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The Handel Project
Best of Deutsche Grammophon 2023
HANDEL: Suite No. 2 in F major HWV 427
from 8 Suites de Pieces pour le Clavecin, 1720
01. Adagio
02. Allegro
03. Adagio
04. Allegro [Fugue]
HANDEL: Suite No. 8 in F minor HWV 433
from 8 Suites de Pieces pour le Clavecin, 1720
05. Prelude
06. Allegro [Fugue]
07. Allemande
08. Courante
09. Gigue
HANDEL: Suite No. 5 in E major HWV 430
from 8 Suites de Pieces pour le Clavecin, 1720
10. Prelude
11. Allemande
12. Courante
13. Air - Double I-V [Air with 5 Variations “The Harmonious Blacksmith”]
BRAHMS: Variations and Fugue on a Theme by HANDEL in B flat major op. 24
14. Aria
15. Variation I
16. Variation II. Animato
17. Variation III. Dolce
18. Variation IV. Risoluto
19. Variation V. Espressivo
20. Variation VI. Sempre legato
21. Variation VII. Con vivacita
22. Variation VIII
23. Variation IX. Poco sostenuto
24. Variation X. Energico
25. Variation XI. Dolce
26. Variation XII. Soave
27. Variation XIII. Largamente, ma non piu
28. Variation XIV. Sciolto
29. Variation XV
30. Variation XVI. Piano ma marcato
31. Variation XVII. Piu mosso
32. Variation XVIII. Grazioso
33. Variation XIX. Leggiero e vivace
34. Variation XX. Legato
35. Variation XXI. Dolce
36. Variation XXII
37. Variation XXIII. Vivace e staccato
38. Variation XXIV
39. Variation XXV
40. Fuga
41. HANDEL: Sarabande in B flat major HWV 440/3
3rd mvt. from Suite No. 7 in B flat major from 9 Suites de Pieces pour le Clavecin, 1733
42. HANDEL: Menuetto in G minor arr. Wilhelm Kempff
in past editions treated as 4th mvt. from Suite No. 1 in B flat major HWV 434
from 9 Suites de Pieces pour le Clavecin, 1733
지난 2021년에 발표된 앨범 <Chopin: Piano Concerto No.2; Scherzi> 이후 2년 만에 발표된 이번 신보의 제목은 <The Handel Project>입니다. 조성진과 헨델. 이렇게 나열해 놓고 보니 꽤 낯선 느낌입니다. 조성진이 헨델이라는 이름에 마음이 끌린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했습니다. 고전시대 이후의 작품만을 주로 연주해왔지만 언젠가는 바로크 시대의 작품 또한 무대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해오던 상황에서 그는 헨델의 작품을 만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조성진은 헨델의 건반악기 작품집에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분명히 바로크 시대의 작품인데, 바흐의 작품과는 결이 다른 부분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앨범은 헨델의 <모음곡 2번 바장조 HWV 427>로 시작합니다. 작품은 꿈처럼 흐르는 아다지오로 시작해 발랄한 알레그로로 이어집니다. 이어 즉흥에 가까운 느린 악장이 연주되고 바흐와 비슷하게 들리면서 확연히 다른 푸가로 마무리됩니다. 조성진이 언급했듯 헨델의 곡은 연주자가 취할 수 있는 재량이 많은 작품입니다. 실제로 바흐처럼 명료한 상황이 헨델의 작품에서는 그리 많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 폭넓은 자유 때문에 헨델의 작품 앞에선 연주자는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오히려 느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적지 않아 연주자를 당혹케 하는 작품이 바로 헨델의 건반악기 모음곡입니다. 조성진이 고민한 부분 또한 이 부분이었습니다.
이어서 <모음곡 8번 바단조 HWV 433>이 연주됩니다. 이번 앨범을 녹음하기 위해 조성진은 하프시코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피아노라는 악기가 보급되기 이전, 하프시코드로 연주되었던 이들 작품이 연주되었던 전통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음의 길이를 늘이고 잔향을 남기는 서스테인 페달의 사용을 지양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보다 명료한 연주를 지향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크 시대 작품답게 헨델의 작품 또한 다성부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조성진은 각각의 성부 움직임을 제대로 보이기 위해 ‘왼손은 바순처럼, 오른손은 바이올린처럼’ 연주하기를 바랐다고 말합니다. <HWV 433>의 두 번째와 네 번째 악장을 들어보면 이 피아니스트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앨범이 준비한 헨델의 마지막 모음곡은 <모음곡 5번 마장조 HWV 430>입니다. ‘흥겨운 대장간’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마지막 주제와 변주가 이 모음곡의 핵심. 상행 하행 스케일이 즐거운 순간을 연출하는 피날레를 끝으로 헨델의 시간은 일단락됩니다.
이어서는 헨델의 <모음곡 내림나장조 HWV 434>의 아리아를 주제로 한 요하네스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가 연주됩니다. 스물다섯 개의 변주와 푸가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헨델이 마련해둔 간소한 주제에 살을 튼실하게 덧붙여나가는 브람스의 솜씨를 감상해 나가는 즐거움이 있는 곡입니다
브람스의 거대한 작품이 마무리되면 앨범은 앙코르의 시간으로 청자를 안내합니다. 조성진은 다시 헨델로 돌아와 부드러운 <사라방드 내림나장조>를 연주해줍니다. 이어지는 앙코르는 헨델과 피아니스트 빌헬름 켐프의 협업으로 마련되었습니다. 켐프의 편곡으로 준비된 <미뉴에트 사단조>에서는 바로크에 낭만이 덧대어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정갈하게 준비된 코스 요리를 경험하는 듯한 앨범. 조성진의 <The Handel Project>는 여러분에게 특별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