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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바그너

바그너 : 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 [Wiener Philharmoniker · Sir Georg Solti]

by 想像 2020.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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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Ring des Nibelungen
Wilhelm Richard Wagner, 1813 ~ 1883

 

〈니벨룽겐의 반지 (Der Ring des Nibelungen, 1874)〉는 1853년에 시작해서 1874년에 완성된 대작이다. 이 작품은 바그너 음악극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4부로 나뉘어 작곡되었으며 4일동안 연속적으로 공연되도록 의도되었다.

즉 전야제 〈라인의 황금 Das Rheingold〉,
첫째날 밤 〈발퀴레 Die Walkure〉
둘째날 밤 〈지크프리트 Siegfried〉,
셋째날 밤 〈신들의 황혼 Gotterdammerung〉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전 오페라와는 대조적으로 바그너는 이 곡에서 아리아, 합창 등을 완전히 버리고 대신 감정표현이 풍부하고 웅변적인 '무한선율'을 채택해 악곡의 종지, 악절 구분 등을 일부러 피하고 처음부터 각 막의 끝까지 연속적으로 흐르도록 했다.

바그너는 대단히 욕심이 많은 작곡가였다. 단지 음악가로 그치려 한 것이 아니라 음악과 연극, 또는 철학과 문학과 예술 일반의 모든 것을 종합한, 이른바 '총체예술'을 통해 예술적 표현을 극대화시키려고 했다. 한편의 오페라가 구상되는 그 시점으로부터 초연 무대의 막이 내릴 때까지 그는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미술, 조명, 대본, 의상에 이르는 모든 것에 손을 대었다.그는 오케스트라와 극의 흐름을 강하게 연결시키기 이 해 '유도 동기'란 기법을 사용했으며, 종래의 번호 오페라를 버렸다.(악극창안, 종래의 번호 오페라 배제-무한선율과 지도동기를 사용) <니벨룽겐의 반지>는 <라인의 황금><발퀴레><지그프리드><신들의 황혼>의 4개 오페라로 이루어져 총 14시간 30분이나 소요되는 오페라사의 초대작이다. 이 대편성의 악극은 바그너 평생의 이념이 발현된 것으로 기획에서 완성을 보기까지 실로 26년이란 세월을 요구했다. 1876년 여름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에서 초연되었다. 그의 오페라는 단지 음악계뿐 아니라 문학, 미술 등에 이르는 문화예술 전반에 유래 없는 파급을 미쳤다.

 

 

Wiener Philharmoniker · Sir Georg Solti / Wagner: Der Ring des Nibelungen


사진출처 : http://seattleopera50.com

 

〈니벨룽겐의 반지〉는 중세 독일의 민중서사시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 서사시의 작가가 누구인가는 분명치 않다. 본래 라인 지방을 중심으로 한 니벨룽겐의 전설이 동방으로 전해지면서 각 지방의 전설이 가미되고, 이 내용을 12세기 후반 내지 13세기 전반에 바이에른 혹은 오스트리아의 천재적 민중시인이 서사시로 정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있을 뿐이다.

 

바그너는 이밖에도 몇 개의 전설과 이야기, 시 등을 조사하여 자기 나름대로 정리하여 대본을 작성했다. 때문에 여기에는 북방 게르만 민족 전래의 신화적 요소, 라인 지방에서 발생한 게르만 민족의 영웅적 전설, 바그너 특유의 공상적 신비성, 중세 기사도의 사랑과 도덕관념, 여성의 헌신적 사랑에 의한 구원 및 유혹의 이면성 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독일문학의 사랑과 연민이라는 사상이 일관되어 있고, 독일 민족이 좋아하는 무용(武勇)·성실·복수의 내용이 가득 차 있다. 따라서 바그너는 이 작품을 통해 독일 민족의 성격과 독일 문학의 전통에 음악을 사용하여 총체예술의 세계를 전개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베르디의 오페라와는 달리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는 현실적인 작품이 아니다. 이 작품에는 신화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인 마술적 변신과 마법의 몰약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매우 진지한 성격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우리로 하여금 자연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바그너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했다. 세상의 모든 불의를 물리치고 다시 좋은 상태로 만들 인물로 기대되는 젊은 영웅 지크프리트, 반신(半神)인 브륀힐데, 그리고 평생 자신의 죄를 용서받고 세상의 지배자로서의 자신의 역할이 다시 당당해지도록 애쓰는 보탄이 바로 그러하다.

 

바그너는 〈니벨룽겐의 반지〉에서 특별한 기법을 구사했다. 극적 진행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등장인물과 상징이나 이념 하나하나에 그것을 특징적으로 나타내주는 주제나 리듬을 부여한 것이다. ‘라이트모티브(Leitmotiv)’라고 불리는 이들 악구는 음악의 설계도와 같은 것이었다. 라이트모티브는 바그너의 이전 작품, 예를 들어 〈로엔그린〉에서도 이미 사용되었지만, 〈니벨룽겐의 반지〉부터 비로소 체계적이고 본격적으로 구사된다. 우리말로 ‘지시동기’로 번역되는 ‘라이트모티브’의 구사를 통해서 바그너는 성악과 기악을 일체화하고 무한의 다양성을 지닌 교향곡적 모습을 엮어낼 수 있었다.

 

작품의 줄거리는 오케스트라를 통해 설명된다. 시간이 흐르고, 등장인물들이 노래를 하는 동안 오케스트라는 관객들에게 그 줄거리의 배경과 동기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바그너는 각기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테마(지시동기)를 변화·발전시키는 수법을 구사한다. 그리고 오페라의 줄거리가 계속 진행되는 동안 오케스트라 해설의 짜임새는 더욱 더 풍부해지며, 지시동기와 테마가 점증하면서 여러 가지의 암시가 제시된다.

 

이와 같은 바그너의 ‘교향곡적 오페라’에서는 발전의 단편이 있기 때문에 회상의 장면 역시 필수적이다. ‘지크프리트’ 제3막의 서곡과 같이 회상 장면은 때로는 오케스트라의 간주에서, 때로는 긴 독백(모놀로그)으로 펼쳐진다. 즉,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과거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가를 설명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바그너는 ‘번호’를 매겨가며 아리아를 작곡하여 오페라를 엮어가는 기존의 이탈리아 오페라 방식을 포기했다. 뿐만 아니라, 레치타티보, 2중창, 3중창, 합창 등과 같은 것 역시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니벨룽겐의 반지〉의 ‘신들의 황혼’ 제2막에서는 단 한 차례 합창이 등장한다. 그리고 합창과 비슷한 효과가 연출되는 대목도 있다. 8명의 발퀴레가 그들의 지도자 브륀힐데를 만나기 위해 산 정상에 집결하는, 이른 바 ‘발퀴레의 등장’으로 잘 알려진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교향곡적 오페라’에서 음악은 시작부터 극의 줄거리가 종결될 때까지 중단 없이 흐른다. 즉, 음악은 흐름의 중간에서 으뜸화음으로의 화성적 해결을 피하면서, 드라마가 최후의 종결에 이르지 않는 한 스스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그너는 이것을 스스로 ‘무한선율(unendliche Melodie)’이라고 명명했다. 바그너의 오페라에서는 이처럼 극의 줄거리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모든 대사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래서 바그너는 동시에 여러 사람이 부르는 것을 되도록 회피한 것이다.

 

바그너는 줄거리의 각 장면, 등장인물 간의 대화, 그리고 독백을 통한 설명을 교체시켜가면서 이 작품의 기나긴 진행을 꾸려나갔다. 여기에 무궁무진한 템포 및 분위기의 변화가 수반된다. 이 작품에는 세상의 운명을 관찰하는 삼총사(물의 요정, 라인 강의 딸, 그리고 3명의 운명의 여신)가 등장한다. 그리고 8명의 발퀴레와 ‘신들의 황혼’에 나오는 합창도 추가된다. 이것은 성부적 구조에 있어서 일련의 변화가 확실하게 설정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니벨룽겐의 반지〉는 오케스트라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와 함께 솔로 성악가들을 위한 멋진 역할이 적절하게 배치된 작품이다. 브륀힐데는 드라마틱 소프라노를 위한 배역이며, 이 역을 맡은 가수는 힘과 아름다운 소리를 겸비한 인물이어야 한다. 특히 장시간을 버틸 수 있는 체력도 지녀야 한다. ‘신들의 황혼’ 마지막의 긴 독백을 소화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탄은 강한 바리톤 음성의 소유자를 위한 배역이다. 힘이 있는 테너의 배역인 지크프리트는 육체적으로 활동적이며 아름다운 외모도 겸비해야 한다. 그외에 베이스 성부를 위한 여러 역할도 이 작품에 등장한다. 이 작품에 나오는 남성 및 여성 가수들은 그들이 담당하는 역할처럼 보이는 외모를 요구받고 있기도 하다.

 

[발췌] 리하르트 바그너 - 독자적인 독일의 음악극 (서양음악사 100장면, 2002. 7. 20., 가람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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