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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브루크너·말러

브루크너 : 교향곡 제9번 D단조 [Berliner Philharmoniker · Herbert von Karajan]

by 想像 2021.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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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 Bruckner, 1824-1896

Symphony No. 9 In D Minor, WAB 109


브루크너는 마지막 교향곡인 미완성 9번을 위해서, 8번을 작곡한지 6주 뒤부터 죽기 전까지 10년이나 작업했다. 9번은 그의 마지막 최후의 삶에 대한 결정체이다. 숨을 거두는 그날에도 마지막 악장을 잠시 작업하다 숨을 거두었다. 이 작품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굳건한 신앙심을 바탕으로 신에게 이 곡을 바치고 싶어했었기 때문에 어떤 특별한 염원을 간직하고 있다. 이 곡의 음악적인 형상에 대해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점은 그 음의 구성에서 나타나는 생소함과 대담성에 대한 놀라움이다. 선율의 처리 방법은 복음정을 각별히 많이 구사하였으며, 풍부한 하모니는 바그너적인 반음계법이 침투하여, 음의 장대한 흐름은 아주 개성적인 면모로 발휘하기 시작했다. 또한 베토벤의 교향곡들은 브루크너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이제 브루크너는 그의 교향곡을 통해서 더욱 베토벤의 교향곡적인 형식을 발전시킨 셈이 된다.

 

9번의 최초의 스케치는 63세 때인 1887년 9월이며 그후 병세가 점점 심각해지고 나이가 들면서 3악장까지 작곡하고 200페이지 분량의 피날레 스케치를 코다까지 남겨둔 상태로 서거하게 된다. 이 피날레를 가지고 브루크너의 의도와 비슷하게 다시 완성하려는 시도는 다행히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마지막 코다 부분은 브루크너의 영면과 함께 엄숙한 세계로 완결 지어졌기 때문에 굳이 피날레 부분에 손을 델 필요는 없다고 본다. 브루크너는 마지막에 이 피날레가 완성되지 않을 것을 생각하고 테 데움이 대신 연주되기를 바랬었다. 

 

곡의 초연은 그의 사후인 1903년 2월 11일 빈에서 Ferdinand Lowe 지휘로 당시 막 창단된 빈 콘체르트페라인 오케스트라 (Wiener Konzertvereins orchester)에 의해 행해졌다. 이 오케스트라는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전신에 해당한다. 뢰베는 작품의 연주를 원활히 한다는 미명하에 브루크너의 악보를 수정했으며 그 수정본이 Doblinger에 의해 이듬해 출판된다. 1934년에야 Alfred Orel이 편집한 오리지날 악보가 출판되게 된다. 크나퍼츠부쉬 (1950)를 비롯해 푸르트벵글러 (1944), 아벤트로트 (1951) 등은 모두 이 오리지날 악보를 쓰고 있다. 반면 현대의 대부분의 지휘자들은 1951년에 출판된 Leopold Nowak판을 이용하고 있는 추세다.

 

Bruckner: 9 Symphonies

제1악장 Feierlich. Misterioso 

 

도입부를 비교해보면 베토벤과 브루크너의 제9번은 매우 비슷합니다. 둘 다 웅얼거리듯 조용하게 시작해 광대한 주제선율로 발전합니다. 그러나 베토벤의 도입부는 처음에 모호한 조성으로 신비감을 주다가 점차 커지며 포르티시모로 확실한 d단조 조성을 확립하지만, 브루크너의 도입부는 이와 반대로 확실한 d단조로 시작해 가면 갈수록 혼란에 빠집니다. 그러다가 전 오케스트라가 d단조의 주제를 드라마틱하게 확립하며 결론을 내립니다. 

 

제2주제의 도입도 브루크너 답습니다. 그가 하나의 주제로부터 다른 주제로 이동할 때 즐겨 사용한 방법은 갑자기 멈추고 새로 시작하는 것인데, 사람들은 이를 ‘브루크너의 휴지’라고 불렀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음악 진행의 긴밀성과 논리성을 추구하는 브람스적인 입장에서 보면 비웃음거리가 될 만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브루크너 음악 특유의 매력입니다. 브루크너가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서정적인 제2주제도 이런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제2악장 Scherzo (Bewegt lebhaft) - Trio (Schnell) - Scherzo da capo

 

스케르초는 완전히 새로운 음악입니다. 브루크너의 스케르초들은 대개 즐겁고 변덕스러운 분위기를 다양하게 표출하고 있지만, 제9번의 스케르초는 냉소적이고 신랄한 화성으로 끝없이 우리를 협박하고 경고하는 듯합니다. 이 신랄함은 야만스런 불협화음으로 변모해 깊은 충격을 던져줍니다. 다행히 오보에의 선율이 이 지옥 같은 분위기를 구제해주기는 하지만, 그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톤은 전례 없는 것입니다. 중간 트리오 부분 역시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유령 같은 느낌의 음악입니다. 브루크너의 다른 음악에서 들을 수 없는 특별한 스케르초입니다. 

 

제3악장 Adagio (Langsam, feierlich)

 

단9도의 극적인 도약으로 시작됩니다. 여기서 브루크너는 바그너를 불러들입니다. 6~7마디에서 현과 목관의 장대한 상승의 제스처는 바그너의 음악극 ‘파르지팔’의 ‘성배’ 모티브를 연상시킵니다. 화성을 해결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표류하는 진행 역시 바그너를 닮았습니다. 이런 탐색이야말로 브루크너가 이 악장에서 추구하고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늘 그랬듯이 으뜸조를 광대하게 펼치고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끝을 맺습니다. 

 

브루크너의 많은 아다지오들 가운데서 제9번의 아다지오는 매우 심오하고 특별합니다. 브루크너 학자인 로버트 심슨도 이 악장을 가리켜 이렇게 평했습니다.  “비록 이 교향곡이 피날레에 의해 완전한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 마지막 아다지오에 감사해야한다. 이것은 그의 가장 완벽한 작품은 아닐지라도 그의 가장 심오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브루크너는 그의 교향곡 제7번을 바그너의 후원자이자 “예술계의 위대한 왕 루드비히 2세”에게 바쳤고, 제8번을 “지상의 뛰어난 군주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요제프 황제”에게 헌정했습니다. 그리고 제9번은 “모든 것의 왕이시며 사랑이신 하느님”께 바쳤습니다. 이 교향곡은 하느님께 바치는 그의 마지막 기도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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