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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진 The 1st Mini Album [Room Vol.1] (전곡감상)

想像 2022. 6. 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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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한 매력의 올라운더 싱어송라이터 이무진이 첫 번째 미니앨범 [Room Vol.1]과 함께 돌아왔다. 이번 앨범 [Room Vol.1]은 이무진으로 이름을 알리기 전, 그가 삶 속에서 느꼈던 이야기들과 그 후의 이야기들을 가장 잘 보여주는 형상인 '자취방'을 모티브로 여는 'Room' 시리즈의 첫 번째 앨범이다. 유년 시절부터 대학 입시, 그리고 데뷔 이후까지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채로운 자작곡 5곡에 담아내 완성형 아티스트다운 면모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특히 주변의 수많은 강요나 가르침을 단지 '참고사항' 정도로만 흘려듣겠다는 솔직하고 당당한 애티튜드를 표현한 중독성 강한 멜로디의 타이틀 곡 '참고사항'을 비롯해 어느새 순수함을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담은 어쿠스틱 재즈 사운드의 '우주비행사'와 뮤지션을 꿈꿨던 그 시작의 공간인 '8번 연습실', 미움을 주제로 한 '욕심쟁아', 대학교에서의 소중한 추억에게 안녕을 건네는 마지막 트랙 '자취방'까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경험과 일상 속 가까이 있는 이무진의 이야기를 그의 음악적 색깔로 이번 앨범에 재치 있게 녹여내 깊은 공감을 일으키며 듣고 보는 재미를 더했다.

 

 


01. 참고사항

우리는 많은 참견을 들어가며 살아갑니다.
많은 직업 중 소수를 차지하고 있는 예체능 계열 종사자들은 대부분 꿈꿔왔던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즐겁다는 이유 하나로 꿈꾸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편하다는 잣대가 무수하지요. 확실히 즐거운 건 맞는 것 같아요. 하기 싫은 일이 아니기에 아무리 고되고 지쳐도 끝까지 해낼 의지와 용기는 있습니다.
음악을 만들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꿈을 꾼 순간부터 지금까지 여러 가지의 참견을 안 듣는 순간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이 곡은 진정한 가르침을 주는 선생님이 아닌, 가르치려 드는 사람들에게 외치는 곡입니다.
당신 취향을 진심으로 존중하기에 당신이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듣고 싶은 보컬을 찾는 걸 절대 반대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도 당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의무는 없어요.
저는 남의 밥그릇 뺏고 싶지 않아요. 저는 그게 싫어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기에 귀는 항상 열려있어요. 도움이 되는 조언이라면 언제나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근데 그 외에 모든 참견들은 참고사항 정도로만 받아들이겠습니다.
“이거 제 인생이에요.
여러분의 말씀은 그저 그런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02. 우주비행사

한 아이가 어느 날 유치원에서 우주에 관련된 내용들을 담은 동화책을 보고 큰 충격에 빠집니다. 가족과 유치원이 세상의 전부이며 지구 밖엔 달 토끼와 어린 왕자밖에 없는 줄 알았던 그 아이는 지구라는 별의 미세한 점에도 불과하지 못하며, 그 지구라는 별조차 우주라는 곳의 미세한 점에도 불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매우 큰 충격을 받은 거지요.
두려움과 호기심이 동시에 빠른 속도로 증폭하였고 당시보다 훨씬 더 큰 세상을 꿈꾸게 됩니다. 그랬던 그 아이는 커서 흔한 노래쟁이가 되었어요. 먹고살기 바빠 이제 우주에는 관심도 없고, 이리저리 많이 치이며 이 세상은 점보다 지옥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 순수했던 마음은 이제 없음을 인지한 현재의 녀석이 쓴 곡입니다.
청년이 된 그 녀석은 유년기 때의 맑고 깨끗함을 다 잃어버렸거든요.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이

 

03. 8번 연습실

실용음악과 입시생들은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며, 마치 기계처럼 똑같은 루틴을 반복하다가 겨우 대학교에 입학을 하게 됩니다. 입학은 참고로 결과가 아닌 시작이었고, 입학으로부터 음악인 지망생의 첫발을 내딛게 되는 것이죠. 이제 뮤지션을 꿈꾸는 자로서 첫 시작을 하게 됩니다.
그 시작을 하기 위한 여정까지의 내용을 곡 전반부에 담아냈고, 후반부에는 시계 초침 소리와 함께 현재의 제가 등장합니다. [Room Vol.1] 앨범의 2번 트랙 '우주비행사'의 그 아이는 수없이 홀로 기나긴 시간을 싸우며 누군가의 이야기를 깊이 공감하였고 스스로 빛나기 위한 과정을 지나 어느새 이제는 울지 않고 무대 위에서 지금의 내가 되어 노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무수히 많았던 한숨과 눈물, 무너짐 이 무형의 흔적들의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04. 욕심쟁아

학교를 다닐 때 관심을 받고 싶었는지 되게 무리수인 행동을 많이 했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때 당시에는 그냥 "왜 저럴까?"하고 넘겼었죠. 시간이 지나서 그 친구의 소식을 들었는데 되게 찌질하고 나쁜 사람이 되어있는 겁니다. "그때 내가 그 친구를 미워했었던 이유는 단지 내가 미워할 사람이 필요해서, 내가 사춘기라서가 아니라 그때 그 친구가 진짜 미움받을 행동을 취하는 사람이었던 거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이게 또 곡을 쓰다 보니 그때 그냥 신경 끄면 됐었던 걸 굳이 열심히 속으로 미워했던 제가 참 한심해지기 시작했어요. "우린 네게 미운 감정이 있어"라는 생각을 되뇌이며 '나'가 아니라 '우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각자 마음속의 그 부정적인 기운을 합리화하는 걸로 모자라 동질감마저 얻으려 했던 일반적인 사춘기를 보냈던 거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직도 참 어리석은 청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언젠가 중년, 노년이 되어서라도 제가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기의 미움은 내가 옳고 착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미워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뿐이었고, 청년기의 어리석은 합리화는 내가 남들과는 다른 조금 더 지혜로운 청소년기를 보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뿐이었다는 것을요.
나름 정의로운 디스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작업이 그 과정 속에서 시작의 그 정의는 그냥 아직도 어리석은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란 걸 깨닫게 해줬네요. 각자 인생에서 누군가를 미워했던 경험들을 떠올리며 가사를 음미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05. 자취방

일을 시작했기에 휴학을 하게 되었고, 휴학은 곧 자취방을 빼는 것으로 이어졌죠. 자취방의 짐을 모조리 빼고 기본 옵션들만 남겨둔 채 마지막 외출을 하게 되는 화자는 동시에 평범한 대학생이자 실용음악 전공생, 뮤지션 지망생으로부터 마지막 외출을 하게 됩니다. 다시는 못 만날 나의 평범하고 자유로운 날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는 기분이 들었어요. 떠나기 싫고 어른이 되기 싫은 화자는 아쉽고 쓸쓸한 마음을 숨겨보고자 "괜찮아, 아니 괜찮지 않아, 아니 괜찮지 않지 않아 난 괜찮아"라고 중얼거리지만 결국 미련만 더 짙어질 걸 알면서 어리석게도 뒤를 돌아보았죠. 마치 그리스 신화 속 뒤를 돌아보는 순간 평생 후회할 일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도 돌아봐 버린 오르페우스처럼요. 곡의 화자는 제 자취방의 마지막 손님인 '적막'과 '21세의 추억', '자주 가던 곳들'에게 "안녕"이라며 인사를 건넵니다. 그 인사는 다시 이곳에 재방문을 하더라도 이전의 꿈과 마음가짐을 가진 소년은 다신 올 일이 없다는 걸 알기에 굉장히 쓸쓸한 의미를 담고 있어요. 그런 마지막 인사 후 꾸역꾸역 문밖으로 나가면서까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던 심정을 담아낸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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