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기타작곡가

바르톡 : 피아노 협주곡 2번 [Sviatoslav Richter · Orchestre de Paris · Lorin Maazel]

想像 2023. 5. 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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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 Concerto No. 2, BB 101, Sz. 95
Bela Bartok, 1881~1945 


바르톡은 3곡의 피아노협주곡을 작곡하였다. 피아노의 타악기적 사용과, 선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1번은 1926년에 작곡되었으며 2번은 1930년에서 31년에 걸쳐서, 그리고 3번은 작곡자가 사망하던 1945년의 작품으로서 오케스트라 파트 17마디가 미완성인 작품이었다. 이들 3곡은 하나같이 작품의 완성도와 독창성에서 뛰어난 작품들이며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곡은 간결한 형식과 평이한 화성이 사용되어 있는 3번 협주곡이지만 바르톡의 전형적인 작곡양식을 잘 보여주는 작품은 역시 작곡자의 전성기에 즈음하여 작곡된 제 2번 협주곡이다.

 

Sviatoslav Richter Bartók/Prokofiev/ Tchaikovsky Piano Concertos


제1악장. Allegro

 

시작과 동시에 피아노가 힘차게 트레몰로를 연주하면서 트럼펫이 짧은 주제를 제시하고 곧바로 피아노가 그 동기를 이어받아 연주한다. 곧이어 시작의 동기를 금관악기(트럼펫과 호른)가 대위법적으로 연주하고 피아노의 독주가 여기에 곁들여 진다. 각 동기들은 4마디를 넘어가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짧고 멜로디가 단순하여, 얼마간 난잡하다는 느낌까지 주고 있지만 짙은 민속성을 띤 멜로디와 강렬한 리듬의 타악기(이 곡에서는 피아노도 타악기로서 활용되고 있다)가 주는 원시적인 박력 - 특히 제시부 마지막의 타악기에 이은 피아노의 과격한 터치 같은 -은 다른 음악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악장의 전개부에서는 곡 머리의 두 가지 동기가 갖가지 형태로 활용되어지면서 복잡하게 엇갈린다. 재미있게도 이 악장 역시 전형적인 카덴짜를 지니고 있는데, 들어 보면 독주 피아노를 위한 카덴짜라기보다는 타악기를 위한 독주곡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선율보다는 리듬만을 지닌 굵직한 리듬의 터치로 일관되고 있으며 오케스트라 파트도 현악기군의 소리는 거의 의식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금관의 연주로 가득하다.

 

 

제2악장. Adagio-Presto-Adagio

 

전 악장의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무시무시한 느낌의 현악기군의 코랄로 돌변한다. 현악기는 약음기를 붙이고 있으며 비브라토를 사용하지 않도록 지시되어 있다. 이 코랄이 얼마간 진행된 후 나직하게 으르렁거리는 듯 한 팀파니의 소리와 함께 피아노가 등장한다. 주로 5도 화성을 사용하고 있어 중세의 복선율 종교음악을 떠오르게도 하고 때로는 우리의 귀에 익숙한 '아리랑'의 멜로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피아노의 선율은 종교적인 경건함과 공포스러운 긴장을 동시에 가지면서 점차 고조되어가며 현악기의 코랄이 다시 등장한 후 갑작스럽게 Presto의 중간부로 돌입한다. 이 중간부는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중 '스카르보'를 연상시키는 기괴한 화성과 박력을 지니고 있으나 후반부로 진행할수록 인상파의 세련되고 섬세한 작풍이 아니라 바르톡 특유의 민속적이고 거친 형태로 바뀌어가게 된다. 아디지오로의 복귀도 역시 갑작스럽게 이루어진다. 다만 피아노 독주 파트는 자잘한 물결같은 느낌의 트레몰로를 연주하여, 이후의 코랄에서도 1부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 있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괴기스러운 인상이 강하며 5도 화성을 이용하여 종교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제3악장. Allegro molto

 

3악장에서의 타악기의 박력은 대단하다. 피아노는 5음 음계를 사용하여 악장의 첫머리를 장식하며 곧이어 1악장의 모두동기가 나타나고, 팀파니의 격렬한 울림속에 1악장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던 다양한 동기들이 등장한다. 론도주제의 복귀는 모두 팀파니의 울림으로 개시되지만 워낙 난삽하고 소란스런 악상들로 구성되어 있어 어떤 것이 주제이고, 어떤 것이 경과부이며, 또 어디서부터가 코다인지는 좀처럼 구분하기 힘들다. 피아노는 야만적이고 전투적인 두터운 화음을 계속하여 두들겨 대면서, 날카롭게 튀어나오는 금관, 강력한 타악기들과 시종 마찰을 일으키다가, 모두의 동기와 동일한 5음 음계의 스케일을 연주하여 수미상응의 형태를 취하고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곡을 끝맺는다. 후기낭만파에 이르기까지 오케스트라의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던 현악기군은 이 곡에서 완전히 보조적인 역할로 밀려나 있으며 소란스럽고 기괴하게 들끓고 있는 금관악기와 타악기들의 모습은 마치 전쟁으로 파괴된 폐허에 마구잡이로 돋아 있는 잡초를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질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바르톡은 부다페스트 음악원에서도 피아노 담당의 교수였고, 안톤 루빈시타인 콩쿠르를 비롯한 여러 콩쿠르에 참가하여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빌헬름 박하우스와 경연하기까지 했던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지만 이 곡을 작곡하기 전 4-5년간은 전혀 피아노 음악에 손을 대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 이전인 1926년에 '소나타'와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비롯한 뛰어난 피아노 곡을 많이 작곡한 것을 생각하면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다.

 

피아노 협주곡 2번의 초연은 193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이루어졌으며, 독주자는 작곡자 자신이었다. 악기편성은 솔로 피아노, 피콜로(플루트로 대체가능),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B-flat) 2, 파곳 2, 콘트라파곳(파곳으로 대체가능), 호른 4, 트럼펫3, 트럼본 3, 튜바, 팀파니, 작은북, 트라이랭글, 큰북, 심벌, 현악 5부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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