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가 [ 四節歌 ]
〈사철가(四節歌)〉는 "이산저산 꽃이 피니······"로 시작되는 판소리 단가이다. '단가'는 판소리를 부르기 전 목청을 가다듬기 위해 부르는 짧은 노래이다. 〈사철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의 풍경을 묘사하면서 세월의 덧없음과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 단가로, 비교적 최근인 20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것이다.
〈사철가〉는 중모리장단에 계면조로 되어 있다. 단가를 슬픈 느낌의 계면조로 짜는 것은 현대에 와서 생겨난 경향으로, 과거에는 그런 일이 드물었다고 한다. 〈사철가〉의 사설은 시간적 질서에 따라 춘하추동의 사계절로 변화하는 자연 풍경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체험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늙음과 죽음의 문제를 제기한 후, 어느 누구도 늙음과 죽음을 극복할 수 없으니 현재의 삶을 즐기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단가는 영화 〈서편제〉(1993)에서 유봉이 눈먼 송화를 데리고 가는 장면에 삽입되면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며, 김연수, 오정숙(吳貞淑, 1935-2008), 조상현(趙相賢, 1939- ), 안숙선(安淑善, 1949- ) 등이 주로 불렀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 만은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한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삭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도 어떠한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 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려
은세계가 되고 보면 월백 설백 천지백하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 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 내 한 말 들어보소
인생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살 인생 아차 한 번 죽어지면
북망 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
불여생전 일배주만도 못하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아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마라 가는 세월 어쩔거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터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 하는 놈과 부모불효 하는 놈과
형제화목 못 하는 놈 차례로 잡아다가
저 세상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아서
한 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면서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