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슈만과 클라라

슈만 : 교향곡 제4번, Op.120 [Berliner Philharmoniker · Rafael Kubelik]

想像 2020. 10. 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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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mphony No. 4 in D Minor, Op. 120
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


슈만의 생애에서 클라라와 결혼한 이듬해인 1841년은 '교향곡의 해'로 일컬어진다. 그 해에 슈만은 두 편의 교향곡과 하나의 ‘작은 교향곡(서곡, 스케르초와 피날레)’, 그리고 [피아노 협주곡 a단조]의 모태가 되는 단악장의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 등 관현악곡들을 집중적으로 작곡했기 때문이다.

 

그 일련의 작업들은 클라라와의 결합을 통해서 슈만이 새로이 얻은 희망과 자신감의 발로였고, 동시에 작곡가로서 보다 원대한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그의 포부와 의지의 표현이었다. 여기에 소개하는 [교향곡 제4번 d단조] 역시 ‘교향곡의 해’에 탄생한 작품이다. 다만 이 곡이 슈만의 교향곡 ‘제4번’으로 불리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잠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1841년에 탄생한 교향곡 두 편 가운데 다른 하나는 [교향곡 제1번 B♭장조](일명 ‘봄의 교향곡’)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2번’과 ‘제3번’은 어디로 간 것일까?

 

사연은 이렇다. 사실 [교향곡 제4번 d단조]는 슈만의 두 번째 교향곡이다. 원래는 ‘교향적 환상곡’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고, 1841년 12월에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초연되었을 때에는 ‘교향곡 제2번’으로 불렸다. 그러나 초연 당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고, 슈만 자신에게도 성에 차지 않는 구석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슈만은 그 악보의 출판을 일단 보류했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851년에 뒤셀도르프에서 작품을 고쳐 써서 다시 발표했다. 이 개정판의 악보는 1853년에 라이프치히에서 출판되었다. 그런데 그러는 동안 다른 두 교향곡, [교향곡 제2번 C장조]와 [교향곡 제3번 E♭장조](일명 ‘라인 교향곡’)이 이미 출판되었기 때문에 이 곡은 ‘제4번’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교향곡 제4번 d단조]에는 두 개의 판본이 존재한다. 그 하나는 1841년의 라이프치히 초연 당시에 사용된 악보로 이 ‘초판본’은 슈만의 사후인 1891년에 브람스의 주도로 출판되었다. 다른 하나는 1853년에 뒤셀도르프에서 슈만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고 같은 해 라이프치히에서 출판된 ‘개정판’이다. 이 가운데 오늘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판본은 후자이다. 전자와 후자를 비교해보면 후자가 전자에 비해 한층 더 중량감 있는 관현악법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구조와 조직의 유기성 면에서도 보다 효율적이다. 간단히 말해 후자가 전자보다 한결 명쾌하고 웅장하게 들린다.

 

슈만의 모든 음악이 낭만적이지만, 이 곡은 그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낭만성을 분출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작인 [교향곡 제1번]을 ‘슈베르트적’이라고 한다면, 이 곡은 ‘베토벤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특히 빠른 악장들에서 베토벤을 연상시키는 투쟁적⋅정열적인 기운이 두드러진다. 그런가 하면 완서악장에 흐르는 선율은 꿈꾸듯 감미롭고, 피날레에서는 슈만 특유의 ‘상상력의 유희’가 펼쳐지기도 한다. 한편 형식면에서 이 곡은 무척 개성적이면서도 슈만의 교향곡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탄탄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우선 모든 악장이 쉼 없이 연달아 연주되며, 각 악장에 등장하는 주요소재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작품 전체에 긴밀한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다.

 

Schumann: The 4 Symphonies; Overtures Opp.81 "Genoveva" & 115 "Manfred"

 

제1악장 : Ziemlich langsam - Lebhaft

 

느린 서주와 소나타 형식의 주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부의 소나타 형식은 상당히 변형되어 있다. 서주에서는 먼저 트롬본이 제외된 전체 악기들의 유니즌으로 딸림음(A음)이 울리고, 그것이 지속되는 가운데 싱커페이션 리듬을 가지고 서서히 오르내리는 선율이 파곳, 제2바이올린, 비올라에서부터 흘러나와 점차 전체 악기로 확산되어 나가며 고뇌에 찬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말미에서 박자가 바뀌고 속도를 높여 주부로 진입하면, 플루트, 오보에, 제1바이올린이 한 데 어우러져 슬러와 스타카토의 조합으로 매우 활기찬, 하지만 조금은 정신없이 오르내리는 16분음표로 구성된 제1주제를 등장시킨다. 그리고 잠시 후 목관에서 등장하는 제2주제는 다소 경쾌한 모습이다.

 

강렬한 추진력과 극적인 흐름이 돋보이는 발전부에서는 화음의 연속적인 타격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음형이 나타나 제1주제와 결합되면서 사뭇 투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흥미로운 점은 앞서의 제2주제가 이후에 다시 등장하지 않으며, 발전부에서 제1바이올린에 의해 새로이 부각된 가요풍의 선율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다분히 여성적인 이미지를 띤 이 가요풍 선율은 마치 남성적인 제1주제의 투쟁을 독려하는 듯하며, 결국 음악의 흐름을 어두운 단조에서 밝은 D장조로 이끌어간다.

 

 

제2악장 : Romanze. Ziemlich langsam

 

3부 형식으로 이루어진 완서악장으로,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의 제2악장 첫머리를 연상시키는 관악기들의 화음 연주로 시작된다. 어딘지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흐르는 주요부에서는 오보에와 첼로 솔로가 어우러져 우수 어린 선율을 마치 음유시인의 노래인 듯 꺼내놓는다. 이어서 제1악장의 서주에서 흘렀던 선율이 다시 등장하여 잠시 발전되고, 다시 처음의 우수 어린 선율로 돌아간다. 중간부에서는 바이올린 솔로가 등장하여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선율을 연주하는데, 꿈결처럼 아름다운 그 선율은 마치 앞선 부분의 우수를 위무하는 듯하다.

 

 

제3악장 : Scherzo. Lebhaft

 

힘찬 구동력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일품인 스케르초 악장. 스케르초 부분에서는 카논풍으로 진행되는 주제선율이 다시금 투쟁적인 열기를 뿜어내고, 트리오 부분에서는 목관이 내놓는 선율이 차분히 하행하는 동안 제1바이올린이 앞선 악장의 중간부에 나왔던 선율을 한층 풍부하게 물결치도록 만든다.

 

 

제4악장 : Langsam - Lebhaft - Schneller - Presto

 

앞 악장의 마지막 B♭화음이 사라지자마자 곧바로 마지막 악장의 서주가 시작된다. 비올라의 트레몰로 위에서 바이올린이 제1악장의 제1주제를 느리게 연주하는 가운데 금관이 점진적으로 상승해가는 음형을 연주하며 긴장을 고조시켜 나간다.

 

그 긴장과 열기의 정점에서 주부로 진입하면, 이제까지의 어두운 분위기는 완전히 걷히고, 활짝 갠 D장조 위에서 밝고 시원스런 피날레가 펼쳐진다. 소나타 형식에 의한 이 마지막 주부의 제1주제는 제1악장에서 사용되었던 소재로 구성되어 있고, 거기에 경쾌하면서도 우아한 모습의 제2주제가 어우러진다. 발전부에서는 푸가풍 악구가 등장하기도 하고, 음악이 다시 투쟁적인 분위기를 띠기도 하지만, 이제 그 투쟁의 양상은 한결 당당하고 여유만만하다. 코다에서는 템포가 점점 빨라지면서 열광적인 클라이맥스가 연출되고, 마침내 쟁취한 '승리의 피날레'는 교회종지로 마무리된다.

 

 

발췌 : [네이버 지식백과] 슈만, 교향곡 제 4번 [Schumann, Symphony No.4 in d minor, Op.120] (클래식 명곡 명연주, 황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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