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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 : 베르가마스크 모음곡(Suite Bergamasque ) [조성진]

想像 2020. 11. 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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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e Debussy, 1862~1918

Suite Bergamasque


‘프렐류드(Prélude)’, ‘미뉴엣(Menuet)’, ‘달빛(Clair de lune)’, ‘파스피에(Passepied)’, 이 상의 네 개의 곡을 모아놓은 이 모음곡은 드뷔시가 23세인 1890년에 작곡했는데 이후 1905년에 돼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출판되었다. 같은 해 작곡한 [마주르카 Mazurka] 역시 1905년에 출판되었는데, 드뷔시는 자신이 젊었을 때 작곡한 작품들의 한계를 깨닫고 있었다. 그래서 시대 흐름에 따른 관점의 변화에 의거해 작품에 철저한 비판과 수정을 가했고, 그 후에 뒤늦게 출판하게 된 것이다. 모차르트에 비견할 만한 천재였으나 식도락의 즐거움에 빠져 30대 중반에 작곡을 중단한 로시니에게는 늙음 그 자체가 죄였겠지만, 드뷔시에게는 고유의 음악 어법을 발견하기 이전, 젊음 그 자체가 과오였으리라.

 

안타깝게도 이 작품이 처음에 얼마나 작곡되었는지, 이후 출판된 무렵에는 어떤 부분이 수정되었는지 자세히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두 개 정도의 작품 제목이 바뀌었음를 알 수 있다. 원래 ‘파스피에’는 ‘파반느’로, ‘달빛’은 ‘감상적인 프롬나드’로 제목 붙여져 있었다. 이들 원제는 프랑스의 시인 폴 베를렌(Paul Verlaine)의 시집 [우아한 향연 Fêtes galantes] 중 ‘세레나데’에 나타난 언어 논리를 음악의 세계를 통해 암시하고 있으며, 드뷔시는 이 시집의 유명한 한 행을 참고해 곡 제목을 붙였다. 또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17세기 음악의 분위기와 프랑스 클라브생 주자들의 명석하고 즐거운 양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곡이다. 그런만큼 그 시대에 대한 동경과 아이러니를 섞어내 프랑스적 혼합체를 만들어내고자 했던 드뷔시의 신고전주의적 의도 또한 엿보이는 작품이다.

 

세기가 전환될 당시 드뷔시의 창작열은 불타 올랐던 반면 개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1894년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과 1900년 [녹턴]이 초연되며 대성공을 거두어 작곡가로서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었고, 1902년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가 대혼란 속에 초연된 이후 진정한 대가로 존경을 받게 되는 등 승승장구의 시기를 걸었다. 그러나 1903년 아내인 릴리 텍시에(Lily Texier)가 자살을 꾀할 정도로 아름답고 총명한 음악가이기도 한 엠마 바르다크(Emma Bardac)와 사랑에 빠진 그는 언론과 친구들로부터 버림받아 사회로부터 매장당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혼란은 그에게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 창작의 원동력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결과는 교향시 [바다]에서 찬연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젊은 시절 바그너에 열광하고 무소르그스키에 감동받으며 자바와 일본 문화와 같은 이국적인 취향에 자극을 받았던 드뷔시는, 이후 단번에 기능적인 혁신가로 자신의 정체성을 극적으로 바꾸었다. 그는 쇤베르크처럼 조성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특정 화성의 울림과 그 기능을 중시했다. 그 결과 드뷔시는 ‘음색’을 음악의 중요한 요소로 새롭게 발견했고, 풍부하고 무한한 표현력을 갖춘 독자적인 음악 어법을 구사하게 되었다.

 

드뷔시는 프랑스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에 대해서도 무한한 예찬을 보낸 바 있다. 드뷔시는 1903년 스콜라 칸토룸에서 장 필립 라모의 발레가 상영된 것을 보고 난 후 “라모 만세! 타도 글룩!”을 외쳤다고 한다. 그 후 출판사에서 준비하고 있었던 라모 작품 전집 가운데 [폴림니의 축제 Les Fêtes de Polymnie]를 출간하는 일에 동조했던 것 같다. 특히 드뷔시의 라모 예찬은 엄숙하고 장중한 분위기, 강한 양식적 특성을 가진 무곡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데 그의 [영상 Images] 2권의 ‘라모 예찬 Hommage à Rameau’에 잘 표현되어 있다.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잘 드러난다. 네 곡 모두에서 후기 낭만주의 특유의 서정적이고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며, 드뷔시가 막 확립해낸 독특한 화성과 신비로운 음색을 바탕으로 한 바로크적인 뉘앙스가 돋보이고 있다. 특히 ‘전주곡’의 독특한 터치감은 류트나 클라브생을 위한 전주곡을 연상시킨다. 이어 등장하는 전형적인 바로크 무곡인 ‘미뉴엣’과 ‘파스피에’는 충분히 감동적이다. 한편 독립적으로도 자주 연주되는 ‘달빛’은 그 신비로운 화성과 은유적 분위기로 인해 ‘신고전주의자 드뷔시’의 음악적 신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드뷔시가 젊었을 때 작곡한 작품인 만큼 음악적으로 한층 느슨했을 것이라 추측되기도 한다. 드뷔시는 자신의 독창적인 음악 스타일을 자유롭게 구사하게 된 1903년 이후 본격적으로 피아노 음악에 집중했다. 그리고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로소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을 출판했다. 그로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던 것이다. 물론 그 오랜 시간이 흐르는 와중에 폴 베를렌의 시적 뉘앙스 또한 한층 경묘하게 배가되었을 것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드뷔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Debussy, Suite Bergamasque] (클래식 명곡 명연주, 박제성) 

 

Seong-Jin Cho Debussy

 

1. Prélude
2. Menuet
3. Clair de lune
4. Passep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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