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발표한 `Songbird`가 우리들에게 알려진 때가 1990년도 초라고 기억되며, 처음 이곡을 들었던 많은 사람들은 장르(Genre)를 따지기 앞서 보통의 듣기 좋은 연주음악으로 생각하며 들었을 것이다. 케니 지(kenny G)의 대표곡은 `Loving You'와 `Going Home`이지만, `Songbird`가 우리나라에서 먼저 알려지고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쉬운 음악을 통해 대중적 성공을 거둔 뮤지션에 대한 시각은 언제나 양극으로 나뉘기 마련이다. 부드럽고 낭만적인 선율로 세계 시민권을 획득한 색소폰 연주자 케니 지는 최고의 인기를 누림과 동시에 경멸의 대상으로 낙인 찍혀버린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정통 재즈 아티스트들과 평단에서는 연주자의 영혼과 정열이 담겨있는 ’고급 음악’ 재즈를 팝화시켜 ’천한 음악’으로 만들어 놓았다며 독설을 퍼붓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대중들에게 케니 지는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힘들고 접하기 어려운 재즈라는 장르를 친숙하게 만들어준 가치있는 아티스트였다.
케니 지의 대중적 성공은 1986년 작품 < Duotones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부드럽고 고급스럽게 흐르는 소프라노 색소폰의 유려한 선율이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했고, 수록곡인 ’Songbird’는 연주곡임에도 불구 차트 톱 텐에 진입하는 힘을 과시했다. 앨범은 300만장 이상 팔려 나갔고, 이후 그의 활동은 승승장구였다. 1988년 음반 < Silhouette >에서는 동명 타이틀인 ’Silhouette’이 스매시 히트를 기록했으며, 1989년 발표한 < Kenny G Live >역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 Dying Young > 사운드 트랙에도 참여하여 ’Theme from Dying Young’, ’Hillary’s theme’ 등의 낭만적인 곡들을 히트시켰다. 케니 지는 < Voices That Care >의 인연으로 데이빗 포스터가 프로듀서를 맡은 1992년 앨범< Breathless >로 이전까지의 성공을 훨씬 뛰어넘는 대박 행진을 펼쳤다. 음반은 미국에서만 8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였고,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 없는 판매 기록을 세우며 기네스 북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였다. 수록곡 중 국내 토크쇼 등의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어 친숙한 ’Forever in love’이 히트했고, 걸출한 흑인 뮤지션 아론 네빌(Aaron Neville), 피보 브라이슨(Peabo Bryson)의 보컬이 담긴 ’Even if my heart would break’, ’By the time this night is over’ 등도 사랑 받았다.
한 번 점화된 열기는 이후에도 식을 줄 몰랐다. 1994년 발표된 크리스마스 앨범 < Miracles: The Holiday Album >은 캐롤 음반임에도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밟았고, 현재까지도 시즌마다 사랑 받으며 꾸준히 팔려 나가 미국에서만 1,0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1996년 발표한 < The Moment >는 당시 흑인 팝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었던 두 명의 아티스트 토니 블랙스턴(Toni Braxton)과 베이비페이스(Babyface)가 각각 ’That somebody was you’, ’Every time I close my eyes’에 참여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동명타이틀의 연주곡 ’The Moment’, 이국적 느낌의 ’Havana’ 등도 인기를 누렸다. 1999년 내놓은 < Classics In The Key Of G >는 팝의 클래식들을 리메이크한 작품이었다. 스탠다드 팝 ’Stranger on the shore’,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의 곡으로 영화 ’접속’에 삽입되기도 했었던 ’The look of love’, 조지 벤슨(George Benson)이 함께 한 재즈 최고의 고전 ’Summertime’ 등이 수록되었고, 특히 컴퓨터 기술로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의 보컬에 케니 지의 연주를 덧입힌 ’What a wonderful world’가 실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거침없는 인기 행진을 보여주었던 그이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부터는 내리막길을 걷는 듯 하다. 새로운 싱글을 공개하지 않고 있고, 1999년에 크리스마스 앨범을 디스코그라피에 하나 더 추가시켰을 뿐 별다른 창작 활동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케니 지의 음악은 멜로디에 크게 의존해 왔다. 재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임프로바이제이션, 즉 즉흥연주를 최소화하고 멜로디를 중요시 해 온 그의 스타일은 재즈 매니아들로부터 질타의 대상이 되도록 만들었다. 재즈 매니아들은 케니 지의 음악을 재즈적 향취 없이 상업성에만 물들어 있는 것으로 간주했고, 그의 음악을 재즈로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재즈적 깊이가 어찌 되었건 케니 지가 이루 어 낸 기념비적 성공과 전 세계 대중에게 선사한 따스한 음악들은 ’케니 지’라는 이름을 음악사에 길이 남겨 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