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phrase de concert sur Rigoletto, S. 434 (After Giuseppe Verdi)
Franz Liszt, 1811~1886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는 생전에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을 패러프레이징(paraphrasing) 및 편곡하는 작업을 다수 진행하였으며, 이 중 베르디의 오페라에 대한 패러프레이즈가 특히 널리 알려져있다고 한다.
리골레토는 천하의 돈후안(난봉꾼) 만토바 공작과 그의 오른팔인 꼽추 리골레토의 이야기다. 만토바의 여자 사냥을 도우며 살아가는 리골레토에게는 하필 몰래 키우고 있는 순결한 딸 질다가 있었다. 그 질다를 놓칠 리 없는 만토바는 그녀를 농락한다. 분개한 리골레토는 복수를 결심하고 자객에게 만토바 제거를 의뢰한다. 문제는 딸 질다가 만토바의 마음을 철석같이 믿는다는 것.
리골레토는 딸에게 만토바의 또 다른 여자 사냥 장면을 보여준다. 만토바에게 보낼 자객이 운영하는 주막. 자객에게도 맛달레나라는 매력적인 여동생이 있다. 이 소식을 놓칠 리 없는 만토바는 주막을 찾아와 맛달레나에게 수작(?)을 건다. 그 모습을 본 질다는 탄식한다. 만토바는 새로운 여자와의 사랑 놀음에 여념이 없고 맛달레나는 만토바와 밀고 당기는 감정 유희에 빠져든다. 이 네 사람의 각각 다른 상황과 심정을 동시에 노래하는 장면이 리골레토 속 유명한 3막의 4중창이다.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는 피아노가 아닌 다른 장르의 작품을 자신의 피아노 연주로 다시 풀어내는 걸 즐겼다. 그의 눈에 베르디의 이 드라마틱한 4중창이 들어왔고, 그는 그것을 피아노 선율로 재탄생시킨다. 그것이 바로 리스트의 ‘베르디 리골레토 패러프레이즈(Paraphrase·연주회용 편곡)’다.
각기 다른 4명의 이야기를 한 사람의 피아니스트가 소화해 내는 이 곡은 감미로움, 화려함, 슬픔, 달램 등을 모두 표현해야 한다.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로서는 대단한 내공을 요하지만, 듣는 이로서는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