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비발디

[클래식명곡 명연주] 비발디 : 사계 중 "여름" [Europa Galante · Fabio Biondi]

想像 2024. 6. 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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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our Seasons, Violin Concerto No. 2 in G Minor, RV 315 "L'estate"

Antonio Vivaldi, 1678∼1741

 

수많은 클래식 명곡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을 꼽는다면 아마도 비발디의 [사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휴대폰 벨소리로부터 대중가요의 전주에 이르기까지 [사계]의 멜로디는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지요. 과연 [사계]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이렇기 인기가 있는 걸까요?

 

비발디의 [사계]는 완전한 편성의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곡이 아니라 현악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작은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음악이지만 대편성 관현악 못지않은 풍성한 화음과 상큼한 선율로 우리의 귀를 사로잡습니다. 또 쳄발로라 부르는 옛 건반악기의 챙챙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도 이 곡을 듣는 재미 중 하나죠.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계]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사계절의 변화를 그려낸 탁월한 묘사능력이겠지요. 작곡가 비발디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으로도 아주 멋지게 그려냅니다. 비발디가 [사계]에서 표현해낸 새소리와 천둥소리, 개 짖는 소리를 들으면서 계절의 느낌을 떠올리다보면 음악을 듣는 재미가 몇 배로 늘어납니다.

 

비발디는 [사계]의 악보를 출판할 당시 각 계절마다 14행시로 이루어진 소네트를 붙였습니다. 이 소네트의 작가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구에 베니스의 방언이 사용된 점이나 비발디의 편지에 자주 나타나는 베니스식 철자법이 사용된 것을 보면 비발디 자신이 이 시를 직접 지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바커스의 술”과 같이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구절로 보아 이 시를 기존의 문학작품에서 따왔을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유명한 명곡에 시를 붙인 작가가 누구인지는 수수께끼로 남아있지요.

 

[사계] 악보엔 이름 모를 시인의 소네트뿐 아니라 악보 군데군데에 비발디가 쓴 몇 가지 해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악보를 펼쳐놓고, 악보를 따라가며 음악을 듣다 보면 비발디의 재치있는 메모를 발견하게 되는 기쁨도 있지요. 이를테면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을 묘사한 악구에 ‘주정뱅이’란 말을 적어놓는 식이지요. [사계]를 들어보면음악으로 표현된 계절의 변화가 무척 인간 중심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 봄과 가을은 인간에게 안락함을 주는 계절로, 여름과 겨울은 인간을 위협하고 공격하는 계절로 그려집니다.

 

Europa Galante, Fabio Biondi Vivaldi: The Four Seasons ℗ 1999 Opus111

 

여름 (L'Estate)

 

I. Allegro - Allegro non molto

 

1악장 : 이 무더운 계절에는 타는 태양도 사람도 가축의 무리도 활기를 잃고 있다. 들조차 덥다. 뻐꾸기가 울기 시작했다. 산비둘기와 방울새가 노래한다. 산들바람이 상냥하게 분다. 그러나 갑작스런 북풍이 싸움을 걸어온다. 양치기는 갑자기 비를 두려워하며 불운에 떨며 눈물을 흘린다.

 

거친 폭풍과 바람소리가 들려오는 ‘여름’을 들어보면 음악이 너무 거칠고 과격해서 비발디가 여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여름’은 바이올리니스트의 화려한 기교가 돋보여 연주효과가 아주 뛰어난 곡이기도 하지요.

 

1악장 시작 부분을 들어보면 ‘봄’과는 대조적입니다. 너무 더워서 힘이 다 빠져버린 듯 음악도 더위에 지친 것 같지요. 새 울음소리도 어쩐지 분노에 차있는 듯합니다. 뻐꾸기 울음소리는 독주 바이올린의 연주로 표현되는데, 더워서 그런지 불안한 느낌을 주는군요. 빠르게 연주되는 음 중에서 반복되는 음을 제외하고 음높이가 달라지는 부분만 잘 들어보면 ‘뻐꾹’ 소리가 들릴 겁니다.

 

 

 

II. Adagio

 

2악장 : 번개, 격렬한 천둥소리, 그리고 큰 파리와 작은 파리. 광란하는 파리 떼의 위협을 받은 그는 피로한 몸을 쉴 수도 없다.

 

2악장도 역시 더위에 지친 여름을 잘 보여주는 음악입니다. 비발디는 아주 재미있게도 파리가 욍욍거리며 잠을 방해하는 부분을 아주 실감나게 묘사했어요. 독주 바이올린이 여름날 꾸벅꾸벅 조는 주인공의 모습을 가냘픈 선율로 연주하는 동안 이를 반주하는 바이올린들이 파리가 귀찮게 하는 소리를 가벼운 리듬으로 들려줍니다. 잠시 후 비올라와 첼로, 더블베이스가 멀리서 천둥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려주지요.

 

 

 

III. Tempo impetuoso d'estate

 

3악장 : 아아, 그의 두려움을 얼마나 옳았던가. 하늘은 천둥을 울리고 번개를 비치고 우박을 내리게 하여 익은 열매나 곡물을 모두 쓸어버린다.

 

격정적인 3악장에 이르러서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여름의 잔인성을 보여줍니다. [사계] 중에서 가장 격렬하면서도 멋진 음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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