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기타작곡가

바르톡 :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Sz. 116 [Chicago Symphony Orchestra · Pierre Boulez]

想像 2023. 10. 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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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o for Orchestra, Sz. 116
Béla Bartók (1881~1945)


 

Chicago Symphony Orchestra And Chorus · Pierre Boulez 

 

통상 ‘협주곡’이라고 하면, 단 하나의 독주악기를 오케스트라가 받쳐주는 ‘독주 협주곡’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늘날 콘서트 무대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플루트 협주곡’ 등이 모두 ‘독주 협주곡’에 속한다. 물론 개중에는 베토벤의 ‘3중 협주곡’이나 브람스의 ‘2중 협주곡’처럼 복수의 독주악기가 등장하는 협주곡도 있고, 고전파 시대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협주 교향곡)’나 바로크 시대의 ‘콘체르토 그로소(합주 협주곡)’를 거론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은 어떤가?

20세기 헝가리를 대표하는 작곡가 벨라 바르톡의 작품인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은 앞서 거론한 모든 협주곡 양식을 초월한, 혹은 융합한 지점에 우뚝 서있다. 별도의 독주악기 없이 오케스트라에 속한 악기들이 저마다의 개성과 기능을 뽐내며 한 데 어우러지며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이 곡은 바르톡이 동구권 민속음악에 기초한 특유의 기법을 가장 원숙한 필치로 구사하여 빚어낸 역작이자, 다분히 현대적인 시대정신이 반영된 기념비적 걸작이다.

이 곡을 쓰기 직전인 1943년 봄, 바르톡은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 누워있었다. 나치에 협력하는 호르티 정권에 대한 혐오감으로 조국을 떠나온 지 어느덧 3년, 예술적 영감의 원천인 헝가리의 산과 들, 동구권 민속음악으로부터 멀어진 그는 깊은 고독에 빠졌고, 이민 후 단 하나의 작품도 쓰지 못 하고 있었다. 그의 기존 작품들은 미국 음악계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고,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도 여의치 않았다. 당연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는데, 결벽증적인 성격의 그는 군에 입대한 아들이 부친 돈마저 한 푼도 쓰지 않고 돌려보냈다. 급기야 1년 전부터 나빠지기 시작한 건강은 결국 백혈병 진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그를 몰아넣었다.

그러던 어느 날, 러시아 출신으로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맡고 있었던 지휘자 세르게이 쿠세비츠키가 병상의 바르톡을 찾아왔다. 쿠세비츠키는 바르톡에게 자신의 아내 나탈리를 추모하기 위한 오케스트라 작품을 위촉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르톡은 심사숙고한 뒤 그 제안을 거절했는데, 자신은 중병에 걸렸기 때문에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미 그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던 쿠세비츠키는 자신에게 재단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수표를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설득했다. 사실 그 배후에는 요제프 시게티, 프리츠 라이너 등 바르톡을 도우려는 헝가리 출신 음악가들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지만, 그러한 사연은 자존심 강한 바르톡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다행히 바르톡은 쿠세비츠키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 직후 병세도 다소 호전되었다.

그 해 여름, 바르톡은 부인과 함께 뉴욕주 사라낵(Saranac) 호숫가의 요양원에서 지냈다. 대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한적한 자연의 품에 안기자 그의 생명력과 창작력이 다시금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는 8월 15일부터 10월 8일 사이 밤낮으로 작곡에 매달렸고, 마침내 20세기에 만들어진 관현악곡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작품의 하나로 손꼽히는 대작을 완성해냈다.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은 그 이듬해 말 보스턴에서 초연되었고, 바르톡은 그다음의 뉴욕 공연에서 자신의 신작을 처음 들을 수 있었다.

사실상 이 곡은 바르톡의 유일한 ‘교향곡’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구성적인 면에서 보면, 제1악장은 도입부를 가진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고, 제2악장과 제4악장은 익살맞은 스케르초, 제3악장은 무거운 야상곡풍의 느린 악장이며, 마지막 제5악장은 장대하고 화려하며 활력 넘치는 피날레이다. 실제로 말년의 바르톡은 지인들에게 정식 교향곡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동시에 그는 이 곡의 많은 부분에서 오케스트라에 속한 여러 악기들을 마치 협주곡의 독주악기처럼 처리했고, 각각의 악기들 또는 각 파트 사이의 기교적인 주고받음과 유기적인 어우러짐을 적극적으로 부각시켰다. 이런 면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는 일부러 제목에 ‘협주곡’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던 것이다. 


이 곡을 이루는 다섯 개 악장은 이른바 ‘아치 구조(arch form)’를 취하고 있다. 즉 가운데 놓인 제3악장을 중심으로, 두 개의 스케르초 악장(제2, 4악장)이 위치하고, 서로 연관된 제1악장과 제5악장이 맨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바르톡은 이런 식의 구조를 좋아했는데, 현악4중주 제4번(1928)과 제5번(1934)이 대표적이다.

 

 

I. Introduzione : Andante non troppo – Allegro vivace


소나타 형식에 기초한 첫 악장은 어둡고 무거운 서주로 출발한다. 저음부의 4도 진행, 플루트의 파를란도 루바토 선율 등 처음부터 바르톡 특유의 스타일이 선명히 떠오른다. 얼마 후 트럼펫이 억제된 코랄 선율을 꺼내 놓으면 음악의 흐름이 차츰 고조되면서 알레그로의 주부로 진입하고, 마침내 제1주제가 돌연 솟구치듯 등장한다. 서정적인 제2주제는 오보에로 제시되고, 이후 음악은 대체로 어둡고 차분한 분위기를 띠지만 제1주제와 제2주제 사이에 트롬본으로 나타났던 힘찬 경과부 주제가 다시 나타나 푸가토로 발전하면 치열한 빛을 발한다.

 

 

 

II. Giuoco della coppie (Allegretto scherzando)

 

작은북의 리듬 연주로 출발하는 이 스케르초 악장에서는 관악기들이 각 파트마다 두 개씩 쌍을 이루어 연주를 이어가는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된다. 쌍을 이룬 관악기들은 파트마다 다른 음정간격을 유지하며 화음을 만들어내고, 그 흐름을 받쳐주는 싱커페이션 리듬이 흥미진진한 기분을 더하며 ‘쌍의 놀이’를 연출한다. 금관에 의한 부드러운 코랄 풍의 중간부를 지나서 제1부로 복귀하면, 서로 다른 ‘쌍의 놀이’의 다채로운 조합 및 첨가가 이루어지고, 마지막에는 전체가 하나의 화음을 연주하면서 마무리된다.

 

 

 

III. Elegia (Andante, non troppo)


첫 악장 서주에 나왔던 4도 동기로 출발하는 이 악장은 바르톡 특유의 어둡고 정밀하면서 극적인 야상곡 풍 음악인데, 바르톡 자신은 ‘우울한 장송곡’이라고 불렀다. 구조는 A-B-C-B-A로 정리할 수 있는데, A 부분에서 오보에 주제를 장식하는 다채로운 소리들이 독특한 이미지를 자아내고, B 부분은 첫 악장 서주의 트럼펫 선율을 주제로 취하고 있으며, C 부분에서는 파를란도 루바토의 민요선율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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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Intermezzo interrotto (Allegretto)

 

또 하나의 스케르초 악장으로, 경묘하고도 서정적인 민요풍의 주부와 클라리넷의 경쾌한 선율을 중심으로 익살스런 제스처가 두드러지는 중간부가 교대되는 복합3부 형식이다.

 

여기서 중간부의 클라리넷 선율은 (바르톡이 방송에서 들었던 것으로 알려진)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7번’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침공의 주제’와 유사한데, 쇼스타코비치의 선율은 점진적으로 고조되어 절정에 이르지만 바르톡의 선율은 풍자와 조소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사실 이 선율은 레하르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에 나오는 것인데, 이 오페레타는 히틀러가 좋아했던 작품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주부의 따뜻한 칸타빌레 선율은 유행가에서 인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대목의 가사는 ‘그대는 사랑스럽다, 그대는 아름답다, 헝가리여!’라고 한다. 즉 이 악장에는 바르톡의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그곳을 떠나온 원인 제공자에 대한 야유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겠다.

 

 

 

V. Finale (Pesante - Presto)


바르톡은 이 긍정적인 피날레 악장에서 자신의 음악적 원천인 헝가리, 루마니아, 발칸 반도의 민요에 대한 애정을 무한한 음악적 에너지로 승화시켰다.

4대의 호른이 꺼내놓는 힘찬 팡파르로 출발하며, 무궁동 풍의 현란한 패시지가 이어지며 열광적으로 고조되는 흐름, 첫머리의 팡파르 음형에 기초한 카논, 폭넓은 하행음형으로 출발하는 트럼펫 선율이 이끌어내는 극적 장면 등이 변화무쌍한 흐름 속에서 절묘한 대비를 이루며 진행된다.

바르톡은 이 악장을 위해서 두 개의 엔딩을 준비했는데, 하나는 다소 갑작스러운 인상을 남기고, 다른 하나는 보다 전통적인 스타일의, 점진적인 고조에 기대고 있다.

 

 

발췌 : [네이버 지식백과]벨라 바르톡,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Béla Bartók, Concerto for Orchestra, Sz.116, BB 123] (클래식 명곡 명연주, 황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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