤 종족이 살고 있느냐?”고 묻는다. ‘니벨룽의 동기’가 흐른다. 방랑자는 “난쟁이 종족인 니벨룽이 살고 있으며, 그 나라는 니벨하임이며 우두머리는 알베리히다”라고 말한다. 두 번째 문제는 “땅 위에는 어떤 종족이 사는가?”이다. ‘거인의 동기’가 연주된다. 방랑자는 “땅 위의 나라는 리젠하임인데, 파졸트와 파프너라는 거인 형제가 살고 있었다. 파프너는 파졸트를 죽이고 지금은 큰 구렁이로 변해 반지를 지키고 있다”고 대답한다. 미메는 세 번째로 “그러면 하늘에는 어떤 종족이 사느냐?”고 묻는다. ‘발할 성의 동기’가 나온다. 방랑자는 “신들이 살고 있으며 우두머리는 보탄이다. 그는 하늘을 떠받치는 물푸레나무로 창을 만들어 다니면서 그것으로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방랑자가 모습을 드러내며 창으로 바닥을 내려치자, 미메는 놀라서 나둥그러진다.

 

달아나려는 미메를 붙잡고 방랑자는 “내가 세 개의 질문을 할 테니 대답하라”고 말한다. 첫 번째 질문은 “보탄이 가장 사랑하면서도 또한 괴롭히는 종족은 누구냐?”이다. ‘뵐중 동기’가 흐른다. 미메는 “보탄의 피를 받은 뵐중족”이라 대답한다. 두 번째 질문은 “한 니벨룽이 지그프리트로 하여금 파프너를 죽이게 해 반지를 차지하려고 하는데, 파프너를 죽이려면 무슨 무기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미메는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그 부러진 칼은 노퉁인데, 한 대장장이가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칼의 동기’가 흐른다. 마지막 질문은 “그 칼을 다시 만들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이다. ‘지그프리트 동기’가 연주되지만 미메는 답을 몰라 전전긍긍한다.

 

방랑자는 “너는 정작 가장 필요한 질문은 하지 않고, 필요 없는 것들만 나에게 물었군. 하지만 네가 내기에 졌어도 지금 목을 내놓으라고 하지는 않을테니 걱정 마라”고 말하고는 “그것을 할 수 있는 자는 두려움을 모르는 자”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제3장

 

미메는 혼란스러워하는데, 지그프리트가 숲에서 돌아온다. 미메는 숲을 지키는 큰 구렁이 파프너를 언급하며 “크고 어두운 숲에서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느냐?”고 말하지만 지그프리트는 전혀 알지 못한다.

 

지그프리트는 “부러진 칼을 내가 붙여보겠다”고 하며 나선다. 미메는 “그러게 그동안 나에게 칼 만드는 법이라도 배워놓지?”라고 말하지만 지그프리트는 “만들지도 못하는 사람 기술을 배워서 뭐 해?”라며 본인이 연장을 집어 들고 칼을 만든다. 이것이 유명한 ‘지그프리트의 칼 만드는 대목’이다. 박력 넘치는 관현악을 배경으로 금속을 두드리는 망치 소리를 내며 지그프리트는 신나게 칼을 붙인다.

 

그런데 지그프리트가 칼으 만드는 동안 미메도 무언가 열심히 만드는데, 그것은 스프이다. 미메는 “네가 칼 만드는 수고가 끝나면 피로도 풀 겸 줄 스프다”라고 말하지만 실은 지그프리트가 노퉁으로 파프너를 죽이면, 그 뒤 지그프리트에게 스프를 먹여 죽이고 자신이 반지를 차지하겠다는 속셈이다.

 

지그프리트는 노퉁이 완성되자 모루를 내려친다. 그러자 모루가 두 동강으로 쪼개진다. 지그프리트는 노퉁을 든 채 숲으로 달려가면서 막이 내린다.

 

 

- 제2막 -

 

전주곡

 

제1장 : 숲 속, 파프너가 사는 동굴 앞

 

파프너가 큰 구렁이로 변해 반지를 지키고 있는 동굴 앞이다. 그 앞에 알베리히가 나타난다. 그는 파프너에게서 반지를 되찾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때 한 사람이 나타나는데 방랑자의 복장을 한 보탄이다.

 

알베리히는 그가 보탄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반지를 훔친것에 따진다. 보탄은 알베리히에게 “지금은 지그프리트가 오고 있다. 그것은 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그프리트 자신의 뜻과 같다”라고 이야기 한다.

 

알베리히는 파프너를 불러 충고한다. “지금 힘센 영웅이 이리 오고 있다. 그러니 반지만 나에게 주면 내가 영웅을 대신 물리쳐주겠다. 그리고 나머지 황금은 너에게 다 주겠다”고 제의한다. 그러나 파프너는 거절한다. 알베리히와 보탄은 나간다.

 

제2장

 

숲에 미메와 지그프리트가 등장한다. 미메는 지그프리트에게 두려움을 가르쳐주려고 큰 구렁이에 대해 설명하지만, 알아듣지 못한다. 그는 “파프너는 염려 말라”고 하면서 미메를 쫓아 보낸다.

 

혼자 남은 지그프리트는 “저런 자가 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말하며 누워서 상념에 사로잡힌다. 그는 어머니가 누구인지, 왜 자신을 낳고 죽었는지 궁금해한다. 그는 숲의 새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숲의 속삭임 동기’와 ‘숲의 새 동기’가 나오는 이 대목은 작품 전체에서 서정적이고 고요한 대목이다. 기분이 좋아진 지그프리트는 새들을 향해 뿔피리를 불어준다.

 

뿔피리와 새소리에 방해를 받은 파프너가 등장한다. 거대한 몸을 꿈틀대면서 무시무시한 형상으로 ‘큰 구렁이 동기’와 함께 나타나지만, 지그프리트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 소년의 모습에 파프너는 기분이 상하고, 드디어 둘의 대결이 시작된다. 싸움이 벌어지지만, 지그프리트는 노퉁으로 파프너의 심장을 찌른다.

 

쓰러지는 파프너는 소년을 향해 “대체 너는 누구냐? 겁 없는 아이야. 만일 나를 죽이라고 시킨 자가 있다면 이제 그가 너를 죽일 것이니 조심하라”고 경고하고는 숨을 멈춘다.

 

뱀을 죽인 지그프리트가 뱀의 피가 묻은 손을 자기도 모르게 입술에 대자, 새가 노래하는 내용이 귀에 들리기 시작한다. 새의 소리는 콜로라투라 기교의 소프라노가 맡는데, 무대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새 소리는 파프너의 동굴 안에 타른헬름과 반지가 있다고 가르쳐준다. 그 소리를 듣고 지그프리트는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제3장

 

숨어서 지켜보던 미메는 파프너가 죽은 것을 보고 나타난다. 알베리히도 나타난다. 두 형제는 서로 파프너의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

 

그때 반지와 타른헬름을 손에 넣은 지그프리트가 동굴에서 나오자 둘은 모습을 감춘다. 그때 또 한번 새가 지그프리트에게 미메를 경계하라는 노래를 부른다.

 

미메가 작심한 듯 애교를 부리면서 지그프리트 앞에 나타난다. 미메는 자신이 끓여온 스프를 지그프리트에게 내밀면서 피곤할 텐데 마시라고 권한다.

 

이 대목이 바로 미메의 헛소리 대목 <환영해, 지그프리트>이다. 여기서 미메는 겉으로는 지그프리트를 위하는 척 “너의 지친 몸을 위해 내가 마실 것을 만들었다”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이걸 마시면 너의 칼과 보물도 다 내 것이야”라고 말하는 식이다. 그런데 그 말이 겉으로 다 들린다. 미메의 내면이 겉으로 드러나고 의식과 무의식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재미있는 대목이다.

 

결국 자신의 마음을 지그프리트가 알아듣는 줄도 모르고 지껄이던 미메는 지그프리트의 노퉁에 쓰러진다. 이것을 숲에서 바라보던 알베리히의 웃음소리가 오버랩된다.

 

미메를 죽인 지그프리트는 독백 <결국 노퉁이 빛을 갚았구나>를 읊조리면서 죽은 미메를 바라본다. 그리고 새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말한다.

 

그러자 새가 “지그프리트가 난쟁이를 죽였네. 나는 그의 멋진 아내가 될 여인을 알지. 높은 바위산에 잠들어 있는 브륀힐데를 깨우세요”라고 노래한다. 그 말을 들은 지그프리트는 자신도 모르게 바위산으로 향한다.

 

“파프너에게 두려움을 배우려 했지만 틀렸지. 어쩌면 브륀힐데에게서 두려움을 배울수 있을지 몰라”말한다. 독특하고 장쾌한 관현악이 흐르고 지그프리트는 두려움을 배울까 하면서 새의 안내에 따라 바위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 제3막 -

 

전주곡

 

제1장 : 브륀힐데가 잠들어 있는 바위산

 

방랑자의 복장을 한 보탄이 등장하여 깊이 잠든 에르다를 깨우고, 이어 에르다가 나타난다. 보탄은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신들의 운명에 관해 묻는다. 에르다는 “지그프리트와 브륀힐데를 저주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반지를 라인 처녀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보탄은 그런 에르다에게 아리아 <당신이 보탄의 의지를 아시오?>로 자신의 뜻을 노래한다. 

 

제2장

 

보탄이 기다리고 있는데, 지그프리트가 이곳에 온다. 보탄은 지그프리트에게 자신이 할아버지라고 드러내고 조언하고 싶지만, 지그프리트의 자유의지만이 반지를 가질 수 있으므로 정체를 숨길 수밖에 없다. 보탄이 그에게 다가서 말을 걸지만, 두려움도 예의도 모르는 지그프리트에게 보탄은 앞길을 가로막는 늙은이일뿐이다. 지그프리트가 보탄에게 무례하게 대하자 보탄은 “두려움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마” 하면서 창으로 가로막는다. 그러자 지그프리트는 노퉁으로 보탄의 창을 단번에 두 동강 낸다. 지그프리트라는 인간이 신의 권위를, 규율과 질서의 상징인 보탄의 권위를 한꺼번에 무너뜨린 것이다. 부러진 창처럼 무력한 보탄은 이제 지그프리트를 제어할 수도, 신의 멸망을 막을 수도 없고 극의 진행을 방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제3장

 

지그프리트는 브륀힐데를 둘러싼 바위산의 불길을 넘어 정상에 도착한다. 그러자 번쩍이는 갑옷과 무장을 한 용사가 누워 있는 모습이 보인다. 가까이 간 지그프리트는 용사의 갑옷을 풀어준다. 갑옷을 벗기던 그는 용사가 남자가 아님을 알고 깜짝 놀란다. 그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목이 타오르는 것을 느낀다. 이것이 두려움인가? 지그프리트는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를 찾는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끌림에 그녀를 안아 일으킨다.

 

드디어 브륀힐데가 긴 잠에서 깬다. 화려한 관현악과 함께 브륀힐데가 잠에서 깨어나는데, <그대, 태양이여! 그대, 빛이여!> 유명하고 감격적인 ‘브륀힐데 잠 깨는 대목’이다. 현과 하프가 눈부시게 연주하면서 황홀한 기쁨이 가세한다.

 

지그프리트는 브륀힐데에게 ‘지그프리트 동기’와 함께 이름을 소개한다. 이제 브륀힐데와 지그프리트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없이 완벽하게 하나 된 마음으로 ‘환희 동기’와 함께 사랑의 2중창을 부른다. 두 사람은 그들을 낳아준 어머니와 대지에 감사한다. 둘의 포옹은 아름답고 그들의 노래는 온 산에 울린다. 그러나 순간 브륀힐데는 자신의 처지를 자각한다. 얼마 전까지 천상의 신이자 높은 신의 총애를 받는 딸이지만, 이제는 평범한 여자가 된 것이다.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우울함에 사로잡힌다. ‘사랑의 곤혹스러움 동기’가 들려온다. 아무 사정을 모르지만 그녀만을 향하는 지그프리트가 그녀를 위로하고 브륀힐데는 과거를 단념하고 새 영웅을 사랑하면서 살기로 결심한다. 두 사람의 2중창이 퍼져 나가면서 ‘사랑의 동기’가 용감한 한 쌍의 탄생을 축하하면서 거대한 클라이맥스를 형성하고 전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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