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드뷔시·라벨·포레·사티

드뷔시 : 12개의 연습곡(12 Etudes), L.136 [Mitsuko Uchida]

想像 2021. 10. 1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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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tudes, L.136

Claude Debussy, 1862~1918


근대적 의미에 있어서의 피아노 연습곡 장르는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악기의 발전과 더불어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들 연습곡은 음계, 아르페지오, 트릴, 3도 음정, 옥타브, 병행 화음 등을 중점적으로 연습하기 위한 것으로서, 테크닉의 관점에서는 보다 복잡하고 난해해졌지만 형식의 관점에서는 역설적으로 간결, 단순해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손가락들의 전무후무한 훈련을 통해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고도의 테크닉이 발전해나간 반면, 음악의 구조는 대개의 경우 2부 형식과 단순한 멜로디라인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연습곡은 이를 연주하는 계층에 따라 애호가나 초보자를 위한 일반적인 작품과 전세계에서 대여섯명 정도 밖에 연주할 수 없을 정도의 테크닉과 음향효과를 염두에 둔 작품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전자의 경우는 체르니와 훔멜, 슈타이벨트, 클레멘티, 하농 같은 경우가 속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리스트와 쇼팽으로 이어지는 비르투오소 작곡가들의 경우가 속한다.

 

20세기 초반 프랑스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에 이르러 연습곡은 절정에 이룬다. 그는 형식과 구조에 있어서는 전통을 훌륭하게 계승, 발전시킨 동시에, 목적에 있어서는 프로 연주자들과 초보자 사이의 격차를 없애면서 누구에게나 피아노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연습하도록 의도했다. 더 나아가 낭만주의 시대의 양식과 정서에 마침표를 부여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20세기 작곡가들에게 연습곡의 현대음악적 가능성을 열어준 창문이기도 했다.

 

1915년 9월 29일 프랑스의 디에프 인근의 푸르빌이라는 곳에서 완성된 연습곡은 6곡씩 총 2권, 총 12곡으로 구성된 작품으로서 쇼팽에게 헌정되었다. 1차 대전이 발발한 이후 잠시의 시간을 보낸 뒤부터 드뷔시는 다시금 창작의 에너지에 휩쌓일 수 있었는데, 연습곡을 포함하여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흑과 백]과 세 개의 소나타를 남길 수 있었다. 당시 드뷔시는 무엇인가 더 새로운 어떤 것, 즉 표현양식의 혁신적인 전환을 의도했다. 다시 말하자면 음악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 즉 소리 자체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찾아내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엄청난 감수성의 깊이를 탐구하고자 한 것이다. 1915년 초반의 수개월을 쇼팽의 연습곡을 탐구한 끝에, 자신의 생각을 쇼팽에 투영시킨 연습곡을 완성할 수 있었다. 두 권의 연습곡은 1916년 출판되었고 그가 지시해 놓은 연습 대상, 즉 3도, 4도, 6도, 옥타브, 아르페지오 등과 결부되어 있는 화성과 음색의 관계는 피아노 테크닉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기존의 연습곡들은 테크닉 그 자체, 혹은 연주효과의 극대화를 위하여 작곡되었지만, 드뷔시의 경우는 테크닉은 물론이려니와 음색과 음향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연습’하기 위한 작품이라는 것이 특징적이다. 특히 메시앙이 언급한 “색채에 대한 특이한 사랑”을 이 연습곡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건반을 지배하는 엄청난 기교 뒤편에 숨겨져 있는 신비로운 추상성의 영역에서 비롯한다.

 

조성적인 논리에서 떨어져 나온 새로운 화성법과 낯선 느낌을 주는 새로운 선율, 운율적이며 유연한 프레이징, 무한한 음향을 새롭게 조합해고자 한 진취적인 착상, 형식면에서의 새로운 자유로움 등을 통해, 드뷔시는 신비스러운 것에 대한 선호와 세련된 박취(剝取), 지속적인 암시와 불연속적인 유동성, 반어적인 표현 등을 그려내고자 했다. 소우주적인 수준에서 대우주적인 수준에 이르기까지, 세포의 수준에서 구조나 형식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드뷔시의 연습곡은 단순히 연습곡의 차원을 뛰어넘어 피아노라는 악기에 대한 인식 자체를 새로이 변화시킨 혁신적인 작품이다. 드뷔시의 이러한 급진적인 개념은 피에르 불레즈(Pierre Boulez)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정당하게 평가될 수 있었다.


발췌 : [네이버 지식백과] 드뷔시, 12개의 연습곡 [Debussy, 12 Etudes] (클래식 명곡 명연주, 박제성)

 

 

Mitsuko Uchida / Debussy: 12 Etudes

01. Étude 1 pour les cinq doigts d'après Monsieur Czerny (five fingers, "after Monsieur Czerny")
02. Étude 2 pour les tierces (thirds)
03. Étude 3 pour les quartes (fourths)
04. Étude 4 pour les sixtes (sixths)
05. Étude 5 pour les octaves (octaves)
06. Étude 6 pour les huit doigts (eight fingers)
07. Étude 7 pour les degrés chromatiques (chromatic degrees)
08. Étude 8 pour les agréments (ornaments)
09. Étude 9 pour les notes répétées (repeated notes)
10. Étude 10 pour les sonorités opposées (opposing sonorities)
11. Étude 11 pour les arpèges composés (composite arpeggios)
12.  Étude 12 pour les accords (chords)

 

 

1권 (Premier Livre)

 

3,4,6도, 여덟 손가락, 옥타브, 른 스케일 등의 손가락의 기교를 강조한 연습곡으로서 교육적 목표가 강하게 드러난다.

 

I. 5개의 손가락을 위하여, 체르니에 의거하여 (Pour les cinq doigts: d'après Monsieur Czerny)

첫 마디의 왼손은 체르니 연습곡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부분으로서 옛거장에 대한 존경을 담은 오마쥬라고 볼 수 있다. 몇 차례 동기가 반복한 뒤 갑작스러운 멈춤과 복조성의 기운이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데, 조성은 강조되는 동시에 파괴되기도 한다.

 

II. 3도를 위하여 (Pour les tierces)

전통적인 3도 병행으로 시작하며 새로운 음향과 배열 방식을 실험한다.

 

III. 4도를 위하여 (Pour les quartes)
드뷔시가 즐겨 사용하던 음정이 바로 4도로서, 음절마다 끊어져 연주되는 소리를 통해 당혹스러울 정도의 새로운 음향 효과가 인상적이다. 교회선법과 온음계도 엿보인다.

 

IV. 6도를 위하여 (Pour les sixtes)

신중하고 명상적인 시작부와 고통에 가까운 듯한 발전을 거치며 활성화한다.

 

V. 8도를 위하여 (Pour les octaves)

교차리듬과 옥타브가 섞인 왈츠의 화음을 통해 유쾌함과 양식적인 자유로움을 표현한다.

 

VI. 8개의 손가락을 위하여 (Pour les huit doigts)

전적으로 음색을 위한 연습곡으로서 엄지 손가락을 제외한 여덟 손가락의 균일하면서도 통제된 진행을 통해 음색의 다양한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2권 (Deuxième Livre)

반음계, 꾸밈음, 화성의 울림과 음색, 음량의 탐구와 같은 새로운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혹은 우회하여 보여준다.

 

VII. 반음계를 위하여 (Pour les degrés chromatiques)

저음의 스타카토와 신비스럽게 표류하는 듯한 단편적인 테마들이 대위법적으로 처리된다.

 

VIII. 꾸밈음을 위하여 (Pour les agréments)

수직 또는 수평의 음괴(tone cluster)의 구축과 강도의 내적인 분할이 시도되는 곡으로서, 하프시코드와 관련된 전통의 희화적 모습들이 드뷔시의 천재적인 상상력을 통해 펼쳐진다.

 

IX. 반복음을 위하여 (Pour les notes répétées)
불확실한 조성을 바탕으로 토카타풍의 화려함이 묵직하면서도 희화적으로 펼쳐진다.

 

X. 대비적인 음향을 위하여 (Pour les sonorités opposées)
뉘앙스의 강약 및 템포의 대위법을 통해 밝고 어두운 음향의 대비를 만들어낸다. 특히 다양한 음색이 형성하는 폴리포니에 몰두함으로써 음역, 강도, 어택이 음악적 공간 속에 신선한 방식으로 펼쳐져 있다.

 

XI. 조립된 아르페지오를 위하여 (Pour les arpèges composés)
6잇단음표의 아르페지오가 펼쳐지며 섬세하게 다듬어진 무지개 빛 음색의 아라베스크가 인상적이다.

 

XII. 화음을 위하여 (Pour les accords)

마지막으로 작곡된 곡은 아니지만 드뷔시의 의도에 따라 마지막에 배치된 이 곡은,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고집스러운 집요함에서 기인하는 공격성과 환상적인 중간 부분에서 등장하는 주술적이고도 신비스러운 몽환성이 충돌하며 불안함을 생성해내는 직설적인 표현력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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