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음악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대 편성 관현악으로 연주하는 교향곡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베토벤의 교향곡을 장식하는 풍성한 현악의 울림과 찬란한 관악기들의 포효를 듣다 보면 가슴이 확 트이는 해방감을 맛보게 됩니다. 하지만 웅장한 관현악의 벅찬 감동이 때때로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 소 편성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달콤한 세레나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 편안한 분위기에 반하게 될 것입니다.
본래 ‘세레나데(Serenade)’란 말은 ‘늦은’이란 뜻을 지닌 ‘세루스(Seru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래서 세레나데라는 말 속에는 ‘늦은 시각에 연주되는 음악’, 즉 ‘저녁의 음악’이란 뜻이 들어 있어요. ‘저녁의 음악’이라고 하면 역시 연인의 창가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부르는 낭만적인 사랑 노래가 대표적이지요. 그래서 세레나데는 본래 연인의 창가에서 기타나 만돌린처럼 손가락으로 현을 퉁겨 연주하는 발현악기의 반주에 맞춰 부르는 사랑 노래를 가리킵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 주인공 돈 조반니가 아름다운 여인을 유혹하기 위해 만돌린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야말로 세레나데의 전형을 보여주는 명곡입니다.
[돈 조반니]의 세레나데는 밤에 연인의 창가에 부르는 전형적인 세레나데라고 할 수 있지만, 클래식 음악에는 이런 세레나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노래 없이 악기로만 연주하는 세레나데도 참 많은데요, [돈 조반니]의 멋진 세레나데를 작곡한 모차르트는 악기로 연주하는 세레나데도 많이 작곡했습니다.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Eine Kleine Nachtmusik)라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독일어라서 발음이 좀 어렵지만 대개 곡명을 원어 그대로 쓰는 일이 많아요. 번역을 하면 ‘작은 밤의 음악’, 즉 ‘작은 세레나데’를 뜻합니다. 이 곡은 바이올린과 첼로 같은 현악기만으로 연주되는데, 연인을 유혹할 목적으로 작곡된 음악이 아니라 귀족들의 행사를 겨냥한 음악으로 작곡됐기 때문에 굉장히 밝고 명랑합니다.
이처럼 세레나데라는 음악은 본래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는 사랑 노래였지만 점차 부유한 귀족들의 파티음악으로 그 성격이 변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교향곡이라는 진지한 관현악이 유행하게 되면서 세레나데라는 점차 사라지게 되죠. 그래도 몇몇 작곡가들은 계속 세레나데를 계속 작곡했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차이코프스키와 드보르작입니다.
차이코프스키와 드보르작은 모두 현악합주를 위한 유명한 세레나데를 남기고 있는데, 두 작품 모두 현악기만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의 부드럽고 풍성한 소리를 느낄 수 있는 명곡입니다. 하지만, 두 곡의 성격은 조금 달라요. 차이코프스키의 세레나데가 압도적이고 시원한 현악의 울림을 강조했다면, 드보르작의 세레나데는 포근하면서도 감성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