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ées de Pèlerinage : Deuxième année, Italie
Franz Liszt, 1811~1886
프란츠 리스트가 작곡한 피아노 솔로 작품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순례의 해(Années de Pèlerinage)]는 다양한 음악적 구조의 테두리 안에서 여행의 인상을 기록한 일종의 음악적 여행기이다.작품 전체를 완성시키는 데에 40년이 걸린 만큼 리스트는 오랜 세월 동안의 다양한 음악어법의 발전을 담아냈다. 특히 나이 든 리스트가 젊은 시절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회상하며 그려낸 작품이라는 점을 떠올려 볼 때, 여기서 배어 나오는 리스트의 농익은 낭만적 정서와 음악 속으로 녹아 든 자연스러운 비르투오시티는 그의 다른 작품들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순례의 해]는 총 3권으로서 23개의 개별곡과 2권에 추가된 3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번째 해, 이탈리아
두 번째 해 이탈리아(Deuxième année, Italie)는 1837년부터 1849년 사이에 작곡되어 최종적으로 1858년 출판되었다. 소박하면서도 서정적인 동시에 어딘지 내성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스위스 편에 비하여 이탈리아 편에는 지중해의 강렬한 햇살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문학적 상상력이 주도했던 첫 번째 해에 비하여 두 번째 해는 시각적 상상력이 한층 강조되었다는 점 또한 차이점이다. 이 두 번째 해 이탈리아는 1838년부터 39년 사이 다구 백작부인과 함께 이탈리아에 체류하는 동안의 인상을 주제로 삼은 것으로서 대부분 그 시기에 작곡되었다. ‘살바토르 로자의 칸쪼네타’는 1849년에 그리고 ‘단테 소나타’는 1837년에 스케치되었고, 1839년 비엔나에서 연주 후 개정을 거쳐 1849년에서야 오늘날의 형태로 완성되었다. 한편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세 곡은 1846년에 먼저 출판되었다. 수록곡은 다음과 같다.
1. 혼례 (Sposalizio)
2. 생각하는 사람 (Il Penseroso)
3. 살바토르 로자의 칸쪼네타 (Canzonetta del Salvator Rosa)
4. 페트라르카의 소네토 47번 (Sonetto 47 del Petrarca)
5. 페트라르카의 소네토 104번 (Sonetto 104 del Petrarca)
6. 페트라르카의 소네토 123번 (Sonetto 123 del Petrarca)
7.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의 환상곡 (Aprés une lecture du Dante-fantasia quasi sonata)
첫 곡 ‘혼례’는 밀라노의 브레라 미술관에 소정되어 있는 라파엘로의 유명한 그림인 [성모 마리아의 결혼]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고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시작하다가 마지막에 클라이막스를 이루는 모습과 여기서 사용된 반음계적 어법은 마치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을 연상시킨다. 특히 단성부의 멜로디와 코랄풍의 모티브들, 찬송가적 요소들, 찬연한 E장조의 전원시로 몰입해가는 하프 아르페지오 등이 아름다움을 더한다.
피렌체의 '메디치 무덤'에 세워져 있는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생각하는 사람'은 시인이며 화가이자 조각가인 미켈란젤로에게 헌정되었다.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세 곡은 원래 1939년 테너를 위한 리트로 작곡되어 1846년에 출판되었다가 1858년 이전 어느 시기에 피아노용으로 편곡되었다. 14세기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인문주의자로서 연애시를 통해 계관시인이 된 페트라르카의 소네트를 읽은 리스트가 이를 음악으로 승화시킨 작품으로서, 낭만적인 열정과 벨칸토적 스타일, 분출되는 사랑의 열기가 듣는 이의 마음을 현혹하는 명곡으로 손꼽힌다. 특히 낭만적인 분위기와 감각적인 다이내믹이 인상적인 104번은 지금까지도 가장 널리 연주, 감상되는 리스트의 대표곡이다.
‘단테를 읽고’는 연주자에게 엄청난 에너지와 지구력, 다이내믹, 최고 수준의 테크닉 등을 요구하는 난곡이자 대곡이다. 제목은 빅토르 위고의 시에서 차용한 것이지만 그 내용은 단테의 [신곡] 가운데 ‘연옥편’에서 묘사된 모습과 느낌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편 형식과 규모에 있어서 1953년에 발표한 [B단조 소나타]를 예견하는 부분도 있다. 지옥에 떨어진 자들과 그들의 상상을 넘는 고통, 이들에 대한 위안과 마지막 일갈이 서사적인 동시에 스펙타클하게 펼쳐진다. 여기서 만족하지 못한 리스트는 이후 [단테 교향곡]에서 이 문학작품을 다시 한 번 음악화하기도 했다.
발췌 : [네이버 지식백과] 리스트, 순례의 해 [Liszt, Années de Pèlerinage] (클래식 명곡 명연주, 박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