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0월입니다. 센티멘털한 기분을 달래주는 ‘가을’을 주제로 한 클래식 음악들은 어떤 곡들이 있을까요? 계절이란 주제로 많은 곡을 작곡하였던 다양한 클래식 작곡가들의 ‘가을’에 어울리는 추천 음악 6곡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01. 비발디 ‘사계’ 중 가을 |
계절과 관련되어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음악이 바로 ‘붉은 머리의 사제’란 별명의 ‘비발디 (Antonio Lucio Vivaldi, 1678-1741)’가 1725년에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빠른 악장-느린 악장-빠른 악장으로 구성된 4개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중 3번째 협주곡인 ‘가을 [L’autumno)’입니다. 비발디가 직접 썼다는 추측만이 존재하는 각 악장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분위기에 맞게 ‘소네트’라 불리는 짧은 시가 곡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1악장
‘마을 사람들은 춤과 노래로 수확의 즐거움을 축하하고 있고 술이 곁들여져 즐겁게 잔치를 벌이다 모두가 취해 잠든 후에야 축제가 끝이 난다.’
2악장
‘축제가 끝난 후 조용하고도 시원한 가을밤의 공기가 평화롭다. 즐거운 하루의 끝에 모두들 느긋하고도 달콤한 잠에 빠져있다.’
3악장
‘동이 트고 새벽이 밝아오자 사냥꾼들은 뿔피리와 총, 그리고 개를 거느리고 사냥을 떠난다. 쫓기는 짐승들은 상처를 입고 떨고 있으나 결국 도망칠 힘마저 다 떨어진 채 궁지에 몰려 죽임을 당한다’
02. 차이콥스키 ‘사계’ 중 ‘10월, 가을의 노래’ |
발레 호두까기 인형과 백조의 호수로 유명한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콥스키 (Pyotr Ilyich Tchaokovsky, 1840-1893)’는 1876년 매달 한 곡씩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월간지 ‘누벨 리스트’에 그 달에 어울리는 시와 함께 어울리는 피아노 음악을 작곡하여 발표하였고, 후에 ‘사계 [Die Jahreszeiten, Op.37]’란 이름의 모음곡으로 출판하였습니다. 성격적 소품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의 9, 10, 11월은 각각 푸시킨, 크리소프, 톨스토이의 시의 분위기를 담은 곡으로 가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10월은 우리가 아는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아닌 그의 사촌이자 40편이 넘는 희곡을 쓰고 소설 ‘표트르 1세’, ‘고난으로의 길’ 등을 쓴 작가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시 ‘가을의 노래’에 차이콥스키만의 음악적 특성을 붙여 만든 곡입니다. ‘10월, 가을의 노래’는 ‘가을, 우리의 정원으로 모든 것들이 떨어져 내리고 초라해져 간다/노란 잎들이 바람에 날아간다’란 톨스토이의 시와 어울리는 쓸쓸한 멜로디로 이뤄져 있습니다.
03. 피아졸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가을’ |
비발디의 사계와 함께 많이 연주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반도네온 연주자이자 작곡가 ‘피아졸라 (Astor Pantaleon Piazzolla, 1921-1992)’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Las 4 Estaciones Protenas)’ 중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가을 (Otono Porteno)’은 여름-겨울-가을-봄 순으로 피아졸라가 개별적으로 작곡, 발표된 곡들 중 1970년 겨울, 봄과 함께 작곡된 작품으로 원래는 반도네온, 바이올린, 피아노, 더블베이스, 그리고 전자 기타의 구성으로 작곡된 곡입니다. 기돈크레머의 연주로 클래식 공연에서도 사랑받는 레퍼토리가 된 피아졸라의 사계 중 가을은 매미라는 뜻의 ‘치차라 (Chicharra)’라는 탱고 음악 속 바이올린 테크닉을 사용하여 ‘자가자가장~’이란 음향 효과를 사용하며 시작되며 우리나라의 봄과 같은 날씨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의 가을을 그리고 있는 음악입니다.
04. 그리그 ‘가을에’ |
오케스트라를 위한 ‘페르귄트 모음곡’으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그리그 (Edvard Hagerup Grieg, 1843-1907)’가 1865년에 작곡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연주회 서곡 ‘가을에 [Concert Overture ‘In Autumn’, Op.11]’는 아직 유명세를 치르기 전의 젊은 그리그가 덴마크의 작곡가이자 거장 음악가였던 ‘닐스 가데’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고 쓰레기 취급을 받은 후, 이 곡을 피아노 듀오 곡으로 편곡한 후 스톡홀름의 스웨덴 아카데미 콩쿠르에 출품하여 닐스 가데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에게서 1등을 수여받았던 작품입니다. 거친 가을장마가 연상되는 매우 강렬한 작품입니다.
05. 하이든 ‘사계’ 중 ‘가을’ |
놀람 교향곡, 천지 창조 등을 작곡한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이 1801년에 작곡한 오라토리오 '사계(Die Jahreszeiten, Hob.XXI:3)'는 스코틀랜드의 작가 제임스 톰슨의 시를 토대로 대본이 만들어졌습니다. 기도실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오라토리오는 종교적인 주제를 담고 있으나 오페라처럼 배우들의 연기가 없는 음악을 뜻하는데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하이든이 헨델의 메시아에 감명받아 오라토리오 천지 창조와 사계를 작곡하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의 가호 아래 소박하게 살아가는 시골 농민들의 삶을 그린 2시간이 넘는 하이든의 대작 사계 중 '가을(Herbst)'은 수확의 기쁨과 가을 정경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오스트리아의 시골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매우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06. 슈베르트의 가곡 가을 (싸늘한 바람이 불어와) |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해인 1828년에 쓴 가곡인 ‘가을 (싸늘한 바람이 불어와) [Herbst (Es rauschen die Winde), D.945]’는 독일의 시인 ‘루드비히 렐슈타프’의 시에 작곡을 한 노래이며, 슈베르트에게 이 곡을 헌정 받은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하인리히 파노프카’가 자신이 사망할 때까지 이 곡을 소장만 하고 있었기에 슈베르트가 사망하고 67년이 지난 1895년에서야 슈베르트의 전집에 실리며 빛을 보게 된 작품입니다. 늦가을의 싸늘한 바람이 불어와 초원은 황량해지고 시들어버린 들판처럼 인생이 저물어가고 삶의 희망이 사라진다는 다소 부정적인 가사의 이 곡은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과 공허한 노래가 겨울을 목전에 둔 늦가을의 쓸쓸함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글라주노프의 발레음악 ‘사계' 중 4번 '가을' |
알렉산더 글라주노프는 교향곡을 비롯하여 다양한 작품을 남겼는데, 3곡의 발레음악도 있습니다. 그 중 <사계>는 1899년 작곡되었습니다. 발레 음악 <사계>는 비발디나 하이든의 사계처럼 ‘봄’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겨울’로 시작하여 가을로 끝나는 사계로 겨울을 중시하는 러시아적인 사계절을 묘사하고 있는 점이 특이합니다. 그리고 그의 발레음악 사계는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처럼 전통적인 발레곡이지만, 연주회용 관현악곡으로 편곡되어 즐겨 연주되는 곡이기도 합니다. 제4악장 <가을>은 ‘바카날레’와 작은 아다지오인 ‘바칸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제1곡과 제3곡이 뛰어난데, 제1곡 바카날레는 전곡 중 가장 화려하고, 술의 신 바쿠스 신자들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빠른 프레스토의 현란한 오케스트라로 표현됩니다. 이어지는 작은 아다지오는 감미로운 멜로디가 아름답고, 최후의 바칸트는 바쿠스 신자들의 향연에서 술 취한 사람들이 떠드는 광경을 나타낸 것으로, 바카날레의 테마를 사용합니다. 전곡 중 마지막 제4악장인 가을은 유독 아름다운 선율이 많아서인지 독립적으로 따로 연주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가을을 주제로 작곡된 클래식 작품에는 파니 멘델스존의 ‘피아노를 위한 12개의 성격적 작품 ‘한 해’ 중 9, 10, 11악장 [Das Jahr-12 Chaakterstuecke fuer Fortepiano, 9.September, 10.Oktober, 11.November]’, 프로코피예프의 ‘가을 스케치 [Autumnal. Symphonic Sketch for small Orchestra]’, 그리고 아란후에스로 잘 알려진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의 ‘정원 음악 중 2악장 가을 자장가 [Berceuse de otono from Musica para un Jardin]’와 같은 작품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