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베토벤

[클래식명곡 명연주]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제5번, Op.73 "황제" [Krystian Zimerman · Wiener Philharmoniker · Leonard Bernstein]

想像 2024. 8. 2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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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 Concerto No.5 in Eb major, Op.73 'Emperor'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Krystian Zimerman · Wiener Philharmoniker · Leonard Bernstein / Beethoven: Piano Concerto No.5 ℗ 1992 Deutsche Grammophon GmbH, Berlin

 

▒  [피아노 협주곡 제5번 E♭장조]는 베토벤 최고의 역작 가운데 하나이다. 이 작품의 장대한 스케일, 왕성한 추진력, 찬란한 색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심지어 베토벤 자신조차도 이 정도로 대담하고 격렬한 협주곡은 쓴 적이 없었다. 그는 이 곡에서 특유의 강력한 피아니즘을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하게 펼쳐 보였고, 그 결과 이전의 [피아노 협주곡 제4번 G장조]에 이어 다시 한 번 피아노 협주곡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제4번 피아노 협주곡을 그의 가장 내향적인 협주곡이라 한다면 5번 협주곡은 가장 외향적인 협주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협주곡은 베토벤 자신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더불어 훗날 슈만과 브람스가 계승하게 되는 ‘교향적 협주곡(Symphonic Concerto)’의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간주된다. 이 곡은 분명 ‘협주곡’이지만 관현악부가 독주부 못지않은 중요성을 지니며, 두 파트가 긴밀하게 어우러져 더없이 절묘하고 역동적인 음악세계를 펼쳐 보인다. 

이 곡은 이 당시 프랑스군이 비엔나를 점령하고 자신의 가장 절친한 후원자인 루돌프 대공이 비엔나에서 피난을 떠나는 등 여러 가지로 힘들던 시기에 작곡됐다.이 곡의 초연은 라이프치히에서 오르가니스트였던 슈나이더에 의해 연주되어 호평을 받았으며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됐다. 

 

흔히 이 곡의 제목처럼 통용되는 '황제'라는 별명은 정작 베토벤 자신과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베토벤이 한 때 존경하던 나폴레옹이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서 격노하여 [영웅 교향곡]의 원래 표지를 찢어버렸다는 일화를 떠올리자면, 베토벤의 가장 돋보이는 걸작 중 하나에 '황제'라는 별명을 붙이는 것은 심히 불경스러운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별명을 누가 붙였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설에는 J. B. 크라머라는 영국의 출판업자가 거론된다. 그는 이 작품이야 말로 모든 피아노 협주곡들 가운데 '황제'의 자리에 놓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제1악장. Allegro


약 20분간에 걸친 장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첫 악장은 시작부터 특별하다. 관현악의 힘찬 화음에 이어 피아노가 곧바로 등장하여 화려하고 당당한 카덴차를 연주해 보이며 출발하는 것. 협주곡의 고전적인 틀에서 벗어난 이런 개시법은 이후 슈만, 그리그, 차이코프스키 등 수많은 후배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혁신적인 개시부에 이어 관현악이 강렬하고 박진감 넘치는 제1주제와 스타카토 리듬에 실려 등장한 후 유려하게 펼쳐지는 제2주제를 제시한다. 이후 피아노가 다시 등장하고 음악은 때로는 충만한 열기와 긴장감 속에서 강력하게, 때로는 섬세하고 유연하면서도 멋스럽게 진행된다. 이 악장은 두 차례의 장쾌한 클라이맥스에 도달한 후 힘차게 마무리된다. 여기서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은 통상 재현부와 종결부 사이에 놓이는 독주자 임의의 카덴차가 허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관해서 베토벤은 '카덴차는 필요 없음. 그대로 계속해서 연주할 것'이라고 지시하는 대신 카덴차에 상당하는 독주부를 직접 채어 넣었다. 즉, 자신이 의도한 흐름이 독주자의 기교과시에 의해서 단절되거나 왜곡될 위험을 차단했던 것이다. 이 역시 슈만과 브람스를 비롯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었던 부분이다.

아울러 이 악장에서는 트럼펫과 팀파니의 활약을 통해서 팡파르 풍의 울림과 행진곡풍 리듬이 유난히 부각된다. 또한 전편의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는 흐름은 다분히 전투적이다. 

 

 

 

제2악장. Adagio un poco mosso

 

앞선 악장과 사뭇 대조적인 완서악장이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 온화하게 이어지는 흐름, 그리고 그 위에 신중하게 얹히는 독주 피아노의 선율. 이 명상적인 악장에는 숭고하고 성스러운 기운마저 서려있다. 그의 후기음악에 나타나는 영적인 차원의 환상적인 음률이 이미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 악장은 베토벤이 남긴 가장 심오하고 감동적인 음악 가운데 하나이다.

 

 

 

제3악장.  Rondo. Allegro

 

앞선 악장의 끝부분에서 중단 없이 이어지는 이 악장에서 음악은 다시금 첫 악장의 기세와 분위기로 복귀한다. 이 '승리'를 향한 행진곡에서, 춤곡풍의 주제는 마치 곡예를 펼치는 듯하며, 피아노와 관현악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술래잡기를 하는 듯하다. 협주곡 고유의 경쟁의 묘미와 돌파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박진감 만점의 멋진 피날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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