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네트렙코는 1971년 러시아 남쪽 흑해 연안의 크라스노다르에서 태어났다. 위로는 언니가 있었고 아버지 유리 네트렙코는 지질학자, 어머니는 전자통신 분야 엔지니어였다.
고전음악을 즐겨 듣는 부모 아래서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배우던 네트렙코는 7세에 크라스노다르의 합창단 쿠반 파이어니어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네트렙코가 러시아 음악의 수도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난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2년 동안 음악학교에서 타티아나 브리소브나에게 노래의 기초를 배운 그녀는 마침내 199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입학해 타마라 노비첸코 문하에서 성악의 모든 것을 습득한다. 노비첸코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리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이자 1972년부터 음악원에서 숱한 제자를 길러낸 명교수다.
스몰렌스크에서 열린 전 러시아 연방 글린카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쥔 네트렙코는 1993년 마린스키 극장 오디션에 응시해 발레리 게르기예프 앞에 섰다. 게르기예프는 2년 전 그녀가 아르바이트로 마린스키 극장의 바닥을 청소하던 모습을 기억했다. 이듬해 네트렙코는 ‘피가로의 결혼’의 수잔나로 꿈에 그리던 마린스키 극장에서 데뷔 무대를 갖는다. 이후 러시아 오페라 또한 그녀의 전유물이 되었다. ‘루슬란과 류드밀라’ ‘수도원에서의 약혼’ ‘황제의 신부’ 등 데뷔 초기 마린스키 극장과 함께한 네트렙코의 러시아 오페라에선 서유럽 가수들이 접근 불가능한 다소 어둑한 분위기의 발성을 들을 수 있다.
1995년 23세의 네트렙코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해외 데뷔를 이룬다. ‘루슬란과 류드밀라’의 류드밀라 역이었다. 또한 ‘리골레토’의 질다, ‘라 보엠’의 미미, ‘청교도’의 엘비라 등 벨칸토 오페라부터 담금질을 계속했다. 2002년 네트렙코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전쟁과 평화’의 ‘나타샤’로 데뷔한다. 같은 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선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지휘하는 ‘돈 조반니’의 돈나 안나를 맡아 호평을 받았다. 2003년 뮌헨에선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를 맡아 리릭소프라노로서 첫 발을 디뎠다.
안나 네트렙코가 강렬한 인상으로 국내에 존재감을 알린 것도 비올레타 역을 통해서였다. 200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빌리 데커가 연출한 ‘라 트라비아타’는 지금까지도 최고 명반으로 손꼽힌다. 롤란도 비야손과 찰떡궁합을 이룬 이 영상물은 흑백으로 도배한 무대와 출연진 속에 홀로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네트렙코의 활약이 눈부시다. 비야손과는 ‘사랑의 묘약’(2005), ‘마농’(2007), ‘라 보엠’(2008)에서도 완벽한 호흡을 보이며, 노래뿐 아니라 배우를 능가하는 연기로 혼연일체를 이뤘다.
2008년 9월 아들 티아고를 출산하고 체중도 늘어나면서 네트렙코의 목소리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예쁜 목소리와 리얼한 연기뿐 아니라 삶의 연륜이 실린 묵직한 저음과 고음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팔방미인으로 거듭난 것이다. 우선 벨칸토와 모차르트 위주의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드라마틱한 배역을 소화하면서 선곡의 스펙트럼이 무궁무진해졌다. 그 첫 신호탄은 2009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였다.
네트렙코는 2010년을 넘어서면서 묵직한 인물에 한발 더 다가섰다. 2011년 빈 국립오페라에서 열연한 ‘안나 볼레나’는 2막에서 불꽃으로 타오른다. 자신의 이름과 동일한 안나와 엘리나 가랑차가 분한 조반나는 ‘여대여(女對女)’의 피를 토하는 이중창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신이시여’에서 이상적인 앙상블을 들려주었다.
2013년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막을 올린 ‘일 트로바토레’에서는 네트렙코가 열연한 레오노라에 관한 대호평이 이어졌다. 2014년 11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맥베스’에서 네트렙코의 이러한 광폭 행보는 정점을 찍었다. 2006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청순가련의 수잔나를 불렀던 같은 가수라 믿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스케일감이 곳곳에서 번뜩였다.
그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피나는 노력으로 미미에서 안나 볼레나, 맥베스 부인으로 한 계단씩 올라갈 수 있었다. 결혼과 출산, 그리고 이혼과 재혼,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네트렙코는 서서히 강렬하고 비극적인 캐릭터에 근접해갔다. 여기엔 인간 네트렙코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그 누구보다 가정에 충실하고 아이 돌보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의 따뜻한 인간미는 오페라 주인공의 가슴속에 파고 들어가 우리에게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안나 네트렙코는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국제 SOS-어린이 마을 지부와 러시아 어린이 복지재단에 매년 거액을 기부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에 의하면 현재 네트렙코의 재산은 한화 40억 원가량이고, 회당 연주료는 6천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네트렙코는 현재의 위치에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미덕으로 자신을 늘 다독이는 중이다.
01. Puccini: Gianni Schicchi - O mio babbino caro
02. De Curtis: Non ti scordar di me (Arr. for Soprano, Tenor and Orchestra by Giancarlo Chiaramello)
03. Verdi: La traviata - Libiamo ne'lieti calici
04. Puccini: Tosca - Vissi d'arte, vissi d'amore
05. Puccini: Madama Butterfly - Un bel dì vedremo
06. Giordano: Andrea Chénier - La mamma morta
07. Puccini: La Bohème - O soave fanciulla
08. Boito: Mefistofele - L'altra notte in fondo al mare
09. Rachmaninoff: 12 Songs, Op. 21 - 7. Zdes′ khorosho (Arr. by Michael Rot)
10. Krutoy: Cantami
11. Grieg: Peer Gynt, Op. 23 - Solveig's Song
12. Mozart: Idomeneo, re di Creta, K.366 - Quando avran fine omai - Padre, germani, addio!
13. Delibes: Lakmé - Viens, Mallika, ... Dôme épais (Flower Duet) (Excerpt)
14. Bellini: Norma - Casta Diva (Excerpt)
15. Offenbach: Les Contes d'Hoffmann - Barcarolle (Excer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