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모차르트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제27번, K. 595 [Murray Perahia · English Chamber Orchestra]

想像 2020. 10. 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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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 Concerto No. 27 in B-Flat Major, K. 595
Wolfgang Amadeus Mozart, 1756 ~ 1791 


모차르트의 음악은 대부분 경이롭지만, 이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에서 마주치게 되는 경이는 조금 더 각별한 듯하다. 얼핏 듣기엔 그저 수수하고 담담하게 스치듯 흘러가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실로 형언하기 불가능한 무수한 감정과 생각의 편린들이 녹아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준비된 사람들에게만 슬며시 다가와 아주 비밀스런 속삭임으로 스며든다.

 

시적인 아름다움과 영적인 숭고함을 동시에 지닌 이 ‘B♭장조 피아노 협주곡’은 모차르트가 그리 길지 않았던 생애를 마감한 해인 1791년 초에 완성되었다. 그 무렵 모차르트의 삶은 겨우 11개월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았고, 1788년 이후 3년 가까이 곤궁한 생계를 이어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의 모든 협주곡 중에서 가장 차분하고 내성적인 이 작품이 얼마 후 다가올 최후에 대한 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추측을 제기하기도 한다.

 

모차르트는 이 곡에서 전성기의 화려함을 버리고 팀파니, 트럼펫, 클라리넷을 배제한 비교적 간소한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사용했다. 그 대신 오케스트라 속의 악기들, 특히 목관 파트와 피아노 사이에 더욱 긴밀한 융화가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무엇보다 현악기들이 빚어내는 단정한 흐름 위로 자연스럽게 부각되는 피아노의 울림, 그리고 섬세함과 친밀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피아노와 목관악기의 앙상블은 가히 천의무봉의 경지라 할 만하다. 그리고 거기에 주요 선율들이 머금은 영롱함과 정겨움이 가미된 이 작품은 진정한 ‘실내악적 협주곡’이라 하겠다.

 

이 협주곡은 완성 후 2개월쯤이 지난 3월 4일에 궁정요리사 이그나츠 얀의 집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모차르트 자신에 의해서 초연되었는데, 이 음악회는 모차르트가 피아니스트로서 협연에 임한 마지막 무대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얼마 후 찾아온 계절은 그의 생애에서 마지막 봄이었다.

 

Mozart: The Complete Piano Concertos

 

제1악장 - 알레그로

 

현의 물결치는 듯한 반주로 출발하여 주제 선율들이 차례로 떠오른다. 다소 호흡이 긴 제1주제는 차분하고 청초하면서 친근한 인상을 주며, 싱커페이션 리듬이 가미된 제2주제는 조금 더 경쾌한 모습이다. 이 두 개의 주제가 기분 좋은 대비를 이루며 진행되는 이 첫 악장은 전반적으로 온화하고 차분한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그 은은한 생기가 감도는 자연스러운 흐름은 언제나 듣는 이에게 온화하고 유쾌한 감흥을 안겨준다. 하지만 동시에 소나타 형식 특유의 극적 흐름도 충분히 부각되는데, 그 안에는 모차르트 완숙기의 특징인 다채로운 조바꿈과 다성적 짜임새가 절묘하게 버무려져 있다. 

 

 

제2악장 - 라르게토

 

3부 형식으로 구성된 완서악장. 얼마간 우수 어린 표정을 띠고 있는데, 차분한 흐름과 부드러운 대비라는 면에서는 제1악장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주부에 흐르는 선율이 우미하고 고상한 느낌인 데 비해, 중간부의 선율은 조금 더 리드미컬하다.

 

특히 이 악장의 주제 선율은 거의 소나티네의 그것에 가까울 정도로 단순한데, 그 모습은 일견 그의 전작들, 즉 피아노 협주곡 20번, 23번, 26번 등의 완서악장에 사용된 주제들을 연상시킨다. 여기서 모차르트는 다시 한 번 단순한 주제로부터 감동적인 음악을 이끌어내는데, 그 고도로 정제된 표현과 오묘한 여백의 미는 이전 작품들을 능가하는 경지를 가리키고 있다.

 

 

제3악장 - 알레그로

 

명랑한 사냥 음악 풍의 론도인데, 에피소드가 하나뿐이어서 론도와 소나타 형식이 결합된 구조를 보여준다. 시작과 함께 피아노가 연주하는 론도 주제는 마치 가볍게 춤을 추듯 경쾌하고 사랑스러우며, 이 주제에 실린 느낌이 악장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F장조의 제2주제 역시 명랑하게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유지하는데, 다만 이번에는 피아노가 조금 더 화려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후 발전부로 넘어가기 전에 ‘아인강(Eingang, 도입구, 연결구)’이 나오는데, 이것은 앞선 두 악장을 위한 카덴차와 더불어 모차르트가 직접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각에서는 조바꿈 수법이 부자연스럽다는 등의 이유로 모차르트의 것이 아니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론도 주제는 이 협주곡이 완성된 직후에 만들어진 가곡 '봄을 기다림(K.596)'의 민요풍 선율과 일치한다. 

 

 

발췌 : [네이버 지식백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 [W. A. Mozart, Piano Concerto No. 27 in Bb Major, K.595] (클래식 명곡 명연주, 황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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