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Pathétique"
Ludwig Van Beethoven
일부 평론가들이 베토벤을 진정한 낭만주의자라고 평가하는 근거는 그가 평생 동안 끊임없이 추구한 새로운 양식에의 도전에 있다. 교향곡에 스케르초를 도입한 것이라든가, 주제를 전개시키고 발전시키는 천재적인 솜씨, 피날레에 느닷없이 끼어드는 스케르초의 동기, 독주악기의 카덴차로 시작하는 협주곡 등 그가 시도한 새로운 양식은 수도 없을 정도이다. 피아노 소나타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때 그는 이미 빈 고전주의 스타일을 숙지했고 그 후부터 자신의 영혼 속에 내재된 음악적 동기와 방법을 섞기 시작했다. 그는 32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하면서 작품마다 독립성과 과감한 개별성을 부여하면서 진취적인 방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소나타 제8번 `비창'과 제14번 `월광'에는 당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파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소나타는 베토벤 자신이 `비창적 대 소나타(Grande Sonate pathetique)'라고 명명한 작품이다. 처음 듣는 순간부터 곡이 끝날 때까지 한 순간도 귀를 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소나타 제8번의 작곡양식 자체가 대단히 충격적이다. 이 곡은 그의 모든 작품들 중에서 가장 단선율을 위주로 진행하는 곡이다. 선율은 명쾌하고 왼손의 반주도 극히 단순하다. 두터운 화음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곡의 구성이 너무나 극적이고, 맹렬한 분위기와 감미로운 노래, 연주하는데 필요로 하는 기교를 훨씬 상회하는 압도적인 연주효과로 인해 산뜻한 효과를 얻어 내고 있다.
`비창' 소나타는 1798년 시작하여 그 이듬해 완성되었다. `비창'이란 표제는 베토벤 자신이 무언가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지니고 이 곡을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 곡은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는데 이전 시대의 음악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긴장감과 강렬함이 표출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소나타 제8번 `비창'은 베토벤이 최초로 드러낸 드라마틱한 자신의 모습이며 어둡고 비극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심리주의적 표현주의적인 피아노 소나타인 것이다.
Emil Gilels , Piano
제1악장 : Grave - Allegro di molto e con brio
가장 느린 속도를 지시하는 Grave의 커다란 서주가 붙어 시작하기 때문에 이 소나타는 당시 매우 파격적이었고 충격적이었다. 이 곡의 제목인 `비창'은 이 서주의 분위기에 의한 것이다. 서주는 점차 고조되어 오른손의 빠르게 하강하는 선율로 변화하면서 소나타형식으로 돌입하게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서주의 주제가 발전부와 코다에 다시 등장한다는 점이다. 왼손의 맹렬한 트레몰로를 타고 등장하는 제1주제는 공격적이며, 이 주제를 발전시키는 과정은 더욱 극적이다. 제2주제는 제1주제의 분위기와 대조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한 긴장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두운 느낌을 지속시키고 있어 소나타 양식의 전형적인 형태를 벗어나 있다. 곡의 마무리부분에 다시 서주의 주제가 등장하고 제1주제만을 이용해 악장을 끝맺는다.
제2악장 : Adagio cantabile
슬프지만 아름다운 멜로디가 처연함을 더하는 악장으로 팝송이나 영화음악 등 여러 장르에서 즐겨 인용되어 친근한 악장이다. 하나의 슬픈 주제가 세 번 반복되는 동안 전반에 걸쳐 우울하고 염세적인 느낌이 기저에 깔려 있는 절묘한 상상력을 자아내면서 감격스런 남성미와 깊고 아름다운 여성미를 함께 지니고 있다. 아름다운 주제로 시작되면서 짧지만 탄탄한 구성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나른하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제3악장 : Rondo(Allegro)
전형적인 론도 형식으로 당시 빈의 음악학도들이 앞 다투어 악보를 입수하려 했을 정도로 큰 충격을 준 악장으로 향수를 자아내면서 목가적인 청량함을 풍기며 어둡고 비극적인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선율은 간결하지만 화성의 구조는 교묘하게 늘어져 아름다움의 경이로움과 함께 마지막의 짧고 극적인 긴장감과 웅대한 구성력은 베토벤의 강렬한 의지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