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ard Georg Strauss, 1864 ~1949
Tod und Verklärung Op.24, TrV 158
물리적으로 쇠약해지고 정신적으로 나약해지는 한 인간으로부터 실존주의적인 존재감과 관념주의적인 정신세계가 병존하는 내면의 세계를 생생한 표현주의적 필치로 그려낸 [죽음과 변용].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은 오페라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표현력과 낭만적인 도취감, 극적인 엑스터시가 공존하는 이 교향시는 R. 슈트라우스 음악어법과 시적 내용이 정점에서 결합한 오케스트라 음악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빈사상태의 병자는 마지막 피난처의 침묵을 갈망하며 어둠 속에서 어린 시절의 열정과 동경, 낙담을 머릿속에서 떠올린다. 죽음이 그를 위협하지만 이 승산 없는 싸움에 과감하게 자신을 내던지며 결국 안식과 기쁨을 맞이한다.
I. Largo
초라한 방 안에서 죽음에 직면한 한 병자가 누워 있다. 회상을 상징하는 플루트의 몽환적인 멜로디와 감각적인 바이올린 솔로와 더불어 특징적인 리듬들을 통해 죽음의 모티브들이 차례차례 등장한다. 죽음의 운명을 직감한 병자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느껴지는 서늘함과 어린 시절에 대한 행복한 미소가 스쳐 지나간다.
II. Allegro molto agitato
이 작품에서 가장 격렬한 대목으로서 병으로 지쳐 쓰러진 병자를 죽음이 사정없이 흔들어 깨운다. 저음부에 등장하는 죽음과 대결하는 투쟁의 모티브, 삶에의 집착을 나타내는 힘찬 모티브가 번갈아 가며 등장하고, 죽음과 생 사이를 오가는 무섭고 기나긴 싸움이 시작된다. 승부는 쉽게 끝나지 않은 채 변용의 모티브가 금관악기를 통해 제시된 뒤 다시금 고요가 깃든다.
III. Meno mosso
병자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본다. 순진했던 어린 시절의 행복함과 청년기의 뜨거운 열정,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과 치열했던 순간 등등을 회고하며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지만, 이내 다시금 죽음과의 투쟁과 변용에의 동경이 교차하다가 죽음을 향한 마지막 철퇴가 떨어진다. 육체는 산산조각 나고 세계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빠져든다.
IV. Moderato
죽음 뒤에 펼쳐지는 피안의 세계를 그린 대목으로서 탐탐(Tam-Tam)의 신비로운 울림을 바탕으로 현악군과 금관에 의해 너무나 아름다운 변용의 모티브가 등장한다. 이내 죽음의 공포, 일상의 비근함은 모두 사라지고 평화로우면서도 아름다움 그 자체만이 흘러넘치는 관념적 유토피아의 세계가 장대하면서도 고요하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