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브루크너·말러

[클래식명곡 명연주] 브루크너 : 교향곡 제9번 [Münchner Philharmoniker · Sergiu Celibidache]

想像 2024. 11. 8. 13:52
반응형

Symphony No. 9 in D Minor, WAB 109

Anton Bruckner, 1824-1896


Münchner Philharmoniker · Sergiu Celibidache [Bruckner: Symphony No. 9] ℗ 1998 Warner Classics, Warner Music UK Ltd

 

 

▒  브루크너가 [교향곡 9번]에 쏟아 부은 시간은 무려 10년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결국 미완으로 끝났다. 1887년부터 [교향곡 9번]의 스케치를 시작한 브루크너는 1891년부터 본격적으로 작곡에 집중했으나 1892년부터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작곡은 더디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전 생애 동안 괴롭혀왔던 자기비하와 의기소침에 시달리고 있었다. [교향곡 9번]의 작곡과 더불어 다른 작품들의 개정 작업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던 그는 1893년이 되어서야 1악장을 완성했고 이듬해에 2악장 스케르초와 3악장 아다지오를 마무리했으며 1895년에 드디어 교향곡의 마지막을 장식할 피날레의 스케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작업은 해를 넘겼다.

 

1896년의 어느 일요일에도 브루크너는 피아노 앞에 앉아 피날레의 스케치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바람이 몹시 심해서 항상 해오던 산책을 15분 만에 끝낸 그는 점심을 먹는 일도 잊은 채 작업에 몰두했으나 갑자기 한기를 느끼고 침대로 향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브루크너는 언젠가 “제9번은 나의 최대 걸작이 될 것이며, 하느님께 이 작품을 끝낼 때까지 살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신은 그가 [교향곡 9번]을 완성하는 것을 허락지 않았다. 

 

브루크너가 미완성으로 남겨 두기는 했지만, 4악장은 어느 정도 그 틀이 완성되어 있었다. 그는 마지막 악장에서 ‘테 데움’ 선율을 사용하려 했고, 이러한 스케치를 기반으로 수많은 작곡가들이 4악장을 완성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이 모든 시도들은 브루크너의 음악세계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따라서 최근에는 3악장만으로 연주되는 경우가 많다.

 


 

I. Feierlich, misterioso

 

1악장의 1주제부에서는 이례적으로 다채로운 모티브들이 제시된다. 브루크너는 이 단편적인 악상들을 차례로 제시하면서 수십 마디에 달하는 긴 대주제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긴 1주제부에 이어 브루크너 특유의 휴지부가 제시된다. 브루크너 휴지로 불리는 이 갑작스러운 침묵 후에 2주제가 제시된다. 전개부로 진행하면서 제시부의 수많은 주제적 단편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금관은 약음기를 사용하여 독특한 음색을 제시한다. 이윽고 전체 악기들이 유니즌으로 제시되면서 강렬하게 클라이맥스를 구축한 뒤 재현부와 코다로 이어진다. 코다에서는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 1악장의 선율을 인용하고 있다.

 

 


II. Scherzo. Bewegt, lebhaft - Trio. Schnell

브루크너는 교향곡 9번에서 전혀 새로운 분위기의 스케르초를 시도하였다. 브루크너가 이제까지 선보인 스케르초 악장은 즐겁고 변덕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주지만, 교향곡 9번의 스케르초는 냉소적이고 신랄하며 야성적인 불협화음을 통해 충격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스케르초를 시작하는 첫 화음은 20세기 음악의 화성법을 예고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모호한 조성과 과감한 불협화음으로 전례 없는 자극적인 음색을 제시한다. 브루크너의 여느 스케르초 악장처럼 민속악적인 선율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색다른 느낌으로 연출하고 있다. 트리오 부분 역시 모호한 조성으로 인해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III. Adagio. Langsam, feierlich

3악장은 브루크너가 무려 18개월이나 걸려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은 악장이다. 단9도로 도약하는 극적이면서도 경이로운 오프닝은 그가 이 마지막 작품에서 보여주려 했던 새로운 시도를 집약하고 있다. 현악성부와 목관성부의 극적인 상승은 바그너가 〈파르지팔〉에서 사용한 ‘성배의 모티브’를 연상시킨다. 모호한 조성과 표류하는 화성진행 역시 바그너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진행을 통해 브루크너는 자신이 존경하는 바그너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하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뒤이어 오보에가 1주제를 감미롭게 반복하고, 트롬본이 극적인 반주를 제시한다. 이 진행에 이어지는 선율은 브루크너의 d단조 미사 중 ‘미제레레 노비스’의 선율에서 가져온 것이다.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는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가 최대한의 음향으로 가장 날카로운 불협화음을 연주함으로써 폭력적이고 격렬한 절정을 만들어낸다. 이 폭발적인 불협화음에 이어 더없이 고요하게 으뜸조를 펼치면서 심오하게 마무리된다. 이 부분에서 브루크너는 자신의 교향곡 8번 아다지오 악장의 코다 부분을 인용하고 있다.

브루크너는 이 악장을 ‘생에 대한 작별인사’라고 불렀다. 그런 만큼 이 아다지오 악장은 가장 문제적이고 가장 심오한 음악을 보여준다. 그는 이 악장을 통해 자신이 평생 추구해온 음악적 세계를 집약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