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녹턴(Nocturne)하면 쉽게 쇼팽을 떠올리겠지만 피아노 소품으로서의 녹턴을 처음 시도한 사람은 《존 필드'(John Field)》입니다.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음악가이다 보니 쇼팽이 녹턴의 대명사처럼 되어 버렸지만 녹턴의 창시자인 존 필드의 《존 필드'(John Field)》녹턴을 듣다보면 쇼팽의 녹턴을 능가하는 그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존 필드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알려진 유명한 음악가들이 그렇듯 그도 10세 때 이미 천재 소리를 들을 만큼 재능이 뛰어났고 12세의 어린 나이로 웨일스의 왕자가 런던에서 주최한 콘서트에서 데뷔했습니다. 이듬해에 당시 피아노의 대가로 추앙받던 '클레멘티'(Muzio Clementi)에게 배우면서 17세때 자신의 첫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고 그 후 스승과 함께 유럽연주 여행을 떠납니다. 첫 기착지였던 파리에서 바흐의 푸가와 헨델의 작품을 연주하여 호평을 받고 최초의 소나타집을 출판하게 됩니다. 이후 빈을 거쳐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에 정착하고 그 곳에서 그는 후진들도 양성하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28세의 나이에 자기의 제자중 한명인 '아델라이데'를 부인으로 삼게 되어 그 후 10여년 동안 거기서 터전을 잡으며 오늘의 음악이 포함된 3개의 첫 소품집 녹턴을 발간합니다. 그 뒤 또다른 10년 동안 '판타지아'등 다른 야상곡과 소나타, 몇몇 실내악곡 등을 작곡했으며 이후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떨치며 모스크바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존 필드 말면엔 이렇다 할 작품을 내지 못하고 종국에는 알콜중독자가 되어 버려 모스크바 거리에선 '술취한 존'으로 불리며 조롱거리가 되고 말고 그의 나이 55세에 병마에 시달리다 결국 숨을 거두게 됩니다.
19세기 초에는 음악회를 초저녁에 많이 했는데 당시 귀족들이나 상류층들은 이른 저녁에 식사를 하고 거실에 앉아 피아니스트의 생음악을 들으며 자유스럽게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이 때 밤(저녁)에 할 연주용으로 만든 피아노곡이 녹턴(야상곡)입니다. 그런 이유로 분산코드(펼쳐진 화음)를 사용하여 밤의 은은함과 편안함을 대두시키고 아름다운 선율을 배열하여 편안한 감정을 누리게 하는 도구가 된 것 입니다.
필드는 이러한 감성적이고 자유로운 음악 형식인 녹턴을 카톨릭 교회의 기도 양식의 하나인 '밤의 기도'(Nocturne)에서 명칭을 땃다고 하는 견해가 많습니다. 필드가 녹턴을 탄생시키고 이후 그 이름, 개념, 그리고 스타일면에서 거의 20년 후의 쇼팽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쇼팽은 빛나는 영감으로 녹턴을 대중적 사랑을 받는 양식으로 만듭니다. 쇼팽 외에도 리스트나 포레, 멘델스존등 상당수 작곡가들이 녹턴의 자유로움을 추종했습니다.
쇼팽의 녹턴이 화려한 피아노의 기교가 음울하면서도 열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면 필드의 그것은 간결하면서도 밝은느낌과 노래하는 듯 흐르는 선율이 무척 서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혹자들은 필드가 쓴 녹턴의 모티브를 '벨칸토 아리아'라고 묘사합니다. 비록 피아노 곡이지만 필드는 노래하듯이 이 소품들을 써내려갔던 것이죠. 오른손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쳐내려가면서 왼손으로는 부드러운 분산화음을 따라붙이는 서정적이고 꿈결같은 필드만의 노래들인 것입니다.
Hans Kann [Field: The Complete Nocturnes]