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올드가요

김민기 - 작은연못 [듣기/가사]

想像 2024. 7. 2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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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기가 작사, 작곡해 양희은이 1972년 처음 발표한 노래. 즉 김민기는 22세, 양희은은 21세에 발표한 노래다.

 

한 편의 동요와 같으면서도 구슬픈 멜로디 전환이 일품인 노래이다. 하지만 이 노래가 주목받은 진정한 이유는 바로 1절의 가사 덕분인데, 연못 속에서 평화롭게 살던 붕어들이 서로 싸우다 공멸한다는 내용의 꿈도 희망도 없는 가사가 중간 부분의 어두운 멜로디와 어우러져 듣는 이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당시 이 노래가 발표되었던 1970년대는 박정희의 군사독재 정권 치하 아래 수많은 노래들이 얼토당토않는 이유로 '금지곡'의 오명을 뒤집어쓰던 한국 가요계의 암흑기였는데 이 노래 역시 바로 저 1절의 가사 때문에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그러나 이를 계기로 당시의 젊은이들 사이에 널리 퍼졌으며, '상록수', '아침 이슬' 등과 더불어서 저항가요의 대표적인 존재로 자리잡는다. 이후 금지곡 제한이 풀린 뒤에는 후배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었고, 김민기의 각종 컴필레이션에도 수록되었다.

사실 가사에 내포된 숨은 의미와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특정 부분의 가사가 너무 유명해서 묻힌 감이 있지만, 작은 연못은 역사적 배경, 가사의 의미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음악적으로 굉장히 훌륭한 곡이다. 양희은의 힘찬 목소리로 풀어낸 스토리텔링은 명불허전이고, 김민기가 직접 수록한 버전은 김민기 특유의 저음으로 담담하게 가사를 풀어내고 있는데 김민기의 많은 노래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낮은 음으로 부른 것이 돋보인다. 양희은의 시원한 바람을 닮은 산뜻한 목소리와 김민기의 첼로, 콘트라베이스를 닮은 목소리를 담담하고 숙연하게 들을 수 있는 명곡이다.

 

 

가사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 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 

퓨르던 나뭇잎이 한잎 두잎 떨어져 
연못위에 작은 배 띄우다가 
깊은 속에가라앉으면 
집 잃은 꽃사슴이 산 속을 헤매다가 
연못을 찾아와 물을 마시고 
살며시 잠들게 되죠 

해는 서산에 지고 저녁 산은 고요한데 
산허리로 무당벌레 하나 
휘익 지나간 후에 
검은 물만 고인 채 한없는 세월 속을 
말없이 몸짓으로 헤매다 수많은 계절을 맞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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