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차이코프스키

차이코프스키 : 현을 위한 세레나데, Op.48 [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 · Sir Neville Marriner]

想像 2021. 1. 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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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otr Ilich Tchaikovsky, 1840∼1893

Serenade For Strings In C Major, Op.48


이 사랑스러운 작품은 ‘세레나데’의 장르적 이미지 때문에 종종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차이코프스키의 가장 뛰어난 작품들 가운데 하나이며 그가 각별히 아끼고 자랑스러워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아울러 ‘러시아적 우수와 정한(情恨)의 아이콘’으로 기억되는 차이코프스키가 남긴 가장 밝고 쾌적한 관현악곡으로서 그의 작품세계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세레나데는 1880년 가을(9~10월)에 [1812년 서곡](9~11월)과 나란히 작곡되었는데, 그 무렵을 전후하여 차이코프스키는 서유럽의 음악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당시 그는 자주 서유럽을 여행하며 독일, 프랑스, 이태리에 걸친 다양하고 광범위한 음악들을 접했고, 특히 바로크 모음곡의 양식 및 고전파의 간결한 어법과 명쾌한 형식에서 많은 자극과 영향을 받았다.

 

사실 처음 이 곡을 착수할 때 차이코프스키는 교향곡이나 현악4중주를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한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그 중간 형태인 현악 합주곡으로 가닥을 잡게 된다. 그처럼 고민했던 이유는 아마도 ‘독일적인 형식’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가 평생 동안 ‘형식’에 대한 콤플렉스에 시달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반면에 ‘세레나데’에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형식을 취할 수 있으므로 작업을 좀 더 쉽게 풀어 나갈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이 곡에서 차이코프스키는 이전에 발표했던 교향곡들보다 한층 더 탄탄한 유기성과 만족스러운 균형미를 달성했다. 즉 현악만에 의한 순수한 조직과 형식, 적절한 정돈과 균형을 통해서 드러난, 고전미에 대한 그의 진지한 추구가 여기서 하나의 아름다운 결정체를 이루어낸 것이다.

 

고전파 세레나데의 악장 수는 적게는 3개부터 많게는 7~8개까지로 다양하지만, 이 곡은 4개의 악장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역시 초기 구상이 교향곡 또는 현악4중주였던 사실에 기인하는데, 결과적으로 교향곡 또는 현악 4중주의 구성미와 세레나데의 유연성을 절충한 형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첫 악장에서 소나타 형식보다 단순한 ‘소나티네 형식’을 취한 점, 춤곡 악장에 고전적인 미뉴에트 대신 왈츠를 도입한 점 등에서 이 곡에 임했던 작곡가의 발상과 자세가 ‘낭만주의자’답게 한결 자유로웠음을 읽을 수 있다. 아울러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정서적 악상이 담긴 완서악장은 이 곡이 단순히 고전파 세레나데의 모방작이 아니라 다분히 ‘낭만화된 세레나데’임을 말해준다.

 

 

제1악장 Pezzo in forma di sonatina: Andante non troppo - Allegro moderato

 

첫 악장은 안단테 논 트로포의 서주와 ‘소나티네 풍의’ 주부로 이루어져 있다. 서주는 전체 합주로 힘있게 시작되는데, 두터운 화음을 수반한 선율이 첫머리의 a단조와 이후의 C장조 사이를 흔들거리듯 움직이다가 주부로 진입한다.

 

주부는 싱커페이션이 포함된 우아한 제1주제와 아기자기하고 리드미컬한 제2주제가 대비를 이루는 가운데 쾌활하고도 우아하게 진행되며, 발전부 없이 제시부의 클라이맥스에서 곧바로 재현부로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코다에서는 서주의 선율이 다시 등장한 후 마무리된다.

 

제2악장 Walzer: Moderato (Tempo di valse)

 

앞서 말했듯이 ‘왈츠’로 진행되는 춤곡 악장이다. 차이콥스키는 훗날 발표한 [교향곡 제5번]에서도 ‘왈츠’를 배치한 바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 풍의 빈 왈츠가 가진 우아함과 들리브 풍의 프랑스 발레가 가진 화려함, 그리고 차이콥스키 특유의 미묘한 센티멘털리즘이 결합되어 우아하고 세련되며 농밀한 풍미를 자아낸다.

 

제3악장 Elégie: Larghetto elegiaco

 

'엘레지'로 명명된 완서악장. 3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체가 D장조로 일관하며, 주부에 비해 중간부의 길이가 4배에 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편이 야상곡 풍의 은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며, 달콤 쌉싸래한 칸타빌레 선율이 온화한 춤곡풍의 리듬에 실려 유장하게 펼쳐지는 중간부는 차이콥스키 특유의 동경과 우수, 탐미로 가득하다.

 

제4악장 Finale (Tema russo) : Andante - Allegro con spirito

 

'러시아 주제에 의한' 피날레로서 안단테의 서주와 알레그로의 주부로 구성되며, 주부는 론도풍의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다. 먼저 차분한 서주에서는 약음기를 단 악기들에 의해 잔잔한 선율이 번지듯이 흘러나오는데, 이 선율은 '목장에서'라는 러시아 민요에서 차용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주부에서는 '푸른 사과나무 아래서'라는 민요에서 취한 명랑한 선율이 등장하며, 제1주제부는 이 선율의 변주로 이루어져 있다. 제2주제도 민요풍이며, 발전부는 제1주제와 제2주제를 합성하여 진행된다. 코다에서 제1악장의 서주가 중후하고 찬란하게 부각되는 대목이 매우 인상적이며, 마지막에는 다시금 활기찬 분위기로 돌아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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