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from the Vienna Woods (Geschichten aus dem Wienerwald), Op.325
Johann Strauss II, 1825∼1899
▒ 본래 ‘왈츠(Waltz, Waltzer)’는 18세기 중엽 오스트리아 및 바이에른 지방에서 유래한 민속춤곡이었다. ‘쿵작짝’하는 3박자 리듬에 기초한 이 춤곡이 연주되면 남녀가 서로 끌어안고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춤을 추게 되는데, 한 때는 그 모습이 너무 외설적이라 하여 금지된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외설스런 춤곡이 19세기 들어 빈의 사교계로 진출하면서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고, 이 ‘빈 왈츠’는 1814년과 1815년에 걸쳐 열린 ‘빈 회의’를 계기로 유럽 전역에 전파되었다.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왈츠는 ‘고급 사교춤의 대명사’ 또는 ‘사교춤을 위한 음악’일 따름이었다. 즉 왈츠 음악의 목적은 사람들이 왈츠를 추는 동안 반주를 제공하는 데 있었으며, 그 이미지나 가치는 어디까지나 유희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19세기 후반에 ‘왈츠의 왕’으로 일컬어지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활약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그에 의해서 왈츠는 한 차원 높은 ‘예술음악’으로 격상되었던 것이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왈츠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장남으로, 1825년 빈 근교의 장크트울리히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가의 길을 걸었는데, 처음에는 자신의 악단을 이끌며 아버지의 악단과 경쟁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타계한 후에는 아버지의 악단을 흡수하여 빈, 나아가 유럽 최고의 ‘왈츠 음악가’로 인기와 명성을 떨쳤다.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는 170여 곡의 왈츠를 남겼는데, 초기에는 ‘빈 왈츠’의 선구자들인 요제프 라너나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가 만들어놓은 형식을 답습했다. 즉 짧은 도입부에 이어 5개의 작은 왈츠가 이어지고, 회상 형식의 코다(종결부)로 마무리되는 구성방식을 취했던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선율의 호흡을 길게 가져가고, 종종 3부 형식의 작은 왈츠를 등장시키며, 작은 왈츠 안에서 빈번한 전조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대선율을 도입하는 등 보다 새롭고 풍부한 표현을 추구하기도 했다.그러던 그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한 것은 1850년대 후반의 일이었다. 이 시기에 그는 작은 왈츠를 이루는 두 선율의 대비효과를 높이고 곡 전체의 흐름을 유기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왈츠음악 특유의 유희적 매력을 보다 세련되게 부각시키는 경지에 올라섰다. 특히 1860년에 작곡된 [가속도 왈츠, op.234]는 유난히 흥미진진하면서 완숙기의 명작들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멋진 작품이다.
1860년대 후반에 이르면 마침내 ‘왈츠의 왕’의 본색이 드러나게 된다. 1864년의 [조간신문, op.279]를 필두로, [빈의 봉봉, op.307],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op.314], [예술가의 생애, op.316], [빈 숲 속의 이야기, op.325], [술, 여인, 노래, op.333] 등 이른바 ‘영광의 300번대’로 불리는 명작들이 줄줄이 탄생했던 것이다. 이 시기의 왈츠들은 길고 아름다운 도입부를 지니고 있으며, 이전보다 한층 수준이 높아진 멋진 관현악법으로 장식되어 있다. 특히 목관군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관현악법의 절묘함에 대해서는 바그너와 브람스도 찬사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뒤로 가면서 작은 왈츠의 수가 4개로 줄어든 작품이 늘어나기도 했다.
1870년대 들어 슈트라우스는 오페레타(희가극) 장르에 진출했다. 그 여파로 오페레타에 썼던 선율들을 활용한 왈츠를 썼는가 하면, 한편으로 무도회장보다는 콘서트홀에 어울리는 왈츠들도 작곡했다. 이 시기에는 작은 왈츠의 수가 3개로 줄어든 작품이 등장했는데, 도입부와 종결부가 더욱 충실해지고 작은 왈츠 자체도 한층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성부에 충실을 기하면서 종전까지 리듬 악기로 쓰였던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가 화성악기로 쓰인 탓에 왈츠의 리듬이 전면에 부각되지 않은 작품들도 나타났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작품들로는 [레몬꽃 피는 고장, op.364], [남국의 장미, op.388], [봄의 소리, op.410], [황제 왈츠, op.437] 등이 있다.
이렇게 해서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춤의 반주음악에 불과했던 왈츠를 보다 예술성 높은 ‘감상용 음악’의 경지에까지 끌어올렸다. 그 결과 그의 왈츠곡들은 무도회장을 벗어나 콘서트홀에까지 진출했으며, 오늘날에도 세계각지의 공연장에서 때로는 앙코르 곡으로, 때로는 메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연주되고 있다.
빈 숲 속의 이야기, Op.325 (1868)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황제 왈츠]와 더불어 슈트라우스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 파리, 런던 등지로 수개월간 연주여행을 다니며 분주한 나날을 보낸 슈트라우스가 빈으로 돌아와 봄을 맞이했을 때 그 주위를 둘러싼 자연의 아름다움과 고향의 편안함과 정겨움에 새삼 감동하여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4개의 작은 왈츠를 포함하는 이 장대한 곡은 흡사 교향시를 방불케 한다. 특히 무려 122마디에 달하는 도입부는 이 곡의 스케일을 대변하고 있는데, 마치 ‘빈 숲’의 공기를 한껏 호흡하는 듯한 이 부분에는 치터(Zither, 오스트리아의 민속악기) 연주나 바이올린 솔로가 가미되기도 한다. 아울러 이 도입부에서 부각되는 랜틀러 리듬에는 슈트라우스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이 투영되어 있는 듯하며, 치터 혹은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선율은 그가 좋아했던 아버지 요한 1세의 왈츠 '제비'에 나오는 선율과 유사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왈츠 [Johann Strauss Ⅱ, Waltz] (클래식 명곡 명연주, 황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