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올드가요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이문세 4집

想像 2022. 2. 2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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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1
1. 사랑이 지나가면
2. 밤이 머무는 곳에
3. 이별이야기
4. 그대 나를보면
5. 가을이 오면

Side 2
1. 깊은밤을 날아서
2. 슬픈미소
3. 굿바이 (Goodbye)
4. 그녀의 웃음소리뿐


1980년대 초중반 '나는 행복한 사람'과 '파랑새'를 시작으로 '난 아직 모르잖아요', '휘파람', '소녀' 등을 통해 확고한 인기가수의 대열에 올라선 이문세의 위상은 당시 여느 가수들과 확연히 달랐다. 라디오가 지배적 매체로서 큰 위력을 가지고 있던 시절, 화려한 말솜씨와 유머 감각을 지닌 방송인이자 ‘별밤지기’라는 친근한 애칭으로 불린 ‘별이 빛나는 밤에’의 DJ였던 그는 세련되고 지적인 이미지로 사랑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여러 히트곡을 가진 스타임에도 TV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충분히 신선한 매력이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문세는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은 네 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그리고 앨범이 거둔 엄청난 상업적 성공, 가요계에 끼친 영향 등 이후 펼쳐진 일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시대가 그러했던 만큼 공식적인 기록이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문세의 3, 4, 5집은 모두 100만 장 이상 판매되었다고 한다. 특히 4집 판매량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음반 판매고(286만 장)를 기록한 김건모 3집에 육박하는 수량으로 알려져 있다. 문득 처음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가 떠오른다. 신보 출시 소식을 듣고 곧바로 카세트테이프를 사러 집 근처 레코드점을 찾은 내게 주인이 던진 “정품으로 줄까?”라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정품이 아닌 건 뭐냐고 물으니 ‘비공식’ 음반이란다. 나중에 소위 ‘길보드’로 불리게 되는, 불법 복제 테이프를 판매하는 리어카가 등장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그때 이문세의 새 앨범은 이미 베스트셀러가 예고돼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앨범의 모든 곡들은 수없이 에어플레이 되고 많은 이들의 애청곡으로 자리했다. 대부분의 수록곡이 히트곡이라는 전에 없던 현상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거의 신드롬에 가까울 정도로 열광적 사랑을 받았던 [이문세 4]의 매혹은 단지 ‘노래 잘하는 가수의 히트 앨범’이라는 외형에 있지 않다. 앨범을 가득 채우는 정서는 아름답고 싱그러우며 동시에 지극히 섬세하고 세련된 감성이다. 이는 기존 가요의 단순한 사랑 타령과 차별되는 기품 있는 노랫말은 물론 미성과 거리가 멀지만 뛰어난 표현력으로 가슴에 와 닿는 보컬, 더없이 수려한 멜로디와 우아하고 매끈한 편곡 등 모든 부분에서 흠잡을 데 없는 요소들의 유려한 조화를 통해 표출이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자리한 인물이 작곡가 이영훈이다. 이영훈과 이문세의 만남은 그 자체로 우리 대중음악계의 축복이라 할 만하다. 3집부터 시작된 이들의 협업과 시너지는 이 앨범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웠고 5집에서 절정에 이르게 된다.

 

그의 곡은 단 한 번만 들어도 쉽게 귀에 감겨 오며 이내 자연스레 흥얼거리게 되는 군더더기 없이 부드럽고 깔끔한 선율을 특징으로 한다. 서정적인 발라드든 흥겨운 업템포의 팝이든 각 곡을 수놓는 이 편안하고 탁월한 멜로디는 앨범의 핵심적 요소다. 사랑과 이별에 관한 한없이 아름다운 서정시는 또 어떠한가. 사랑은 통속적이지만 이영훈은 곱고 세밀하게 걸러낸 언어로 가슴속에 품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목으로 노래하는’ 이문세는 천재적 가창력을 지닌 가수는 아니다. 하지만 특유의 비음 섞인 가성과 또렷한 가사 전달력, 풍부한 감정 표현은 비할 수 없는 매력이 되어 노래에 불멸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에 더해 사랑과 평화의 키보디스트였던 김명곤의 편곡 역량은 기타리스트 함춘호를 비롯해 김광석(기타), 이수용(베이스), 배수연(드럼), 김용년(무그 신시사이저) 등 신중현과 뮤직파워를 거친 일급 세션맨들의 안정된 연주, 풍성한 현악 오케스트레이션 등과 어우러지며 이 완벽한 웰메이드 팝 앨범의 완성에 큰 기여를 했다.

 

여기에는 세월을 넘어 꾸준히 애청되고 불리는 애잔한 곡 '사랑이 지나가면'과 대학가요제가 배출한 스타 고은희와 함께 노래한 '이별 이야기', 웅장한 대곡 '그女의 웃음소리뿐' 등 폭발적 사랑을 받았던 발라드는 물론 경쾌한 비트의 신스팝 '그대 나를 보면'이나 상큼한 포크 '가을이 오면', 기분 좋은 낭만을 담은 '깊은 밤을 날아서'와 같은 멋진 곡들로 가득하다. (출처 : 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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