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아이폰4의 개통이 시작되면서 아이폰4의 통화 불량 문제가 심각하다는 국내 사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앞서 논란을 빚었던 ‘데스그립’(외부 안테나 부분을 잡으면 수신율이 떨어지는 현상)과 다른 문제여서 주목을 받았다. 사용자들은 “아이폰4에 수신율이 양호하다고 표시되는 장소에서도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못 받는 경험을 했다”며 ‘데스그립과는 다른 문제’라는 주장했었다.
그런데 최근 아이폰4뿐만 아니라 최근 휴대폰 이용자들 가운데 통화 중 아무 이유 없이 끊어지거나 제대로 전화가 걸리지 않는 경우를 경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본인 주위에서도 이런 현상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다. 이때문에 아이폰4의 통화불량 문제가 제기 되었을 때만 해도 아이폰4의 제품결함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많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급증한 데이터통화량이 통화불량의 원인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월 5만5,000원 이상의 정액요금제에 가입하면 무제한으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서비스다. 따라서 무선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번거롭게 와이파이(WiFi) 지역을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편리하지만 3G 망의 데이터 트래픽은 급증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SK텔레콤은 데이터무제한 이용 고객의 데이터 사용량을 분석한 결과, 8월 대비 9월 한 달간 1인당 평균 사용량이 약 2배 증가했는데 이는 데이터 무제한 미사용 고객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전월과 유사한 것과 대비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늘어난 무선 데이터 이용량은 음성통화에 영향을 준다. 데이터 이용량이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음성 구역이 줄어들어 통화 불통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망이 증설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하면 음성통화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선 데이터 이용량의 증가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일반 휴대폰 통화에도 영향을 준다. 휴대폰 이용자들이 이동할 때 접속 신호를 이전 기지국에서 다음 기지국으로 넘기는데, 다음 기지국이 데이터 이용량 폭주로 접속 신호를 받을 수 없으면 통화가 끊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신업체들은 "스마트폰은 PC에 가깝기 때문에 앱을 많이 설치하면 기기와 앱의 충돌로 통화 끊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통신망 보다는 스마트폰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가 계속 늘면서 무선인터넷 사용량은 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가 출시 50일만에 가입자수가 15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태블릿 PC 출시되면 통화불량 더 심각
더군다나 스마트폰보다도 수십배 많은 데이터 사용량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아이패드' '갤럭시탭' 등 태블릿PC가 11월부터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특히 3G통신이 가능한 태블릿PC가 본격 확산되면 어느 이동통신사든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거기다 이통사들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하나의 요금제로 다수 이동통신 모듈 탑재 기기를 묶어 쓸 수 있게 하는 OPMD(One Person Multi Device) 서비스"도 문제이다. 적절히 데이터 사용량을 통제하지 않으면 스마트폰의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와 맞물려 엄청안 데이터 트래픽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제2의 AT&T 사태가 조만간 닥칠 것이다
미국 AT&T사는 지난 8월 고객들이 혐오하는 기업 18대 기업중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AT&T가 아이폰을 독점공급하면서 데이터 폭증과 이에 따른 수신 불량 문제로 소비자들의 불만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AT & T는 전체 가입자의 3%에 불과한 아이폰 이용자가 데이터 이용이 늘면서 통신망의 40%를 차지해 음성통화까지 영향을 주자, 8월에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취소하고 종량제로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 아이폰과 달리 아이패드 3G모델 판매에 있어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했다. 버라이존과 티모바일도 10월과 11월 각각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없애고 종량제로 가겠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많은 외국 통신업체들은 잇따라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중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AT&T와 같은 사태가 조만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늘어나는 데이터 사용량만큼 통화불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이폰 사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데이터 사용량이 많다는 점, 무리하게 SK텔레콤의 무제한 데이터서비스에 맞대응해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한 KT가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를 전망이지만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는 SK텔레콤 역시 오십보백보로 통화불량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국내 이통사들은 조만간 다시 종량제로 복귀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는 이통사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며 곧 소비자들의 욕은 욕대로 들어먹으면서 큰 실익도 못 챙기는 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