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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철 포저(Rachel Podger, 1968 ~ )과 대표음반 감상

想像 2023. 4. 1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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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철 포저(Rachel Podger, 1968 ~  )

바로크 음악의 스페셜리스트


비발디나 바흐로 대변되는 바로크 음악은 오늘날 화려하고 풍성한 음악에 비해 담백한 편이다. 하지만 일단 그 매력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철현으로 연주되는 오늘날의 현악기와 달리 바로크 시대 악기들은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거트현(gut strings)이다. 철현보다는 소리가 작고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 잦은 조율이 필요하지만 철현에 비해 음색에 깊이와 따뜻함이 있고 복잡한 배음을 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세월 저 너머의 작곡가들의 숨결을 듣는 맛도 적지 않다. 눈길을 끄는 화려한 테크닉은 없지만 서서히 마음을 파고드는 우아한 서정성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최근 바로크 시대의 향취를 재현해내려는 현악기 연주자가 많이 등장한다. 영국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레이첼 포저(Rachel Podger, 1968년~)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녀는 바흐 음악 연주에 있어서 일찌감치 인정을 받으면서 ‘30대 젊은 나이에 바로크 연주의 정상에 서다’라는 평을 받았다. 그녀가 보여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들은 바로크 음악의 대부 지기스발트 쿠이켄(Sigiswald Kuijken, 1944년~) 이후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다.

 

활기있고 따뜻하면서도 무대에서는 전혀 머뭇거림이 없이 연주하는 레이철 포저는 완벽한 테크닉을 추구하면서도 상황에 따른 즉흥성을 즐기는 모습을 보이고 때로는 대가를 연상케하는 대담한 연주를 들려주는,그리고 바로크 시대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지니면서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이다.

 

영국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레이철은 독일의 루돌프 스타이너 학교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영국에서는 데이빗 페리(David Perry)의 문하에서 공부했고,<길드홀 음악과 드라마 학교>에 들어가 폴린 스콧트와 데이빗 타케노 문하에서 연마했다. 이때 레이철은 바로크 바이올린을 공부하기를 원했지만 단 1대밖에 없던 악기는 이미 다른 학생에게 대여된 상태였다. 하는 수 없이 모던 바이올린으로 바로크 테크닉을 스스로 터득하는 길을 택했다. 끈질기게 바로크 바이올린을 구하는 방법을 찾아 결국은 그 뜻을 이룬다.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법은 길드홀 학교의 미카엘라 고버티(Micaela Coberti)에게 배웠고,성악가인 남동생 줄리언 포저(Julian Podger)가 있는 캠브리지에 틈틈이 가서 기술을 익혔다. 그러던 가운데 캠브리지에서 트리니티 바로크(Trinity Baroque)라는 작은 앙상블을 알게되고 이 앙상블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레이철은 점점 더 바로크 바이올린의 매력에 빠져 들었고 연주기술에 대한 연구성과도 두터워 졌다.

레이철은 스스로 독주자가 되는 꿈을 키워 나갔다. 앙상블이나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해서 친구 3명과 작은 그룹을 만들고 Palladium Ensembl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맹렬한 연습을 거친 뒤 경연대회에 나갔고 여기서 우승을 거두는데,바로크 작품을 연주하면서 첼로나 하프시코드로 통주저음을 연주하지 않고 비올라 다 감바를 사용해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Linn Records 레이블을 통해 음반도 발표할만큼 연주력을 인정받았다.  이후부터 그를 초청하는 곳이 늘어나기 시작했고,유럽과 미국, 남미의 여러 도시에서 연주하게 되었다.

 

1997년,레이철은 런던에서 가장 능력있는 고음악 연주단체인 'The English Concert'의 악장이 되었다. 이무렵 동남아를 독주자로서 투어하기도 했다. 레이철은 주로 바흐의 작품을 연주하고 있다. 그녀가 발표한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성공한 음반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고,트레버 피노크와 녹음한 바흐의 <소나타> 앨범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3년에 발표한 비발디의 <라 스트라바간차> 협주곡집은 그라모폰 상의 "최고의 바로크 음반"으로 선정됐고,아울러 '올해의 최고의 음반'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음반은 Channel Classics 레이블로 발표하고 있다.  2003년,프랑스,네델란드,런던 등지에서 가진 리사리틀에서 앤드류 만쯔(Andrew Manze)와 파트너를 이루어 바흐의 <더블 콘체르토>를 연주하면서 바흐 스페셜리스트로서 진가를 다시 인정받았다.

 

지난 2000년 세계적인 현악 전문지 스트라드는 포저를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로서는 유일하게 ‘새 천년을 이끌어갈 젊은 연주자’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고음악계에서 그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이다. 현재 런던 길드홀의 바로크 바이올린 교수이자, 독일 브레멘대의 바로크 바이올린 교환 교수로 활동하며 후진 양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로크 시대 음향을 고스란히 가져오는 원전(原典)연주의 매력은 과거 시대의 향취를 다시 피어올리는 맛에 있다. 포저 연주의 남다름은 그 안에서도 바이올린의 메탈 현이 만들지 못하는 따뜻함과 힘이 더해진다는 점이다. 그 여운은 오래 깊숙이 남는다. MSG를 치지 않은 음식의 부드러운 담백함처럼.

 

Bach: Violin Concertos

 

 

 

J.S. Bach: Solo & Double Violin Concertos

 

 

 

Bach: Sonatas & Partitas 

 

 

 

Vivaldi: La stravaganza, 12 Violin Concer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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