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hterliebe, Op. 48
XII. Am leuchtenden Sommermorgen
Robert Alexander Schumann,1810∼1856
▒ 당대 최고의 피아노 교사였던 프리드리히 비크(Friedrich Wiek)의 문하에서 공부하고 있던 슈만은 스승의 딸인 클라라 비크(Clara Wiek)와 열렬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전도가 유망한 피아니스트로 미래가 보장되어있던 클라라에 비해 무명의 작곡가 지망생이었던 슈만은 스승 비크의 엄청난 반대에 부딪히게 되고 이후 끝없는 법정 공방이 시작되게 된다. 소송이 시작된 지 2년 후인 1840년에야 비로소 비크는 두 사람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허락하게 된다. 이렇듯 극적인 삶을 살았던 슈만의 생애에서 1840년만큼은 가장 행복한 시기로 기록되며 이 시기에 그의 주옥같은 음악적 유산들이 집중적으로 탄생하게 된다.
250여 편에 달하는 수많은 가곡들 중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Op.48)이 탄생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슈만은 이 작품에서 하이네의 [노래의 책] 중 ‘서정적 간주곡’ 부분에 음악을 붙여 작품을 완성한다. ‘서정적 간주곡’에는 하이네의 사촌 동생이었던 아말리에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고통이 고스란히 투영되어있다.
순탄치 못한 사랑을 했던 슈만이 이 주옥같은 시어에 공감하지 못했을 리 없다. 작품 내에서 이원화된 자아를 투영하거나, 텍스트를 통해 자아를 투영하는 수법을 즐겨 썼던 슈만은 이 [시인의 사랑]에서 극적인 요소보다는 꿈결 같은 선율로 낭만성과 비극성을 극대화 시킨다. 특히 이 작품은 슈베르트의 연가곡처럼 내용적인 연계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완결된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데, 제1곡~6곡은 사랑의 시작을 제7곡~14곡은 실연의 아픔에 대해서 15곡과 16곡은 지나간 청춘에 대한 허망함과 잃어버린 사랑의 고통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전 곡에 유기적인 연결성을 부여하기 위해 못갖춘마디를 사용하는 등 기존의 형식을 파괴하는 파격적인 경향도 드러난다.
제 12곡 맑게 갠 여름 아침에 (Am leuchtenden Sommermorgen)
돌연 5곡풍의 서정적인 아르페지오 반주가 등장한다. 분노의 마음이 용서의 마음으로 잠시 변하는 것을 표현하는 듯하다. ‘맑게 갠 여름 아침에 꽃동산을 거닐고 있자니 꽃들은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는 아무 말 않고 걸어갔다. ……’
Am leuchtenden Sommermorgen
Geh' ich im Garten herum.
Es flüstern und sprechen die Blumen,
Ich aber wandle stumm.
Es flüstern und sprechen die Blumen,
Und schaun mitleidig mich an:
Sei unsrer Schwester nicht böse,
Du trauriger blasser Mann.
맑게 갠 여름 아침에
꽃동산을 거닐고 있자니
꽃들은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는 아무 말 않고 걸어갔다
꽃들은 소곤소곤 서로 이야기하며
딱하다는 듯이 나를 보고 말했다
(우리의 언니를 보고 성내지 마셔요
슬픈 얼굴의, 창백한 모습의 그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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