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쇼팽

쇼팽 : 피아노 소나타 2번 & 3번 [Mitsuko Uchida]

想像 2021. 10. 1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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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 Sonata No.2 & No.3

Frederic Franois Chopin, 1810∼1849


 

Mitsuko Uchida / Chopin: Piano Sonatas Nos. 2 & 3

Piano Sonata No.2 In B-Flat Minor, Op.35
1. I. Grave - Doppio movimento
2. II. Scherzo - Più lento - Tempo I
3. III. Marche funèbre (Lento)
4. IV.Finale (Presto)

Piano Sonata No.3 In B Minor, Op.58
5. I. Allegro maestoso
6. II. Scherzo (Molto vivace)
7. III. Largo
8. IV. Finale (Presto non tanto)

 

Piano Sonata No.2 In B-Flat Minor, Op.35

 

엄청난 에너지를 함유하고 있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은 쇼팽의 창작력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에 음악적 축복을 담뿍 받고 탄생한 피아노 레퍼토리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손꼽힌다. 1839년 여름 조르주 상드의 별장이 있는 노앙에서 작곡된 이 작품은 비관습적인 스케일을 차용해 대작을 작곡하려 한 쇼팽의 천재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감정적인 층위 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 있어서도 이 [피아노 소나타 2번]은 대단히 혁신적이다. 낭만적인 열정과 비극적인 우울함으로 가득 찬 1악장 Grave-Doppio movimento가 그 대표적인 예다. 쇼팽은 전통적인 소나타 양식을 벗어나 반복을 하지 않는 대신 두 개의 주제가 양립하는 새로운 부분을 대치했다. 게다가 대범한 전조와 과감한 도약들이 음악을 더욱 낯설면서도 카리스마 넘치게 만드는 모습 또한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자유로운 발상이다. 비틀린 감정과 전통에 대한 거부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새로운 내용을 담은 양식을 창조해낸, 진정한 쇼팽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불가사의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악장인 것이다.

 

2악장은 Scherzo로서 앞선 악장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음울하고도 거친 분위기를 견지하고 있는 동시에 스케르초(aba)-트리오(cdc)-스케르초(aba)-코다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전통적인 스케르초 양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3박자의 옥타브 연타로 액센트를 찍어내는 프레이징은 빠르기와 힘에 있어서 피아니스트에게 어려움을 안겨주는 대목이다. 이 스케르초 주제 선율과 Piu lento로 지정된 느린 트리오 부분의 구조적 균형과 감정적 긴장감을 이루는 것이 이 악장의 묘미이기도 하다. 이렇듯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은 이질적인 에피소드들의 부침, 불안정한 분위기의 연속으로 인해 전통적인 소나타 양식과는 다른 관점에서의 균형감과 통일성을 강조한다.

 

이 소나타의 중심을 이루는 3악장 Lento, Marche Funébre, 즉 장송 행진곡은 통렬한 주제 선율을 중심으로 이를 더욱 비장하게 장식하는 장례 행렬이 뒤따른다. A-B-A로 구성된 단순한 구조는 단순한 만큼 그 비통한 멜로디를 강조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 선율은 당시 유럽인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고, 일상적으로 장례식 대부분에서 이 음악을 사용하게 되었다.

 

대중적으로 널리 유행한 만큼 쇼팽의 장송 행진곡은 오케스트라를 위한 편곡(에드워드 엘가의 편곡이 가장 유명하다)을 비롯하여 다양한 악기를 위한 대중적인 버전도 많이 등장하게 되었다. 한편, 이그나시 얀 파데레프스키와 같은 몇몇 19세기 낭만주의 피아니스트들은 이 악장에서 특별한 효과를 내기 위해 마지막 주제가 재현되는 부분에서 육중한 왼손 옥타브를 한 옥타브 더 내려 연주하여 비장함을 더하기도 했다.

 

마지막 악장 Finale는 소나타의 마지막 악장으로서는 너무나 짧은 길이를 가지고 있는 수수께끼와도 같은 대목이다. 긴 유니즌으로 이루어진 프레스토로서 숨이 턱에 닿을 때까지 달려나가기만 하는 만큼 그 방향성과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더군다나 쇼팽은 첫 마디에 sotto voce e legato(낮은 소리의 레가토)라고 적힌 것과 마지막 코드의 포르티시모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표현기호도 기입하지 않았기에 이 악장의 메시지에 대한 궁금증은 증폭되어 갈 수밖에 없었다.

 

Piano Sonata No.3 In B Minor, Op.58

 

피아노 소나타 3번 Op.58은 1844년에 완성된 작품으로서 노앙에 있는 조르주 상드의 집에서 작곡하여 페르시우스 백작부인에게 헌정, 이듬해 1845년 5월에 출판되었다. 바흐는 이 걸작 소나타를 창조해 내는 데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매일 아침 바흐의 전주곡과 푸가, 혹은 인벤션을 연습했던 쇼팽에게 있어서 바흐는 테크닉을 위한 에피타이저 같은 작곡가가 아니라 사실상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던 음악적 본령이었다. 그러한 마음이 가장 잘 반영되었던 탓인지, 쇼팽의 그 어떤 작품도 이 소나타 3번만큼 대위법적이고 고전양식에 충실하며 두터운 텍스추어를 갖고 있지 않다.

 

B단조 소나타는 앞서 작곡한 B플랫 단조 소나타를 모델로 완성한 만큼 전체적으로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1악장은 대위법적인 구성을, 2악장 Scherzo-Molto vivace는 스케르초, 3악장 Largo는 그의 전형적인 느린 악장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특히 스케르초 악장의 동음이조 구성과 빠른 8분음표가 쉬지 않고 질주하는 리듬은 즉흥곡적인 느낌을 강하게 준다. 느린 악장은 멜로디의 감성 외에는 별다른 형식적인 특징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A-B-A 형식으로서 중간 부분을 길고 화려하며 낭만적으로 만들어 상대적으로 앞뒤 A부분을 짧고 간결하게 보이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

 

2번 소나타의 ‘장송 행진곡’만큼 영감이 풍부한 선율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는 힘들지만, 오히려 이 느린 악장의 평범하면서도 말쑥한 멜로디는 그의 녹턴을 연상시킬 정도로 개성적이고 아름답다. 특히 가운데 부분의 E장조 버금딸림화음은 단순하지만 즉흥적인 성격을 머금고 있어 처연함을 더한다.

 

마지막 4악장 Presto ma non tanto는 쇼팽의 감정이 격정적으로 펼쳐지는 대목으로서, 소나타 론도의 형식(처음과 끝이 같고 반복되는)을 취하고 있어 비록 조성은 바뀌어나가지만 전체적으로 원무적인 스타일처럼 하나의 완결성을 띄고 있다. 엄청난 테크닉과 힘을 요구하는 이 마지막 악장은 치밀한 구성과 불타오르는 듯한 열정으로 인해 많은 연주가들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쇼팽의 작품 가운데에서도 최고 수준에 속하는 대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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