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Concerto No.2 in Bb major, Op.19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 사실 베토벤의 첫 번째 피아노협주곡은 이 작품이다. 1795년, 피아노협주곡 제1번 C장조 작품번호 15보다 먼저 완성되었지만 두 작품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던 베토벤이 여러 차례 수정을 거듭하는 와중에 개정이 먼저 끝난 피아노협주곡 C장조 작품번호 15를 먼저 출판하는 바람에 순서가 뒤바뀌었다. 1793년부터 시작한 이 작품은 1795년 3월 제1판이 일단 완성되었지만 불만을 느낀 베토벤은 1798년 세 번째 프라하여행 도중에 다시 개정하여 그곳에서 연주한 후 1801년 4월 악보를 인쇄할 때 최종적으로 작품을 완성하였다.
이 작품은 리듬과 하모니에서는 베토벤적인 특성이 잘 나타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 모차르트 협주곡들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내용적으로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는 오케스트라와 독주 피아노 사이에 주제들을 어떻게 분배해야 하느냐는 것인데 모차르트 협주곡들의 서주는 마치 오페라의 서곡과도 같이 전체 작품의 얼개와 분위기를 다 보여주면서도 독주 피아노의 몫을 남겨놓았다. 반면 베토벤은 이러한 모차르트의 스타일을 충실히 따르고 있지만, 모차르트처럼 깔끔하고 유기적으로 처리가 되기보다는 여러 가지 주제들이 좀 산만하게 흩어져있는 느낌을 준다. 모차르트는 마치 마술사가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비둘기를 꺼내듯 새로운 멜로디를 자연스럽게 이어내거나 간결하게 처리하면서 제시된 주제 이외에 새로운 주제도 종종 보여준다. 하지만 베토벤의 상대적인 강점은 좀 더 드라마틱하면서 기승전결이 탄탄한 구조와 제시된 주제들을 풍부하게 보여주면서 어떠한 가능성을 실현시키고 있다.
베토벤 이전의 피아노협주곡은 대개 작곡가 자신이 연주하기 때문에 독주자의 기교를 과시하고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화려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이로 인해 내면의 깊이나 내용적인 충실함은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반해 모차르트는 심오한 정서를 담았을 뿐 아니라 깊은 내면성을 갖춰 외면적인 효과에 치중하지 않도록 했다. 베토벤 역시 음악에서의 내면적인 표현을 중시함은 물론 모차르트를 이어받아 피아노협주곡을 독주자의 화려한 연주력이라는 기존 요소와 함께 순수한 음악적인 표현으로 높은 가치를 추구하였다. 피아노협주곡은 베토벤에게 피아노소나타만큼 의욕을 불러일으킨 분야는 아니었지만 당시 음악계에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필수적이었다. 독주자의 존재를 과시한다는 면에서 베토벤 협주곡에서의 피아노는 모차르트 협주곡에서보다 더 자유롭게 움직여 관현악과 적극적으로 얽혀 나갔다. 1805년 이후 피아노가 개량되면서 음량이 증대되고 다양한 기교발휘가 가능하게 되자 베토벤은 이런 피아노의 새로운 장점을 협주곡에서도 살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때문에 기능이 향상된 피아노를 능숙하게 다루려면 관현악도 충실하게 처리해야 했다.
이 협주곡은 피아노협주곡 제1번보다 확실히 규모나 관현악 편성 면에서 작다. 관현악은 팀파니와 클라리넷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금관악기로는 음색이 부드러운 호른만 사용한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느낌은 장대하고 화려하다기보다 단아하고 우아하다. 피아노협주곡 제1번보다 훨씬 더 모차르트의 영향이 느껴지지만, 베토벤 특유의 투쟁적인 성격 또한 읽을 수 있다.
제1악장 Allegro con brio
관현악에 의해 화려함보다는 수려하고 명료한 제1주제가 오랫동안 광채를 내뿜고 나면 독주 피아노가 가세하며 새로운 선율을 선보인다. 피아노협주곡 제1번 제1악장과는 달리 관현악 제시부에서는 제2주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독주 피아노의 제시부가 시작된 후에 제2주제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제2악장 Adagio
자유로운 변주곡풍으로 가장 베토벤적인 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베토벤은 이후에도 협주곡의 제2악장을 자유로운 변주곡 형태로 즐겨 작곡했다. 여기서 주제는 관현악으로 연주되며 우아하고 서정적이다. 이 악장 끝부분은 초기의 베토벤 서법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효과적인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
제3악장 Rondo: Molto allegro
경쾌한 주요 주제가 피아노로 제시된다. 이어서 관현악에 의해서 재현되고 나면 제2주제가 단조로 세 번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구조적으로 제일 단순하고 선율도 가장 쉽게 익숙하게 이루어지며 매우 명쾌하고 경쾌하게 끝을 맺는다.
출처 : 의사신문(http://www.doctors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