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성읍리 보롬왓 농장에 튤립과 유채가 활짝 피어 입장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롬왓. 보롬은 바람의 제주식 발음을 표기한 단어다. 아래아(ㆍ)가 만들어 낸 발음법이다. ‘왓’은 밭의 제주어이다. 따라서 보롬왓은 바람 부는 꽃밭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예쁜 이름의 이곳은 딱 SNS 인증샷용 정원으로 보면 되겠다.
보롬왓은 한겨울 외에 모든 밭에 여러가지 꽃이 피는 변화무쌍한 꽃밭이다. 보롬왓 게시판에 의하면, 3월에는 튤립과 유채가, 4월에는 보라유채와 보리, 삼색버드나무 등이 여행자의 오감을 봄빛으로 물들여 준다. 5월과 6월에는 메밀과 보리, 라벤더가, 7월에는 수국이 만개한다. 8~10월에는 강렬한 색깔의 맨드라미와 요즘 젊은 갬성을 달콤하게 적셔주는 핑크뮬리가 여행자의 발길을 기다린다고 한다.
보롬왓은 입장료(5,000원/1인, 조금 비싼 편이다)를 낸 후 실내공간이자 온실이자 플랜트 뱅크이자 식물 체험 공간을 지나야 넓은 꽃밭으로 나갈 수 있다. 실내공간은 탐나는 식물들으로 가득하다. 빨간 색 꽃봉우리의 튤립, 하얀 색 튤립, 공기 중에 떠다니는 수분과 먼지를 먹고 미세먼지도 빨아당기는 환경 식물로 인기 있는 수염 틸란드시아와 플랜트 카페에서 볼 수 있는 공중 식물들 등등
보롬왓의 야외는 내가 제주도에 왜 왔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주는 시원한 평원이다. 드넓은 꽃밭은 튤립과 유채꽃으로 가득하다. 마치 예전에 가본 홋카이도의 후라노 라벤더 농장같은 분위기이다.
보롬왓 풍경의 피크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역시 튤립과 유채꽃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보롬왓은 돌담, 수국, 튤립 및 유채꽃밭, 진한 초록색의 삼나무 숲, 구름 낀 하늘 등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제주의 풍경들이 뒤섞여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그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