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s of the Fall, 1994
아름다운 배경과 서사적인 스토리, 등장인물의 촘촘한 감정선이 어우러져 아직도 명작으로 꼽히는 <가을의 전설>. 시대가 길고 이야기가 방대한 만큼 줄거리 몇 줄로 영화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이 영화는 브래드 피트를 1995년 골든 글로브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린다. 하지만 <포레스트 검프>, <쇼생크 탈출>, <펄프 픽션> 등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후보 지명에 만족해야 했다.
사실 스토리만 본다면 영화는 요즘 말로 ‘막장’이다. 영화의 원제목은 ‘Legends of The Fall’. 평화롭던 한 집안이 사랑과 야망으로 몰락하는 영화의 내용상 ‘The Fall’을 가을이 아닌 몰락 즉, 몰락의 전설이라고 해야 내용상 맞는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브래드 피트의 멋진 비주얼, 절절한 연기력과 대령을 연기한 앤서니 홉킨스의 내공이 시너지를 내며 영화는 막장이 아닌 명작이 되었다.
영화《가을의 전설》 Clip
【 줄거리 】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울창한 숲이 우거진 미국 몬태나 주의 농장이다. 대령 러드로(앤서니 홉킨스)는 퇴역 후 몬태나 주의 인디언들과 함께 거대한 농장지대에 살고 있으며, 슬하에 세 아들 알프레드(에이든 퀸), 트리스탄(브래드 피트), 새뮤얼(헨리 토머스)이 있다. 첫째인 알프레드는 성실하고 부지런한 모범생이었고, 둘째인 트리스탄은 강하고 정열적인 성격과 남성적인 매력을 가졌으며 막내 새뮤얼은 밝은 청년이었다. 천혜의 자연에서 숲과 들판을 뛰놀던 소년들은 자연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밝고 건강하게 성장한다. 특히 둘째 트리스탄은 아버지를 따라 사냥을 나서며 점차 자기 안에 있던 야수성을 발견한다. 그리고 곰의 습격에도 살아남으면서 곰과 피를 나누게 되는데, 이로써 "곰과 피를 나누면 평생 방랑을 하게 된다" 는 인디언의 저주에 따라 인생을 살게 된다.
그렇게 훌쩍 자라 다들 청년이 된 어느 날 막내 새뮤얼은 매력적인 약혼녀 수잔나(줄리아 오먼드)를 고향으로 데리고 온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알프레드와 트리스탄 역시 그녀에게 반해 버린다. 그리고 수잔나는 새뮤얼의 약혼녀이면서도 트리스탄의 매력에 빠져 그를 더 좋아하게 된다. 그렇게 형제간의 갈등이 시작되려는 시기,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어갔고 군인의 자손들 답게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세 형제는 모두 전쟁에 참가한다. 그리고 전장에서 새뮤얼은 독일군의 트랩에 걸려 독일군에게 목슴을 잃고, 알프레드는 부상을 입는다.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트리스탄은 내면의 사냥본능이 일어나 온몸에 인디언처럼 치장을 하고는 밤마다 독일군 진지를 습격해 인간사냥을 한다. 그리고 전리품으로 독일군의 머리가죽을 벗겨온다. 그렇게 공훈을 세우지만 광기로 얼룩진 그를 군에서는 강제로 제대시키고, 실의에 빠진 트리스탄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방황한다. 고향으로 돌아온 알프레드는 수잔나에게 고백하지만 그녀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트리스탄이 방황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오고, 결국 수잔나와 육체관계까지 가지는 사이로 발전한다. 알프레드는 집을 떠나 도시로 이사하여 정치가로 변신한다.
고향에 돌아온 트리스탄은 얼마 동안은 수잔나와 지냈지만 다시 내면의 야수성을 드러내면서 결국 바다로 떠나 정처없는 유랑생활을 한다. 그리고 수잔나에게는 자신들의 사랑은 끝났으니 새로운 사랑을 찾으라는 편지를 보낸다. 한편, 성공하여 하원 의원에 출마한 알프레드는 아버지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집에 방문한다. 그러나 러드로 대령은 자신이 종군한 인디언 전쟁에서 죄없는 마을을 쓸어 버리고 어린 아이들까지 싸그리 죽이라고 명령한 정부를 증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에 충성하려는 아들에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매몰차게 협조를 거절한다. 아버지에게 거절당하고 집을 나서던 알프레드는 마침 트리스탄에게 편지로 이별을 통보받아 실의에 빠진 수잔나를 발견하고, 둘은 마침내 결혼하게 된다. 이 사건 이후 알프레드는 아버지와 대립하게 되어 얼굴조차 마주치지 않는 사이가 된다.
몇 년 뒤, 트리스탄은 방랑을 끝내고 말들을 이끌고 고향에 돌아와 아버지, 수잔나와 재회한다. 아버지 러드로 대령은 뇌졸중을 앓아 몸이 불편해지고 말도 잘 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수잔나는 형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수잔나가 알프레드와 결혼했기에 알프레드와는 사이가 멀어지고, 수잔나에 대해 남아있던 마음을 체념하고 자신이 너무 늦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트리스탄은 오랫동안 자신을 좋아해왔던 농장 인디언의 딸 이자벨과 결혼한다. 그리고 아들이 태어나자 사랑했던 동생 새뮤얼의 이름을 붙여준다. 그리고 아들딸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듯 했으나... 하지만 때는 금주법 시대였고, 몰래 밀주를 제조하여 마을에 공급하던 트리스탄은 경쟁자에게 협박을 듣게 되고 그와 결탁한 보안관에 의해 산길에서 기습수사를 받는다. 그리고 공포감 조성을 위해 산 절벽으로 발사한 경찰의 총탄에 아내 이자벨이 어이없이 죽어 버린다. 트리스탄이 그 경찰을 반쯤 죽여놓았기 때문에 트리스탄은 이자벨의 장례식 후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풀려나자마자 인디언들과 함께 이자벨의 복수에 나선다.
한편, 감옥에 갇힌 트리스탄을 면회한 후 수잔나는 아직도 자신이 트리스탄을 사랑하는 것에 절망하여 자택에서 자살한다. 수잔나의 트리스탄에 대한 사랑을 인정한 알프레드는 트리스탄에게 수잔나를 보내주겠다는 편지와 함께 그녀의 시신을 관에 넣어 보낸다. 수잔나의 시신은 목장 근처(새뮤얼과 이자벨이 묻힌 곳)에 묻힌다.
그러던 어느 오후. 그들의 목장에 트리스탄의 복수극에 대해 다시 보복하려는 무리가 찾아온다. 하지만 아버지 러드로우 대령과 형 알프레드의 극적인 도움으로 트리스탄은 살아남고 그 무리는 죽는다.
그 사건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형과 동생은 앙금을 풀게 되고, 아버지의 냉대를 받았던 알프레드도 아버지와 화해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방랑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트리스탄은 형에게 자신의 아이들을 부탁한다. 시간은 흐르고 트리스탄은 오래오래 살아 그 자식들의 가정까지 보았지만 트리스탄이 사랑한 모든 사람들은 그보다 먼저 죽었다는 내용의 나레이션이 나온다. 트리스탄이 정확히 어디서 죽었는지, 그의 무덤이 어디 있는지는 추측만 할 뿐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트리스탄은 야생의 삶을 살았고, 1963년 어느 숲에서 곰과 대결을 벌이다가 다시 자연으로 영원히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