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베토벤

베토벤 : 디아벨리 왈츠에 의한 33개 변주곡, Op.120 [Mitsuko Uchida]

想像 2023. 7. 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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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Variations in C Major, Op. 120 on a Waltz by Diabelli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Mitsuko Uchida / Beethoven: Diabelli Variations

 

    음   악   해   설     

 

이 곡은 건반악기를 위한 변주곡으로서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쌍벽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는 다른 방식으로 피아노를 위해서는 매우 어려운 작품이다. 이 거대한 변주곡에만 관한 것이 아니라 베토벤의 만년의 음악은 정말로 이해하기 힘들다.

 

음악사의 대가인 D.J.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를 인용하자면 '숭고한 것과 기괴한 것이 공존하며, 또한 심원한 것과 매우 소박한 것이 공존한다'. 초기와 중기의 공통점인 객관적인(즉 고전파적인) 음악이라기보다는 베토벤 한 사람의 머리 속에 존재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환상 - 이것은 낭만파 작곡가들의 낭만성 및 환상성과는 일치하는 점이 거의 없다 - 이 음악으로 전개되고 있다. 즉, 베토벤의 사고 과정이 음악으로 그대로 표현된 것이다. 

 

베토벤 자신의 즉흥 연주라고 불러야 할 이러한 주관적인 후기 작품군 중에 이 디아벨리 변주곡은 대표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아마 이것이 이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일 것이다. 

 

베토벤의 음악을 '선율의 아름다움으로 호소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한다면 고전음악 감상에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애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며, 나도 이에 동의한다. 일례로, 교향곡 5번의 1악장은 악보 1의 유명한 4음의 단 하나의 동기 ["타타타타~~~"(이하 동기A)] 위에 전체를 구축했는데, 베토벤은 이 동기 외에 1악장 전체에는 다른 소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A에서는 3도 진행이 주체인 데 비해 2도와 4도가 중심이며, 조성, 강약, 스타카토와 레가토 등 모든 점에서 대조적인 전혀 다르게 들리는 제 2주제마저 동기 A의 리듬을 2배로 확대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 동기 A가 선율적으로 아름답다고 할 사람은 아마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이 악장이 극히 모범적으로 완성되어 있으며 전혀 단조로운 느낌을 주지 않는 이유는, 베토벤이 사용한 주제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이 동기를 극히 효과적으로 전개시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베토벤이 하나의 동기로 곡을 쓰는 방법만을 알고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교향곡 제 3번 '영웅'의 1악장은 제시부에서 주요한 주제는 제 1주제 외에도 최소한 4개가 등장하며, 전개부에서 다시 새로운 주제 하나를 도입하고 있다. 

 

베토벤이 이 다양성을 완벽하게 하나의 음악적인 방향으로 통합한 방법을 살펴보자. 이 악장은 전혀 난잡하게 들리지가 않는다! 끊임 없이 아름다운 선율이 샘솟듯 떠올랐다고 전해지는 모차르트나 슈베르트의작품을 보더라도 제시부에서 주제를 5개 사용한 예는 볼 수 없다. 

 

슈베르트의 교향곡을 살펴보자. 최후의 구성미가 뛰어난 교향곡 C장조에서는 필자 개인의 생각으로는 오히려 전작들보다 선율의 아름다움은 다소간 후퇴하고 있다 - 여전히 아름답기는 하지만. 자체로 극히 완성된 아름다움을 갖는 주제를 어디서 손을 대어 전개에 사용할 것인가?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일류 작곡가들도 모두 염두에 두고 있는 문제이다. 

 

베토벤의 가장 탁월한 재능은 아름다운 선율이 아니라 주제 동기를 유기적으로 전개시켜 나가는 방식과 함께 다양한 작은 소재들에서 대곡을 빈틈없이 구성하는 능력이다. 이 디아벨리 변주곡도, 후기 베토벤 작품의 특징인 개인적인 사색과 환상을 디아벨리의 단순한 주제에 놀랄 만큼 성공적으로 적용한 명작이다. 

 

안톤 디아벨리(Anton Diabelli, 1781∼1858)는 작곡가로서는 현재 소나티네 등으로 초보자의 연습곡으로서만 이름이 알려져 있다. 아마 베토벤의 이 곡이 아니라면 고전음악 애호가들은 그의 이름을 알 기회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당시에 빈에서 1818년 디아벨리 운트 카피(Diabelli und Cappi) 출판사를 설립해 경영하고 있었는데, 이 출판사는 만년의 베토벤이 아르타리아(Artaria), 쇼트(Schott), 슐레징거(Schlesinger)등과 함께 자주 자신의 작품을 출판하던 곳 중 하나였다. 

 

1819년 그는 자신이 작곡한 왈츠를 주제로 하여 당시의 유명한 작곡가들에게 1곡씩의 변주곡을 위촉하여 변주곡집을 출판하려고 계획했다. 베토벤까지 포함하여 이들은 총 51명으로, 베토벤의 제자인 체르니(Carl Czerny)와 루돌프 대공(Archduke Rudolph로, 베토벤은 제자이자 좋은 후원자인 그에게 피아노 협주곡 4,5번, 피아노 3중주곡 7번 '대공', 피아노 소나타 26,29번, 장엄 미사 등의 매우 많은 작품을 헌정했다), 슈베르트, 모셸레스(Ignaz Moscheles), 칼크브레너 (Friedrich Kalkbrenner), 훔멜(Johann N.Hummel)등과 함께 어린 리스트도 포함되어 있다. 베토벤은 자신의 작품을 다른 사람들의 것과 따로 출판하기를 원했는데, 그의 작품이 변주곡 하나가 아니라 여러 곡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처음엔 별로 내켜하지 않아서 베토벤 자신이 멸시했던 왈츠가 이 위대한 변주곡의 주제가 되었다는 것은 정말 흥미있다. 

 

작곡은 1819년 초에 23개의 변주곡을, 1822∼23년의 겨울에 나머지 10곡을(1, 2, 15, 23∼26, 28, 29, 31곡) 완성했으며, 같은 해 6월에 디아벨리 출판사는 이 곡을 작품 120으로 다른 작곡가들의 것과 별도로 출판했다. 안토니아 폰 브렌타노(Antonia von Brenntano)에게 헌정되었는데, 참고로 말하면 이 여인은 피아노 소나타 30번 E장조 op.109를 헌정한 막시밀리안 폰 브렌타노의 어머니이며, 음악학자 솔로몬(Maynard Solomon)의 치밀하고 설득력있는 연구 결과로 베토벤의 유명한 '불멸의 연인'이라는 것이 거의 확증된 장본인이다. 나머지 작곡가들의 변주곡은 1824년에 다른 50명의 변주곡을 모아서 '애국적 예술가 연합 (Väterandischer Künstlerverein)'이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베토벤은 디아벨리의 간단하고 매우 평범한 주제에서 33개나 되는 변주를 뽑아냈다. 물론 변주곡의 주제는 너무 개성이 강한 복잡한 것보다는 특징이 뚜렷하고 단순하며 인상에 오래 남는 성질을 가져야 하지만(자체로 너무 복잡하면 변주시킬 여지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디아벨리가 가져온 주제는 정말로 너무나 평범 그 자체여서 베토벤은 '구두방의 가죽 조각'이라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 주제를 단순하다고 하여 좋지 않게 생각하기보다는, 베토벤이 변주곡에 사용한 주제 자체들도 매우 단순한 것들이며(교향곡 3번 끝악장의 주제가 되는 선율이나 베이스 주제나 모두 지극히 단순하며, 그에게 이런 예는 또 많음을 상기하자), 디아벨리의 주제도 그런 면에서는 '아주 나쁘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용했을 것이다. 

 

베토벤의 성격상 '변주곡의 주제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 그 주제가 아무리 잘 되었다 해도 사용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 생각으로는 너무 형편없는 이런 주제에 다른 많은 작곡가들이 곡을 쓴 것에 베토벤이 '오기가 일어서', "그래, 이 볼품없는 주제로 어떻게 곡을 만들 수 있는지를 모두에게 한 번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곡을 만들었다고 보고 싶다. 

 

따라서, 디아벨리가 단순하고 평범한 주제로 베토벤에게 영감을 제공한 것에 후세 사람들은 감사해야 마땅할 것이다. 베토벤은 디아벨리의 평범한 작은 왈츠를 가지고 한없는 환상과 얼핏 보면 변덕스럽다 할 정도로 다양한 기분을 전개시키고, 끝곡으로 흔히 사용되는 푸가가 아니라 우아한 기분의 메누엣으로 이 장대한 변주곡의 끝을 맺었다. 전체적으로 그 때까지의 관례에서 매우 벗어난 이 변주곡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처럼 구조가 엄격하진 않으나 몇 부분으로 크게 나눌 수 있으며, 전체적으로 절묘하게 통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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