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베토벤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전곡 [Wilhelm Kempff · Berliner Philharmoniker · Ferdinand Leitner]

想像 2024. 8. 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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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5 Piano Concertos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Wilhelm Kempff · Berliner Philharmoniker · Ferdinand Leitner/ Beethoven: 5 Piano Concertos ℗ 1962 Deutsche Grammophon GmbH, Berlin

 

Tracklist

 

Concerto For Piano And Orchestra No. 1 In C Major, Op. 15
01. Allegro Con Brio  
02. Largo
03. Rondo. Allegro Scherzando  
Concerto For Piano And Orchestra No. 2 In B Flat Major, Op. 19
04. Allegro Con Brio 
05. Adagio
06. Rondo. Molto Allegro
Concerto For Piano And Orchestra No. 3 In C Minor, Op. 37
07. Allegro Con Brio  
08. Largo
09. Rondo. Allegro
Concerto For Piano And Orchestra No. 4 In G Major, Op. 58
11. Allegro Moderato
12. Andante Con Moto
13. Rondo. Vivace  
Concerto For Piano And Orchestra No. 5 In E Flat Major, Op. 73 "Emperor"
14. Allegro
15. Adagio Un Poco Mosso
16. Rondo. Allegro 


 

베토벤의 모든 협주곡 중에서도 협주곡이라는 장르의 발전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 역시 그의 피아노 협주곡이다. 
 
첫 피아노협주곡 작품은 현재 제2번으로 불려지는 내림 나장조, op.19이다. 이 곡은 1790, 1793, 1794/95, 1798년의 작업에서 비롯된 4개의 버젼 (Version)이 있다. 이 장르에 기울인 베토벤의 노력을 암시하는 대목이며, 모차르트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독창성을 발휘하기 위하여 고심한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 2 악장은 모차르트 그리고 3악장에서는 여전히 하이든의 필치가 드러난다. 악기 편성에 있어서는 클라리넷, 팀파니, 트럼펫이 생략되어 실내악적 투명성이 유지되고 있다.
 
이에 비해 제1번, 다장조 협주곡 (Op. 15)에서는 베토벤 고유의 아이디어와 특유의 음악어법이 보다 두드러지고 있는데, 당시 유행하고 베토벤이 곧잘 사용했던 군대행진곡 풍의 리듬의 구사, 피아노와 목관악기 군의 투명한 대화, 피아노가 등장한 이후부터는 마지막까지 작품의 진행 참여함으로써 솔로의 역할이 확대된 점 등이 언급할만한 사항들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베토벤 특유의 공적은 제3번 다단조 협주곡 (Op. 37)에서 부터 나타난다. 다단조 조성은 베토벤이 상당히 선호한 조성이라 할 수 있다. 작품번호 1의 3번 (피아노 트리오)부터 중기 교향곡의 최절정인 5번 '운명'을 거쳐,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Op. 111에 이르는 기나긴 행렬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비극적 성격"의 이 곡의 창작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곡은 모차르트의 유일한 다단조 조성의 피아노 협주곡 (KV. 491)이다. 물론 라단조 협주곡 (KV. 461)과 병행해서이다. 베토벤은 모차르트의 이 두 곡을 매우 높게 평가했으며, 특히 라단조 협주곡을 위한 '카덴짜'까지 작곡하였다 (모차르트 자신의 카덴짜는 분실된 상태이기 때문에 오늘날의 연주에서는 베토벤의 카덴짜가 많이 사용된다).
 
모차르트의 이 두 곡이 '자기고백적' 성격으로 인하여 여타 협주곡과 차별되듯이, 베토벤의 이 곡 역시 양식과 성격에 있어서 이전의 1, 2번과 확연히 구별되고 있다. 이 곡에서 우선적으로 눈에 띠는 것은 마치 방문을 '노크'하는 듯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유명한 '노크모티브' (Knock-motive)이다. 주제의 핵심을 이루는 부점리듬의 이 노크모티브는 오케스트라 제시부의 종결부 (마디 94-98의 베이스, 마디 100-101의 제1바이올린, 마디 106-109의 캐논기법의 총주) 및 솔로 베시부에서의 이에 상응하는 부분, 모차르트의 방식을 답습한 -발전부로 넘어가는- 중간투티에서 여러 차례 모습을 보이면서 작품의 진행을 주도하게 된다. 이 모티브는 코다에서도 출현하는데, 특이한 점은 이 모티브를 팀파니가 연주하면서 하행 분산화음 (이 형태 역시 모차르트 KV. 491의 1악장 코다의 피아노 파트에서 유래된 것이다)를 연주하는 피아노와 대화적 진행을 보이는 점이다.
 
즉 피아노 파트가 코다에 참여하는 것도 -모차르트가 그의 KV 271과 KV 491의 방식을 계승·발전한- 보다 진일보한 형태이지만, 이제껏 화려함과 다이내믹의 강화를 통한 웅장함의 기능에 만족했던 팀파니에 독자적 기능을 부여하고, 솔로와 대등한 자격을 가지게 하여 음악적 진행에 참여하게 한 것은 협주곡 역사에서 처음 모습이 보여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서 선보여진 이러한 팀파니의 기능은 이후 '하나의 역사'를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 즉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3악장 (론도)의 마지막 부분 (마디: 484-500),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라단조, Op. 15)의 제시부 마지막 부분 (마디: 438-443)에서 그 모습이 보여진다면, 리햐르트 슈트라우스는 그의 피아노협주곡 '부르레스케' (Burleske, 1885/86)에서 4대의 팀파니가 아예 피아노와 '대화형식'으로 주제를 제시하는 기법으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팀파니에 의해 연주되는 주제적 핵심이 각 주요 단락, 즉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의 마지막에 출현함으로써 형식구성의 주요요소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팀파니의 독자적 기능은 급기야는 바르톡의 '피아노와 두 대의 팀파니를 위한 소나타' (1937)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근대음악에 이르기까지 지속된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 (사장조)에서는 보다 획기적인 형식적 실험이 감행된다. 서정적 성격의 이 곡은 1805년부터 1806년 말 사이에 만들어졌는데, 이 시기에는 '열정' 피아노 소나타를 비롯하여, 라주몹스키 협악사중주 Op. 59, 교향곡 4번, 바이올린 협주곡 Op. 61, 레오노레 서곡 Nr. 3, Op. 72a과 같은 주요 작품들이 양산되었다.
 
이 시기는 베토벤이 이른바 "불별의 연인" (unstebliche Geliebte)과 교제를 하던, 즉 엔돌핀 지수가 매우 높아 왕성한 창작력을 발휘하던 때였다. 피아노 협주곡 4번의 시작은 사람들의 기대를 어긋나게 한다. 모차르트가 내림 마장조 피아노 협주곡 KV. 271에서 곡의 시작부터 솔로 파트(피아노)가 오케스트라와의 대화방식을 통한 음악진행에 참여하는 실험을 했다면, 베토벤은 이 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시의 통념을 송두리째 깨트리며, 아예 피아노 독주로 곡을 시작하고 있다. 게다가 이때 선보여지는 것은 주제 전체가 아니라, 제1주제의 5마디를 마치 '악상이 떠올라 즉흥적으로 화현을 눌러대는 듯한' 모습이다.
 
이 형태는 이어서 오케스트라에 의해 완전한 형태로 제시된다. 그러나 조성은 엉뚱하게도 으뜸조인 사장조가 아니라, '오버메디안테' (Obermediannte)인 나장조에서 받아 시작하고, 다시 가장조로 전조하였다가 으뜸조로 마무리하는, 말하자면 "고전전 틀"에서 벗어난 특이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재현부에서도 마찬가지로 반복된다. 피아노가 곡의 시작부터 참여하는 것은 5번 협주곡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케스트라의 I-IV-V-I의 화현을 연주하는 사이사이에 피아노는 화려한 비르투오소 유형의 경과구를 선보이면서 오케스트라와 대화를 나눈다.
 
베토벤의 5번째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 "황제"는 피아노 협주곡 제4번의 형식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지만 새로운 특징도 있다. 복잡함, 애매함과는 거리가 먼 극도의 "명쾌함"과 "밝음"이 바로 그것이다. "황제"라는 제목은 그리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영웅"과는 달리 웅대함, 강인함을 연주자에게 요구하는 곡이 아니기 때문이다. 1악장과 3악장은 강인한 요소만큼이나 많은 서정성을 가지고 있고 멜로디 라인도 비할 바 없이 밝고 아름답다. 그늘진 부분이라고는 1악장의 제 2주제에서 잠시 비칠 뿐이다.
 
2악장의 뛰어남도 각별하다. 일반적으로 협주곡의 2악장은 "재미없는" 경우가 많고 어떻게 보면 안 들으면 그만인 곡들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황제"의 2악장이 가지는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각별하기 때문이다. (베토벤 자신의 3번 협주곡에서 대단히 세련된 아름다움을 이미 들려 준 바 있기는 하다). 특히 2악장의 주제를 피아노가 느긋하게 연주하는 부분의 우아한 아름다움은 쇼팽이나 모차르트의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 조차 비교대상이 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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