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음악/올드가요

패닉 - 달팽이 [듣기/가사]

想像 2022. 7. 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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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고 이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 패닉(Panic)의 '달팽이'는 1996년 초 텔레비전과 라디오 전파를 두루 타며 큰 인기를 얻었다. 다수의 호감을 사기에 수월한 사랑 얘기도 아니어서 히트마저 이례적이었다.

 

가사는 마치 한 편의 시를 보는 듯했다. 일상의 평범한 언어를 사용했지만 문장들은 그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다. 고된 일과를 반복하면서 언제나 외로움을 맞이해야 하고, 삶에 쫓겨 한결같이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서 부대끼며 소소한 것으로 위안을 삼는 현대인의 일상을 표현한다. 직장인은 물론 예비 사회인, 현실에 고달파하는 이들로부터 공감을 충분히 획득할 내용이었다.

 

노래는 마냥 애처로움을 풍기지만은 않는다. 힘들어하는 화자 곁에 온 달팽이는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친 세상 끝 바다로 갈 것"이라고 말한다. 도저히 불가능함을 뜻할 때 흔히 '달팽이가 바다를 건너간다'고 한다. 패닉은 남들은 다 안 된다고 하는 이야기를 토대로 가능성에 대해 노래한다.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힘들지 모르는 길고 험난한 과정일지라도 이상을 향해 나아가서 반드시 이루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핵심이다. '달팽이'는 꿈을 굳게 쥔 이들의 역설적 희망인 것이다.

 

 

패닉 1집 [Panic]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 더 지치곤 해
문을 열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깨면 아무도 없어
좁은 욕조 속에 몸을 뉘었을 때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줬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
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모두 어딘가로 차를 달리는 길
나는 모퉁이 가게에서
담배 한 개비와 녹는 아이스크림
들고 길로 나섰어
해는 높이 떠서 나를 찌르는데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어느새 다가와 내게 인사하고
노랠 흥얼거렸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
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내 모든 걸 바쳤지만
이젠 모두 푸른 연기처럼
산산이 흩어지고
내게 남아 있는 작은 힘을 다해
마지막 꿈 속에서
모두 잊게 모두 잊게 해 줄 바다를
건널 거야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
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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