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곡선, 화려한 장식과 색채로 표현한 아름다운 여인들. 시대를 앞서는 발상으로 그래픽 디자인과 미술사조에 큰 영향을 미친 디자이너이자 화가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 1860~1939)의 대표작중 하나이다.
사계(四季)는 알폰스 무하의 장식 패널화의 첫 번째 세트이다. 19세기 새로운 예술로 유행한 ‘아르누보’는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특징적인 장식, 섬세한 색감, 풍부한 아름다움이 특징이다. 거장들의 회화에서 친근한 고전적인 주제를 묘사하여 무하는 4개 패널의 시리즈 안에 님프(Nymphs,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자연의 정령들로써 주로 젊고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함) 같은 여성들로 사계를 표현했다. 사계절을 자연과 여성으로 형상화했는데 여성스러운 매력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섬세한 색채 속에서 피어나고 있다.
초록 풀밭 위 나뭇가지에 활짝 핀 꽃 속에서 <봄>의 여인은 하프를 연주하고, 그 옆에 지저귀는 새들은 생명의 기운을 내뿜는다. 파란 하늘 아래 <여름>의 여인 머리를 장식한 붉은 꽃은 뜨거운 태양을 연상시키는데, 여인이 물에 발을 담근 모습에서 시원함이 느껴진다. 한 손 가득 포도송이를 움켜쥔 <가을>의 여인은, 수확의 계절인 풍요로운 가을을 상징한다. 하얀 눈 속에 둘러싸인 <겨울>의 여인은, 두 손으로 새를 포근히 감싸주며 추위를 녹여주고 있다.
1894년 말, 알폰스 무하의 예술적 경력은 그가 프랑스의 유명한 연극 배우인 사라 베른하르트( Bernhardt )와 함께 일하기 시작하면서 예상치 못한 변화의 전환점을 맞았다. 베른하르트는 1894년 10월 31일 Boulevard Saint-Martin의 Théâtre de la Renaissance에서 개막한 이후 상당한 성공을 거둔 Victorien Sardou가 쓴 연극 "Gismonda"의 확장을 홍보하기 위해 출판사 Lemercier의 매니저인 Maurice de Brunhoff에게 전화를 걸어 크리스마스 연휴 후인 1895년 1월 1일까지 새 포스터를 제작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휴가철로 인해 1895년 1월 1일까지 포스터를 제작할 Lemercier의 정규 아티스트가 단 한명도 없었다.
공교롭게도 알폰스 무하는 마침 그 시각 출판사에 교정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는 이전에 베른하르트를 묘사한 일련의 삽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Brunhoff는 알폰스 무하에게 접근하여 베른하르트의 새 포스터를 빨리 디자인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 결과 높이가 2미터가 조금 넘는 실물 크기의 포스터가 만들어졌다. 포스터에는 연극의 피날레에서 묘사된 부활절 행렬의 일부로 야자나무 가지를 들고 난초 머리 장식과 꽃 스톨로 장식된 비잔틴 귀족 여성 복장을 한 Bernhardt가 등장한다. 특히 포스터는 베른하르트의 머리 뒤에 후광을 닮은 화려한 무지개 모양의 아치가 그녀의 얼굴로 시선을 사로잡는 혁신적인 요소를 선보였다. 포스터는 당대 포스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색감과는 달리 섬세한 솜씨와 섬세한 파스텔톤의 색감이 돋보였다. 제목이 적힌 포스터의 상단은 풍부한 구성과 장식을 보여줬고, 하단은 극장 이름만 적는 등 핵심 정보를 간결하게 제공했다.
이 포스터는 1895년 1월 1일 파리 거리에 처음 등장하여 즉각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베른하르트는 반응에 기뻐했고 즉시 1895년과 1896년 포스터 4천 부를 주문했고, 이후 추가 협력을 위해 무하와 6년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알폰스 무하의 베른하르트 포스터의 이례적인 히트는 그가 광고 포스터에 대한 커미션을 받을 수 있는 문을 열었다. JOB 담배 종이, Ruinart Champagne, Lefèvre-Utile 비스킷, Nestlé 이유식, Idéal Chocolate, The Beers of the Meuse, Moët-Chandon 샴페인, Trappestine 브랜디, Waverly and Perfect 등 다양한 제품의 포스터 디자인에 착수했다. 그는 Champenois와 협력하여 순전히 장식용으로 의도된 텍스트 없이 포스터 역할을 하는 장식 패널이라는 참신한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이 패널은 대량으로 인쇄되었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었다.
그 첫번째 시리즈 작품이 바로 "사계 : 봄,여름, 가을, 겨울(The Seasons)"이다."The Seasons" 시리즈에 이어 알폰스 무하는 "The Flowers", "The Arts"(1898), "The Times of Day"(1899), "Precious Stones"(1900), "The Moon", 네개의 별(1902)과 같은 매혹적인 컬렉션을 계속해서 만들었다.
포스터를 통해 얻은 명성은 알폰스 무하를 미술계의 각광으로 이끌었다. 그는 Deschamps로부터 1896년 Salon des Cent 전시회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라는 초대를 받았다. 1897년에 그는 같은 갤러리에서 448점의 인상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주요 회고전을 허락받았다. 라 플룸(La Plume) 매거진은 그의 작품을 특별판으로 헌정했고 그의 전시회는 순회 공연을 시작하여 비엔나, 프라하, 뮌헨, 브뤼셀, 런던, 뉴욕의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알폰스 무하는 슬라브 민족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사랑이 남달랐다. 1910년 고국 체코에 돌아온 그는 ‘예술가는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과 조국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였으며 조국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슬라브 민족에 대한 역사를 기록한 ‘슬라브 서사시(Slav Epic)’라는 연작 그림을 남기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수입을 조국과 민족을 위한 운동에도 쏟아붓는다.
그런데 1939년 독일이 프라하를 침공한다. 나치에 의해 퇴폐주의 및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화가로 찍힌 무하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게슈타포에 의해 체포되어 고문당하다가 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